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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알래스카, ‘또 다른 뮌헨’ 안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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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8-11 22:56:54 수정 : 2025-08-11 22:56:54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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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8년 아돌프 히틀러 총통의 나치 독일 정권은 이웃나라 체코에 수데텐란트 할양을 강요했다. 수데텐란트는 독일계 주민이 많이 살기는 했으나 엄연히 주권국 체코의 영토였다. 독일은 “수데텐란트의 우리 동포들이 차별을 겪고 있다”는 주장을 폈는데 실은 합병 추진을 위한 핑계에 불과했다. 히틀러가 무력 사용도 불사할 뜻을 내비치며 유럽에 전운이 감돌았다. 피비린내 진동한 제1차 세계대전 후 불과 20년이 흐른 시점인 만큼 누구도 전쟁을 원치 않았을 것이다.

결국 그해 9월 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 4대국 정상이 독일 뮌헨에 모였다. 이들은 수데텐란트가 독일에 양도돼야 한다는 데 합의했다. 정작 체코 대표는 4대국의 반대로 회의에 참석조차 하지 못했다. 오늘날 뮌헨 회의는 강대국들 이익을 위해 약소국을 희생시킨 최악의 ‘흑역사’로 기억된다. 1990년 체코 프라하를 방문한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는 “우리는 1938년 당시 히틀러를 달래는 유화정책을 쓰는 바람에 당신 나라의 독립을 잃게 만드는 우를 범했다”고 사과했다.

미국의 49번째 주 알래스카는 1867년까지만 해도 제정 러시아 영토였다. 재정난에 허덕이던 러시아가 당시 돈 720만달러를 받고 미국에 알래스카를 팔았다. 정작 미국인들은 “춥고 쓸모없는 땅 매입에 거액을 낭비했다”며 못마땅해했다. 계약 체결을 주도한 윌리엄 수어드 국무부 장관을 향해 ‘바보짓’(folly)을 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오늘날 알래스카가 갖는 경제적·군사적 가치를 감안하면 격세지감이 든다.

그 알래스카에서 오는 1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만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방안을 놓고 담판을 짓기 위해서다. 그런데 러시아와 교전 중인 상대국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초청을 받지 못했다. 회담의 가장 중요한 안건이 우크라이나의 영토 문제인데도 말이다. J D 밴스 부통령 등 미 정부 고위층 일각에서 젤렌스키의 참여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으나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 만약 우크라이나가 빠진 상태에서 그 운명이 결정된다면 훗날 ‘또 다른 뮌헨 회의’라는 비난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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