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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살며] 예쁜 싹이 나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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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3-22 07:36:19 수정 : 2018-03-22 07:3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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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내내 추위를 견뎌온 화분에서 어느덧 꽃봉오리가 돋아났다. 바람은 아직 차갑지만 봄 햇빛임을 아는 새싹들이 바로 얼굴을 내민 것이다. 그 봉오리 사이에서 머지않아 필 꽃잎의 색을 진하게 물들일 것이다. 역시 3월은 만물이 새롭게 출발하는 달이다. 우리 집 아이들도 다 대학생이 되어 집을 나가 각자 생활을 시작했다. 학비와 생활비로 들어갈 곳이 많아서 걱정도 되지만 요즘은 다문화·다자녀를 비롯해 여러 장학금이 있어 거기에서 큰 도움을 받고 있다.

아이들이 자취하는 곳을 여러 번 다니면서 느낀 것이 많다. 우선 대학교 주변이 술집 중심으로 번화가가 형성돼 있다는 것이다. 밤에는 취한 젊은이들이 여기저기 보이고 아침에 길을 나가면 술을 먹고 구토한 흔적을 볼 수 있다. 술을 마실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고 해서 술을 퍼붓듯이 마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금세 지나가 버리는 학생 시절을 소중하게 보내며 살아야 할 텐데 말이다. 산다는 것에서 스트레스를 피할 수는 없지만 술을 마시는 것만으로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것도 아니다. 술을 저렴한 가격으로 마실 수 있다는 것도 문제가 아닐까 싶다. 장사하는 입장에서 술을 파는 것은 당연하다. 먹고살기 힘든 세상에서 손님을 가린다는 것은 못할 일인 줄 알지만, 그래도 대학교 주변에 이렇게 많은 술집이 있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아파트가 많은 한국에서는 요즘 소음이 큰 문제가 되고 있지만 학생가의 소음 문제도 심각하다. 소음을 내는 사람은 그 고통을 잘 모르지만 그것을 당하는 입장에서의 피해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학생가의 소음 고민은 방음이 잘 안 되는 하숙집 안에서의 학생끼리 문제도 있지만 주변에서의 공사나 이사 등 외부 소리일 경우도 많다. 공사할 때는 아무리 대학가라 해도 소음을 일으키는 시간을 고려해 미리 알려주는 등의 배려가 필요하다고 본다. 사람이 사는 데 소리 없이 사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작은 배려 하나로 듣기 싫은 소음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떨쳐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배려를 하는 자세를 어른들이 먼저 보여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요코야마 히데코 원어민교사
더 한 가지 느낀 것은 쓰레기를 버리는 것도 정돈이 안 되어 있다는 것이다. 아들이 사는 자취방 부엌에서 50L의 큰 쓰레기봉투가 많이 있는 것을 보았다. 혼자 사는데 왜 그렇게 큰 쓰레기봉투를 쓰는지 눈여겨보았더니 쓰레기 분리수거를 제대로 하고 있지 않아서 그랬던 것이다. 자취하는 건물 앞에는 쓰레기를 분리수거해서 버리는 방법이 적힌 스티커가 붙어 있다. 그런데 정작 분리수거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되어 있지 않았다. 그래서 여름에는 악취가 너무 심하다고 한다. 학생들이라 해도 환경을 잘 만들어주면 분리수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지방마다 사정이 다르고 잘되어 있는 지역도 있을지 모르지만 그러한 환경은 어른들이 만들어야 하는 몫이다.

학생가의 환경 문제는 그대로 어른들의 사회문제이기도 하다. 학생 시절은 미래를 짊어질 젊은이들의 꿈을 이루기 위한 소중한 시간이다. 그들의 꿈이 예쁘게 싹이 날 수 있는 환경이 되도록 더불어 사는 모습을 먼저 어른들이 말보다 행동으로 직접 보여줘야 한다.

요코야마 히데코 원어민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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