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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마스가(MAS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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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7-28 22:51:26 수정 : 2025-07-28 22:51:25
조남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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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먼 멜빌의 소설 ‘백경’은 미국 포경 산업의 전성기인 19세기 중반을 시대적 배경으로 하고 있다. 증기선이 확산하던 시대였으나 긴 항해가 필요한 고래잡이에는 범선이 일반적이었다. 소설 속의 에이 허브 선장이 흰 향유고래 모비 딕을 추적했던 포경선 피쿼드호도 목재로 만들어진 범선이었다. 1인칭 화자로 등장하는 이스마엘은 “피쿼드호는 장거리 항해를 염두에 두고 치밀하게 설계된 배”라고 묘사했다.

당시 고래잡이 어선은 남극해까지 넘나들었다. 극한의 환경에 견딜 수 있는 선체와 선진 조선 기술, 고난도의 항해술이 필요했다. 피쿼드호가 출항한 미국 매사추세츠주의 낸터컷 항구를 비롯한 뉴잉글랜드 지역의 항구 도시들은 이런 포경선과 증기기관 군함과 상선을 대량으로 건조하며 호황을 누렸다. 남북전쟁이 끝나고 미국 해군과 상선 수요가 급감하면서 목조선 위주의 뉴잉글랜드 조선업은 내리막길을 걷게 된다.

남북전쟁기에 철제 군함과 증기 엔진을 도입한 미국 조선업은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의 해군 확장 정책에 힘입어 세계적인 해양 패권 국가로 도약했다. 군함과 수송선 수요가 폭증했던 2차대전은 미국 조선업의 황금기를 개막시켰다. 하지만 전쟁이 끝난 뒤 국방예산이 줄고 상선 수요가 줄어든 데다 인건비도 높아지면서 미국 조선업은 서서히 경쟁력을 잃기 시작했다. 지금은 항공모함과 핵잠수함, 구축함 등 함정 생산에 주력하고 있을 뿐 상선 건조 시장에서는 존재감이 사라졌다. 조선소 시설 노후화와 숙련 인력 부족 문제도 심각하다.

미·중 패권 시대가 도래하면서 중국에 밀리는 미국의 조선 경쟁력이 도마 위에 올랐다. 선박 건조 척수에서 미국은 2023년 한 해 동안 5척 정도인데 중국은 1700척 이상이라는 보고서도 나왔다. 한·미 양국이 막판 관세협상에 나선 가운데 우리 정부가 미국에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라고 명명한 수십조원 규모의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미국의 조선업 쇠퇴가 한·미 관세협상의 카드를 만들어낸 셈이다. 이순신 장군의 거북선이 왜적을 패퇴시키는 비장의 무기가 되었듯이 조선업 경쟁력이 트럼프 관세전쟁에서 국익을 지켜내는 유효한 카드로 활용되길 기대한다.


조남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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