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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만난세상] 중대시민재해 적용 기준 재정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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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7-28 22:51:11 수정 : 2025-07-28 22:51:09
오상도 사회2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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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했던 40대 가장은 영영 돌아오지 못했다. 집에서 애타게 기다리던 아내와 딸은 차디찬 영안실에서 얼굴을 마주해야 했다. 울분과 통탄은 울음소리로 새어 나왔다. 부유하지 않았지만, 누구보다 행복했던 A씨의 이야기다.

16일 오후 7시4분쯤 경기 오산시 가장동 가장교차로에선 둑 수문이 열리듯 옹벽이 무너졌다. A씨 가족의 삶도 송두리째 무너졌다. A씨가 타고 있던 차량은 폭격을 맞은 듯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다.

오상도 사회2부 기자

A씨의 형은 옹벽이 왜 그렇게 쉽게 무너졌는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무 잘못 없는 동생이 하루아침에 죽었다면 당연히 인재(人災)”라고 주장했다.

사고 당일 오후 4시쯤 사고가 난 교차로 고가도로의 수원 방향 차로에선 지름 수십㎝ 도로 파임(포트홀)이 발생했고, 오후 5시30분쯤 이 방향 2개 차로가 통제됐다. 하지만 옹벽이 무너진 고가도로 아래 도로는 통제되지 않았다.

전날 안전 신문고 앱에는 오산시 도로교통과에 ‘고가도로 오산~세교 방향 2차로 중 오른쪽 부분 지반이 침하하고 있다’는 민원이 사진과 함께 접수됐다. 민원인은 “붕괴가 우려된다”고 했다. 김성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공개한 ‘서부우회도로 보강토 옹벽 정밀점검용역 보고서’(2023년 6월)에는 이 옹벽의 이음새 부분으로 물이 새어 나오고, 겨울철 얼었다 녹기를 반복해 붕괴를 촉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담겼다. 지난달 용역회사의 정밀안전진단 보고서까지 모두 5차례 점검에서도 누수 등의 문제가 지적됐다. 이 과정에서 전면 재시공 의견까지 나왔다.

무너진 옹벽 곳곳이 1년 전부터 얼룩진 모습을 드러낸 누리꾼들의 사진 제보도 이어진다. 영국의 심리학자 제임스 리즌이 사고가 어느 한 단계만의 실수가 아닌 여러 사건의 연속적 결과라고 밝힌 ‘스위스 치즈 모델’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경찰은 옹벽 시공사와 관리 책임을 진 오산시 등을 압수수색하며 진실 규명에 나섰다. 영장에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적용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18일 열린 화상 점검회의에서 인재라면 그냥 넘기지 않겠다는 국정 철학을 드러냈다. 수사 결과에 따라 이권재 오산시장에게 중대재해처벌법상 중대시민재해 조항이 적용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 관계자는 “(사고 당일) 전문업체가 도착해 추가 점검을 벌이려던 와중에 사고가 났다”며 “(논란이 된 교통통제는) 경찰이나 위임을 받은 모범운전자가 할 일이지, 일반 공무원은 권한이 없다”고 해명했다. 반면 수사 중인 경기남부경찰청 관계자는 위급 상황에서 지역 경찰이 우선 통제를 맡았을 뿐, 이후 전면 통제를 시에 요청해 시 직원이 이를 수락했다고 했다. 사고가 난 도로는 오산시가 관리하는 시도로, 도로법 76조는 도로관리청의 통행 제한을 규정한다. 경찰 관계자는 시가 주장하는 일부 내용도 사실과 어긋난다고 덧붙였다.

2년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분당 정자교 붕괴로 40대 여성이 숨지자 신상진 성남시장은 ‘중대시민재해 1호’로 입건됐다. 경찰은 1년여의 수사 끝에 불송치 결정을 내렸고, 전·현직 공무원과 점검업체 직원 등에게 책임이 돌아갔다.

오산 사고의 유족들은 공무원들의 ‘안이한 대처’를 주장한다. 실체적 진실은 밝혀져야 하고, 이는 중대시민재해 적용의 기준을 재정립할 계기가 될 것이다.


오상도 사회2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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