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씨! 비켜요.”
서울 서초구에 사는 강모(43)씨는 집 근처 양재천에서 ‘자전거족’들을 보며 눈살을 찌푸릴 때가 있다. 일방통행 구간을 무시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역주행을 하는 이들이 종종 있어서다.
강씨는 “도로 하나를 산책로, 자전거도로로 나누는 바람에 역주행 자전거가 옆으로 지나가면 깜짝깜짝 놀란다”며 “여유롭게 산책하는 걸 방해하는 꼴불견들”이라고 꼬집었다.
봄날씨를 즐기려 공원이나 유원지 등을 찾은 시민들을 불쾌하게 하는 ‘자전거 폭주족’이 늘고 있다. 안전을 위협하는 질주는 기본이고 호루라기를 불어대며 도로의 주인이라도 되는 양 행세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매년 자전거 사고도 크게 늘고 있어 관련 규제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자전거 폭주족들은 빠른 속도로 달리며 경적을 마구 울리거나 역주행, 고속 추월 등 안전을 위협하는 행동을 서슴지 않는다. 인도와 차도를 넘나드는 경우도 적지 않다. 스마트폰이나 라디오 등으로 음악을 크게 틀어 놓거나, 선두와 후미에서 호루라기를 불며 다른 자전거 이용자나 산책하는 사람들을 다그치는 경우도 많다. 10∼20명이 함께 달리며 도로를 아예 점령하다시피 하는 이른바 ‘떼빙’도 문제다. 한강사업본부 관계자는 “한강변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의 80%가 자전거 관련 사고”라며 “이용자가 많아진 만큼 안전사고도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적으로도 자전거 안전사고가 크게 늘고 있다. 지난 5년간 7만2375건이 발생해 연평균 275명이 목숨을 잃었다. 서울의 경우 2011년 2861건이던 것이 2015년에는 4062건으로 대폭 증가했다. 전체교통사고는 연평균 1.1%씩 증가하는데 자전거사고는 9.4%씩 늘고 있다.
도로교통법상 ‘차’로 분류되는 자전거지만 관련 규제는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 문제를 더욱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자전거는 정해진 속도 제한이 없고, 표지판이나 노면에 표시된 제한 속도가 ‘권장’될 뿐이다. 헬멧 등 보호구 착용도 어린이에겐 의무이나 성인에게는 강제사항이 아니다. 심지어 술에 취해 자전거를 몰더라도 처벌조항이 따로 없다.
서울시 관계자는 “매년 자전거 사고가 적지 않게 일어나는 만큼 안전장비 착용의 일상화와 함께 자전거 이용자들의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창수 기자 wintero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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