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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현장을 가다] 한국서 터치 한 번에 미국 공장 ‘원격 관리’… 꿈이 현실로

입력 : 2017-01-31 21:44:57 수정 : 2017-01-31 21:4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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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의 거대한 물결이 지구촌을 휩쓸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한 융합혁신이 국경과 산업의 경계를 허물며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이에 질세라 글로벌 기업들은 4차 산업혁명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적과의 동침’도 불사하며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는 중이다. 막연하게만 느껴졌던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인공지능(AI), 로봇 등 4차 산업혁명의 중심이 될 혁신 기술들은 이미 생산공장, 사무실, 거리, 집 등에서 미처 깨달을 새도 없이 빠른 속도로 우리 삶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첨병을 자처하며 기술 개발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현대차그룹 계열 자동차부품·공작기계 업체인 현대위아의 ‘파이럿 센터’와 SK텔레콤의 ‘5G 글로벌 혁신센터’(경기 성남)를 찾았다.

경기도 의왕에 위치한 현대위아 파이럿센터(실험센터)에 공작기계와 원격관리시스템 등이 전시되어 있다.
◆태블릿PC로 지구 반대편 기계 모니터링-현대위아 ‘파이럿센터’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 클릭 한 번으로 세계 어디에 있는 공장이든 원격으로 실시간 관리할 수 있습니다.”

경기도 의왕시에 있는 국내 1위 공작기계 업체 현대위아의 파이럿센터(실험센터)를 찾은 시점은 지난해 말. 이곳에서는 4차 산업혁명의 중요한 화두 중 하나인 ‘스마트 팩토리’가 구현되어 가는 모습을 눈으로 볼 수 있다. 실제 아이패드 터치 한 번으로 1만㎞ 이상 떨어진 미국 일리노이주 공장의 CNC선반과 공작기계들의 상태를 확인하고, 문제가 생기면 즉각 진단 및 대응이 가능했다. 태블릿 PC 하나로 수백대의 기계를 24시간 관리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관련 데이터를 차곡차곡 모으면 빅데이터가 되는 만큼 미리 고장을 예측하고 개선 방향을 제시하는 등 향후 공장 운영의 효율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차그룹 계열 공작기계 제조업체인 현대위아가 이 같은 ‘스마트 팩토리 솔루션’을 개발한 것은 공장 자동화 이후인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제조업계에서 ‘원격관리’가 필수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이경한 현대위아 소프트웨어개발팀장은 “현대위아의 스마트 팩토리 솔루션인 ‘장비 원격모니터링&진단시스템’(MMS·Machine Monitoring System)이 있으면 제조 현장에 사람이 없어도 안심하고 공장을 운영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 비용도 절감된다”며 “스마트 공장화 추구에 있어 완전한 ‘무인공장’으로 발전하도록 이끌 핵심적인 시스템”이라고 강조했다.

이 팀장의 설명이 이어지는 동안에도 이 장비 원격모니터링&진단시스템은 쉼 없이 돌아갔다. 매 2초마다 기기의 생산량, 가동률, 어떤 툴로 어떤 작업 중인지, 기기 이상 여부 등 전반적인 가동 정보가 업데이트됐다. 기계에 부착된 각종 센서가 사물인터넷(IoT) 통신망을 통해 각종 데이터를 중앙 서버로 보내면 이 정보는 클라우드 서버를 이용해 언제 어디서든 컴퓨터와 태블릿, 스마트폰상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제공된다.

현대위아 연구원이 태블릿 PC를 이용해 원격으로 공장 내 기계 가동 현황을 살펴보고 있다.
SK텔레콤·현대위아 제공
기계에 문제가 생기면 곧바로 진단 및 정비가 가능하다. 상태 모니터링 분류는 가동 중(CYCLE)-준비 중(SETUP)-위험(ALARM)-보류(HOLD) 등으로 나뉘어 있는데, 이날 대부분 공장은 정상적으로 가동 중이라는 의미의 녹색을 띠고 있었다. 만약 장비에 위험요소가 발생했다고 빨간색이 뜨면 경남 창원에 위치한 현대위아 기술지원센터에 실시간으로 위험 메시지가 전송된다. 이후 정비 역시 스마트 팩토리 솔루션에 따라 원격으로 진행된다. 고객이 스마트폰으로 문제가 생긴 공작기계를 비추면 이를 현대위아 기술지원센터에서 전달받고 이곳의 숙련공이 원격제어 기능으로 직접 정비해 준다. 인터넷만 연결돼 있다면 지구 반대편에 있는 기계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즉시 대응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현재 현대위아는 이 솔루션을 이용해 전 세계 32개 공장에 배치된 292대의 공작기계를 연중무휴 원격으로 관리하고 있다. 현대위아에 따르면 이들 공장은 원격관리시스템 도입 후 직원 근무시간은 동일하면서도 생산량은 약 20% 증가했고 에너지 소비도 기존 공장 대비 약 30% 줄었다. 이렇게 향상된 효율성은 원가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진다.

빅데이터 구축이라는 측면에서도 큰 의미를 가진다. 모든 장비의 가공 데이터는 실시간으로 수집돼 어떤 장비가 얼마나 문제가 생겼는지, 가동은 며칠이나 됐는지 등을 도표로 확인할 수 있다. 특정 기간 알람이 몇 번이나 울렸는지 등을 확인해 고장을 예측하는 등 기계 관리에 도움을 준다.

김인수 현대위아 제어개발실 이사는 “각 공장에서 수집한 수많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숙련공도 찾기 어려웠던 돌발 장애와 품질 불량 원인을 알아내는 등 점차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기도 분당의 SK텔레콤의 ‘5G 글로벌 혁신센터’ 내 가상체험공간에서 직원들이 VR기기를 테스트하고 있다.
◆건물 포스터에 스마트폰 대자 설계도 ‘ON’-SKT ‘5G 글로벌 혁신센터’


교실에서 지구과학 수업 중인 학생들이 특수안경을 쓰고 고개를 들자 천장에 태양계 행성들과 인공위성이 둥둥 떠다닌다. 새로 출시된 자동차가 궁금하지만 보러 갈 시간이 없는 김모 과장은 동료들과 함께 사무실에 가상의 3차원 자동차를 불러낸다. 스마트폰을 비추면 실제 크기의 자동차 모형이 뜨고, 가까이 가면 인테리어와 트렁크 속까지 볼 수 있는 것은 물론 차 문을 여닫을 수도 있다. 특수안경이나 스마트폰만 있으면 좋아하는 아이돌 스타가 내 집 안방에서 춤추는 모습도 증강현실(AR) 화면으로 실감 나게 감상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의 꽃으로 불리는 AR와 가상현실(VR) 기술이 우리 일상생활에 가져올 변화의 단면들이다. 영화에서나 볼 법한 이런 모습은 아득한 미래가 아니라 이미 상용화 단계에 와 있다.

지난달 26일 경기도 분당에 위치한 SK텔레콤의 ‘5G 글로벌 혁신센터(이하 5G 센터)’에서는 이처럼 영화를 실제로, 꿈을 현실로 바꿔 줄 기술을 한창 테스트 중이었다. 이곳은 2015년 10월 말 SK텔레콤이 글로벌 IT(정보기술) 기업들과 함께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위해 구축한 4차 산업혁명의 전초기지다.

단순히 5G 네트워크 기술을 연구하는 ‘5G 테스트베드’뿐만 아니라 5G 네트워크 기반의 미래형 서비스와 기기를 시험·체험할 수 있는 ‘가상체험공간, 생태계 활성화와 동반성장을 위해 스타트업 등과 협업하는 ‘T오픈랩’ 등도 마련됐다.

가상체험공간에는 여러 명이 동시에 작업할 수 있는 96인치 크기 멀티터치스크린 테이블과 360도 카메라 등 크고 작은 미디어 기기들이 진열돼 있었다. 조익환 매니저는 “5G가 활성화되면 빠른 속도와 끊김 없는 네트워크 지원으로 AR와 VR 콘텐츠를 좀 더 현실감 있고 몰입감 넘치게 즐길 수 있다”며 “이곳에서 5G시대에 구현될 AR, VR 콘텐츠와 미래형 기기들이 개발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스마트폰에서 SK텔레콤이 자체 개발한 AR·VR 전용 앱을 구동한 뒤 베토벤 조각상 사진이 있는 패널에 갖다 대자 스마트폰에서 베토벤 교향곡이 흘러나왔다. 어린이 애니메이션 ‘라바’ 그림을 비추자 스마트폰에서 라바 3D 애니매니션이 구동하기 시작했다. 건물이 그려진 포스터에 스마트폰을 갖다 대면 3차원 지도와 설계도면이 뜬다. 현실의 이미지나 배경에 3차원 가상 이미지를 겹쳐서 하나의 영상으로 보여주는 AR 기술이 ‘포켓몬 고’ 같은 게임뿐만 아니라 전시, 교육, 의학,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분야에 접목돼 만날 수 있는 다양한 경험들이다.

조 매니저는 “그동안 스마트폰에서 검색을 통해 텍스트 정보를 얻었다면 지금은 얻고자 하는 정보나 대상에 가까이 가거나 스마트폰 또는 글래스(특수안경)를 갖다 대기만 해도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며 “정보에 접근하는 경로와 시간이 훨씬 단축되고 기획자의 의도대로 텍스트뿐만 아니라 음악, 동영상 등 다양한 형식의 정보를 전달할 수 있으며 응용범위도 무한하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AR·VR기술의 통합 브랜드 ‘티 리얼(T-Real)’을 론칭하고, AR, VR, MR(융합현실, AR+VR) 콘텐츠를 모두 즐길 수 있는 일종의 브라우저를 개발했다. 이 브라우저는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스마트워치, 특수안경 등 미래형 기기들에서 모두 이용할 수 있다.

조 매니저는 “학교 현장에 전자교과서가 도입되면 학생들은 교실에 태양계, 동물원 등 3D 입체영상을 띄워 실감 나고 몰입감을 높이는 수업을 할 수 있고, 의료현장에서는 멀리 떨어진 의사들이 환자의 MRI 사진을 3D 영상으로 띄워 놓고 실시간으로 협진하거나 원격진료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의왕=정지혜 기자· 성남=김수미 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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