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포터(짐꾼)들이다. 이들은 등반객들의 개인 짐은 물론 등반객들이 며칠 동안 산에서 생활하는 데 필요한 음식, 물, 가스통 등을 나른다. 포터들은 발 빠른 걸음으로 이동해 등반객보다 1시간 정도 먼저 목적지에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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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을 잔뜩 지고 킬리만자로를 오르내리는 포터들 |
이들이 한 번에 나르는 짐은 최대 20㎏. 대부분 한 사람당 이 무게를 꽉 채워 나른다. 몇 해 전만 해도 훨씬 더 무거운 짐을 날라야 했지만 2013년 탄자니아 포터 조합(회원 수 약 1만6천 명)이 결성되면서 일 인당 최대 무게를 제한했다.
18살부터 1년 반 정도 포터 생활을 하다 킬리만자로 등반 가이드가 된 아민 하산(30)은 "조합이 없던 당시 가이드 요구에 따라 최고 30㎏을 지고 등반해 본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온몸이 너무 아팠는데 진통제나 파스 같은 약이 없어 밥도 먹지 않고 바로 잤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킬리만자로에서 활동하는 포터는 약 6천 명. 이중 여성 포터도 약 30명이 있다. 조합이 생겨 그나마 여행 업체 등에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지만 이들의 처우는 여전히 열악한 수준이다.
무거운 짐을 지고 하루 6∼7시간을 일해 손에 쥐는 돈은 15달러(약 1만7천 원) 안팎이다. 여행사별로 다소 차이가 있지만 현지화로 고작 1만5천~2만 실링(약 8천300∼1만1천 원)을 지급하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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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리만자로의 여성 포터 (모시<탄자니아>) |
하산은 "비가 올 때 등반객 짐을 나르다가 미끄러져 사망한 포터도 있다"며 "우기에 이런 사고가 자주 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포터 중 상당수는 더 나은 대우를 받기 위해 킬리만자로 등반 가이드를 꿈꾼다. 킬리만자로 등반 가이드 역시 열악한 환경에 노출돼 있지만 포터보다 수입이 많은 데다 20㎏이나 되는 짐을 질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실제 등반 가이드 중 포터 출신이 매우 많은 편이다.
다만, 등반 가이드가 되려면 킬리만자로 실전 훈련을 거쳐야 할 뿐 아니라 영어로 이론 시험을 치러야 하기 때문에 따로 언어 공부도 해야 한다. 가이드를 꿈꾸는 포터들은 비성수기에 영어 공부에 몰두한다.
3년간 포터로 일하다 2012년부터 가이드로 활동 중인 프란시스 삼손(35)은 "일이 없을 때마다 영어를 익혔다"며 "탄자니아에 자원봉사를 하러 온 캐나다 출신의 선생님께 무료로 영어를 배운 덕에 가이드 시험에 합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일이 고되지만 청년 실업률이 13.7%(2014년)로 높은 편인 탄자니아에서 포터는 많은 젊은이가 찾는 직업이다. 별다른 기술이 없어도 시작할 수 있는 데다 매년 2만여 명의 등반객이 킬리만자로를 찾는 만큼 이들에 대한 수요가 높은 편이다.
경력 5년 차 포터 루카스 칸지(29)는 "포터 일을 시작한 데 특별한 동기는 없다"며 "이 일을 해야 오늘 밥을 먹고 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짐이 무거워 너무 힘이 들지만 일정을 마치고 등반객으로부터 고맙다는 말을 들을 때 정말 뿌듯하다"며 "아름다운 킬리만자로를 찾아오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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