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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 '30% 감축' 공언 뒤집어 국제사회 '망신'

입력 : 2015-06-11 19:44:51 수정 : 2015-06-12 09: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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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온실가스 감축안' 보니 우리 정부는 2009년 덴마크 코펜하겐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AU) 대비 30% 감축하겠다”고 국제사회에 선언했다. 이런 내용은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에도 명시됐다. 박근혜정부 들어서도 이 기조가 유지됐다. 지난해 1월 발표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한 로드맵’은 2020년 BAU인 7억7160만t의 30%를 감축해 5억4300만t으로 배출량을 억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11일 정부 합동으로 발표한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안은 이를 모두 뒤집었다.

우선 당시 산정했던 2020년 BAU를 7억8250만t으로 높여 잡았다. BAU가 높게 산정되면 일정비율을 감축한 후에도 전체 배출량은 늘어나게 돼 산업계에 유리하다. 정부의 장기 온실가스 감축계획의 근간으로 삼고 있는 BAU가 구미에 따라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정연만 환경부 차관(오른쪽)이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2030년까지 배출전망치(BAU)를 기준으로 온실가스 15∼31% 감축을 목표하는 4가지 시나리오를 발표하고 있다.
‘장기온실가스감축목표 수립을 위한 민관합동검토반’에 참여한 시민사회추천위원들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정부가 BAU를 부풀리기 위해 경제성장률, 산업구조, 유가 등 근거 없는 전제조건을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계속 하락하고 있는 국내총생산(GDP) 전망치를 무시하고 과거 전망치를 고수하고 에너지 과소비 산업이 미래에도 중요한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면서 산정 근거를 명확히 밝히라고 요구했다.

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4가지 시나리오 중 가장 감축률이 큰 4안에서조차 감축 후 2030년 배출량은 5억8500만t으로 애초 정부가 내놓은 배출량(2020년 5억4300만t)을 넘어서게 된다. 국무조정실 임석규 녹색성장지원단 부단장은 “정부에서 낸 4가지 시나리오 중 어떤 안도 2020년 30%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는 곤란한 상황”이라고 인정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정부 안이 잘못된 것이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는 “2009년 감축목표를 정할 때 대통령이 ‘목표는 약간 이상적으로 두는 게 좋다’는 취지로 말해 거기에 맞춰 정해진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번에 정부 안이 확정되면 구체적으로 2020년 감축 수준을 다시 밝히겠다”고 말했다.

2020년 30% 감축하겠다던 공언을 우리 스스로 뒤집음으로써 국제사회의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각국은 2020년 이후에 적용되는 신기후체제를 타결할 프랑스 파리 기후변화협약 21차 당사국총회(오는 12월) 이전에 온실가스 감축목표(INDC)를 유엔에 제출해야 한다. 그런데 지난해 말 페루 리마에서 열린 20차 회의 결정문에는 각국이 현재의 감축행동을 넘어서는 강화된 INDC를 제출하도록 하는 ‘감축목표 후퇴방지’ 조항이 들어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보도자료를 내고 “세계 주요국이 기존 계획보다 진일보한 INDC를 제출하고 있는 마당에 우리만 유독 후퇴하는 안을 내놓는다면 우리는 기후변화 대응 불량국가로 전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부가 이처럼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소극적으로 제시한 것은 산업계의 눈치를 지나치게 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지난달 ‘2020년 30% 감축 목표’가 비현실적이라며 목표치를 낮추라고 촉구하는 등 재계는 지속적으로 정부를 압박했다. 산업부 나승식 에너지수요관리정책단장도 “다른 국가에 비해 감축수준이 어떻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우리 현실을 감안해서 작업이 진행됐다”고 답했다.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장은 “기후변화 협상에서 중요한 위치를 갖는 한국이 대폭 후퇴된 안을 내놓는 것은 파리 회의의 성공에 찬물을 끼얹는 행동”이라면서 “지구생태계의 생존문제에 진정성 있게 접근하려면 과거보다 진일보한 목표를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종=윤지희 기자 phh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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