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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25주년 기념식을 ‘은혼식’이라고 부른다. 영국에서 비롯한 관습이다. 남편이 25년간 해로한 아내에게 은으로 된 반지나 목걸이를 선물한 데에서 유래했다. 요즘은 값비싼 패물이 필수는 아니다. 성장한 자녀와 친척, 가까운 지인 등이 참석해 부부를 축하하면 그만이다. 그저 부부만이라도 좋을 것이다. 2018년 배우 최수종과 하희라 부부는 단둘이 떠난 동남아 여행 도중 조촐하게 은혼식을 치러 화제가 됐다.

25년의 두 배에 해당하는 결혼 50주년 기념행사는 ‘금혼식’이라고 한다. 부부가 50년을 함께한 건 대단한 일이니 은보다 훨씬 귀한 것에 빗대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평균수명이 지금보다 짧았던 과거에는 살아서 금혼식을 치르는 부부가 많지 않았을 것이다. 요즘은 다르다. 황혼이혼이란 돌발 변수만 피한다면 70대 후반이나 80대에 금혼식을 맞이할 수도 있다. 결혼 연령이 늦어지는 추세이기는 하다. 그래도 결혼 60주년을 뜻하는 ‘다이아몬드혼식’(금강혼식) 소식이 드물지만은 않은 시대가 오지 않을까 싶다.

엊그제 독일에서 102세 남편과 98세 아내가 결혼 80주년 기념일을 맞았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제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에 접어든 1944년 5월 베를린에서 결혼한 부부는 남편이 독일군에 징집된 기간을 제외하고 늘 함께했다고 한다. 언론 인터뷰에서 부부는 연합군의 폭격으로 베를린 시내 관공서가 파괴돼 혼인신고를 제때 못한 사연, 원래 살던 지역이 전후 동독에 속하게 되면서 1952년 세 자녀를 데리고 서독으로 탈출한 경험 등을 담담하게 들려줬다.

100세를 넘긴 남편은 장수 비결로 가로세로 낱말 퀴즈(크로스워드 퍼즐) 맞히기와 운동을 꼽았다. 80년간 흔들림 없이 서로 의지할 수 있었던 데 대해선 부부가 똑같이 “나는 지금도 그를 사랑하고 그도 나를 사랑한다”며 “우리는 서로에게 딱 맞는다”고 답했다. 2005년 개봉한 ‘너는 내 운명’이란 영화 제목이 꼭 들어맞는 듯하다. 5월은 ‘가정의 달’이고 어제가 ‘부부의 날’이었다. 가정의 중심은 부부다. 모든 부부에게 새삼 반려자의 의미를 새기고 고마움을 표시하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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