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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세계일보 취재팀, 5월 박지만 회장에 '국가기밀 유출' 제보

관련이슈 [특종!] 정윤회 국정 농단 의혹

입력 : 2014-12-12 06:00:00 수정 : 2014-12-12 15: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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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에 알리고 국가정보원에 도움 요청하겠다" …참모진에 막혀 흐지부지 세계일보 취재팀이 새정부 아래서 은둔하다시피한 박지만 EG그룹 회장을 접촉한 것은 청와대 유출 문건에 거론된 그와 관련된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이와함께 취재팀은 청와대 보안 시스템에 대한 경고음을 울려야 할 필요성도 느꼈다. 보안이 작동되어야 할 곳이 뻥 뚫려서 정보가 새어나가고 있다면 국가적 위기가 아닐수 없다고 판단했다. 박 회장은 취재팀을 만난 뒤 우선적으로 청와대 문건 보안 시스템의 심각성에 대해 청와대에 전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필요하다면 국가정보원에 도움을 요청할 것이라고도 했다. 취재팀은 친동생인 그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사안의 심각성을 전달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판단해 문건을 건넨 뒤 추후 보안 점검 상황을 확인해보기로 했다. 하지만 취재팀이 문건을 건넨 이후 상황은 기대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됐다.

청와대는 문건 유출자를 제대로 색출하지 못했으며, 결과를 대통령에게 보고했는지 파악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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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확인 작업 위해 박 회장 접촉

취재팀은 지난 5월12일 박 회장과 마주 앉았다. 청와대 문서 유출과 관련해 전화 통화를 한 지 이틀 만이었다. 그는 문건을 직접 확인하고 싶어했다. 취재팀도 문건에 실린 내용이 어느정도 사실에 부합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던 만큼 박 회장을 만나 문건 내용의 진위와 다량의 문건이 유출된 경위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취재팀이 박 회장에게 들고간 문서는 A4용지 100여장 분량이었다. 대부분 문건은 박 회장을 둘러싼 주변 인사들과 관련한 내용이었다. 박 대통령 일가의 사생활을 다룬 내용이 많았다.

문건을 읽어본 박 회장은 “청와대 내부에 심각한 보안사고가 발생했다”며 우려했다. 그는 우선적으로 유출 문서를 청와대에 전달하겠다고 했다. 그는 박 대통령에게 문서유출 사실이 보고되면 특별지시가 떨어질 것이고 대대적인 보안점검이 이뤄져 시스템이 정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회장은 보안 점검과 관련해 국정원 측에서 진행하는 방법도 건의할 생각이라고 했다. 박 회장은 청와대 조사만으로는 유출 루트를 제대로 밝혀내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남재준(70) 당시 국가정보원장에게 도움을 요청할 것이라고 했다. 박 회장은 남 전 원장이 이 같은 일을 소신 있게 처리할 것으로 믿고 있었다. 
'비선실세 국정개입 문건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박지만 EG 회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가운데 11일 오후 박 EG회장의 서울 청담동 자택에 적막감이 감돌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 보고도, 사후 조치도 없어

취재팀은 박 회장이 문건을 전달하고 청와대 감찰이 착수됐는지를 10여일 뒤 확인했다. 박 회장 측은 정호성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에게 문건을 전달했다고 답했다. 정 비서관이 박 대통령에게 직보할 수 있는 위치이므로 그에게 문건을 넘겼다는 게 박 회장 측의 설명이었다.

그러나 중간에 문건유출 추적 작업이 흐지부지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드러났듯이 청와대는 보안 점검을 철저히 하지 못했다. 유출루트도 적시하지 못했다.

이후 취재팀이 역추적해 본 결과 정 비서관에게 건네진 청와대 문건은 김기춘 비서실장에게 넘어갔다. 김 실장은 홍경식 민정수석에게 알아보라고 말했고, 그 아래 있던 권오창 공직기강비서관이 추적에 나섰다. 민정수석실은 박관천 경정이 문건을 유출하고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이 이를 방관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조사를 진행했지만 아무런 혐의를 밝혀내지 못했다.

진상조사는 관계자들에게 입 단속 지시가 떨어지고 유야무야됐다. 문서 유출 사실 및 문서들의 내용, 진상조사 등이 박 대통령에게 보고됐는지 확인되지 않았다.

법조계 관계자는 “청와대라는 덩치 큰 배에 물이 스며들고 있는데 선장에게 이런 사실을 알리지도 않고 구멍을 막지도 않았다”며 “책임 추궁이 두려워 문서유출 보고를 은폐하다가 이제는 시스템을 통째로 마비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현일 기자 con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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