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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가니 우리 아가'…자식 이름 부르며 통곡한 사연

입력 : 2014-10-20 13:32:35 수정 : 2014-10-20 16:4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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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판교 테크노밸리 환풍구 추락사고로 숨진 조모씨의 통장에는 결혼을 약속한 여자친구 A씨에게 보내는 사랑의 메시지가 끝없이 이어졌다. 조씨가 A씨와의 결혼을 꿈꾸며 정기적으로 수만원에서 수십만원의 돈을 저금하면서 7글자만 입력할 수 있는 입금 메모란에 A씨에게 전하는 마음을 쪼개고 쪼개 이어간 것이다. 훗날 A씨에게 할 청혼을 준비한 듯 보였다.

그러나 통장은 인생을 함께하자는 멋진 프러포즈와 함께 전해지지 못하고 조씨의 유품을 정리하던 가족들에 의해 차 안에서 발견됐다. 이 같은 사실을 전혀 몰랐던 조씨의 부모와 A씨는 결혼이라는 행복한 꿈을 꾸며 차곡차곡 성실하게 저금했을 조씨를 생각하며 조씨의 빈소에서 목놓아 울었다. 조씨의 어머니는 “이제 좀 마음 편히 사나 했는데, 왜 가니 우리 아가”라며 아들의 이름을 부르며 통곡했다.

조씨의 장례식장에 조문을 온 지인들은 조씨를 ‘자수성가한 효자’라고 입을 모았다. 부유하지 못한 환경에서도 성실히 공부해 모 에너지기업에 자리를 잡은 조씨는 30대에 과장직에 오르며 성실성과 능력을 인정받았다. 조씨의 회사 동료는 “조 과장은 지난해에 태양광 대여사업을 성공적으로 론칭하며 가장 우수한 사원으로 평가 받았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1년 가까이 교제한 A씨와 결혼을 꿈꾸며 행복할 일만 남았었지만, 불의의 사고로 동갑내기 회사 동료 윤모씨와 함께 허무하게 세상을 떠났다.

20일 오전 6시 조씨의 빈소에서는 빗소리에 잠이 깬 조씨 부친의 통곡소리가 적막을 깨고 흘러나왔다. 조씨의 부친은 향을 다시 피우고 아들의 영정과 단상을 연신 닦으며 “이놈아 어디 가니”라고 어깨를 들썩이며 울었다.

판교 환풍구 추락사고의 사망자 16명 가운데 10명이 조씨처럼 판교 테크노밸리 인근에서 근무하던 30∼40대 남성이어서, 홀로 남은 부인과 어린 자녀들에 대한 걱정이 장례식장을 가득 채웠다.

김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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