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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분 오신다” 구조보다 의전 먼저 챙긴 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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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5-14 18:54:24 수정 : 2014-05-15 16: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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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급한 시간에 해경에 수차 전화…침몰 당시 녹취록서 드러나
세월호가 침몰하는 동안 전남본부 소방상황실이 목포 해양경찰에 수차례 전화를 걸어 중앙부처 간부의 의전을 문의하며 구조를 방해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새정치민주연합 진선미 의원은 14일 국회 안전행정위 전체회의에서 안행부의 세월호 참사 현안보고가 끝난 뒤 질의를 통해 “침몰된 배 안에 있는 400명에 대해 소방에서는 최우선 구조대상이 아니라 소방본부장과 보건복지부 고위 관계자들 앞에서 구조된 사람들을 보여줘야 하는 의전이 먼저임이 너무나 명백하게 드러나고 있다”며 녹취록을 공개했다.

녹취록에는 참사 당일인 지난달 16일 오전 10시34분부터 57분까지 23분 동안 전남 119상황실이 해경에 전화를 걸어 구조자를 배에서 가장 가까운 서거차도가 아닌 팽목항으로 옮기도록 요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녹취록에 따르면 119상황실은 10시34분 목포 해경과의 첫 통화에서 “보건복지부하고 중앙부처에서 지금 내려오고 있다는데 서거차도는 섬이라서 못 가잖아요. 팽목항으로 일단 중앙부처 온다는데 어떻게 하죠”라고 물었다. 해경은 “높은 양반들이 서거차도로 오든 팽목으로 오든 저희들은 모르겠고 우린 한 사람이라도 구조하는 게 우선 아닙니까”라고 답했다.

119상황실은 또 10시39분, 45분 두 차례에 걸쳐 서해지방해양경찰청에 전화를 걸어 “저희 헬기라든지 구급차, 유조차든 전부 팽목항에 집결하고 있어요. 또 중앙 정부에서 집결하고 있는데 거기서 대기하고 있다가 서거차도에서 다른 데로 가버리면 어떻게 해요. 다 붕 뜨게 된단 말이에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해경은 “그건 나중에…. 인명구조가 우선이니까 그건 나중에 나중 일이고요. 지금 많이 바쁘니깐 죄송합니다”라며 구조의 시급함을 설명했으나 119상황실의 전화질은 계속됐다. 10시50분 통화에선 서거차도 감독자와 관리자가 있는지와 전화번호를 물었다. 특히 10시45분 통화에서 400여명의 실종자가 발생한 사실을 파악했음에도 49분부터 57분까지 4차례나 계속 전화를 걸었다. 119상황실이 해경 구조를 방해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소방방재청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사고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육지인 팽목항이 환자응급처치와 헬기 이송에 적합한 지역이므로 구조자를 팽목항으로 이송할 필요성이 있다고 해경에 통보한 것”이라며 “중앙차원의 사람들이란 보건복지부의 재난의료 지원팀, 중앙119구조본부 구조팀으로 긴급구조지원 인원이므로 의전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사항”이라고 해명했다. 

배 기우는데… 장관은 경찰 행사서 “파이팅” 새정치민주연합 이찬열 의원이 14일 국회 안전행정위 전체회의에서 강병규 안행부 장관에게 “세월호 침몰 사고 발생 직후에도 강 장관은 경찰학교 행사에 참석해 파이팅을 외치고 있었다”고 관련 사진을 공개하며 질타하고 있다.
남제현 기자
여야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강병규 안전행정부 장관을 한목소리로 질타했다. 일부는 격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눈물을 흘리거나 말을 잇지 못했다. 새누리당은 야당 못지않게 매섭게 추궁했다. ‘세월호 참회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나선 서청원 의원은 “장관은 내가 개인적으로 생각할 때 사태 수습 능력과 사고가 아무것도 없다. 오늘 당장 사표를 내라”고 촉구한 뒤 급기야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 이재오 의원은 사건 발생 후 청와대 보고 시간을 따져 물으며 “행정부의 수반은 대통령인데 청와대 보고까지 한 시간이 걸리고, 사건 두 시간이 지나서도 안전하다고 보고하는데 이걸 정부라고 할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영철 의원은 “재난관리책임기관으로서 역할을 포기한 안행부, 이름 바꿔”라고 호통을 쳤다.

새정치연합은 분통을 터뜨렸다. 이찬열 의원은 “중앙재난본부가 구성되고 한 시간 지난 상황에 안행부 장관은 경찰학교 행사에 참석해서 파이팅을 하고 있다”며 “재난본부장인 안행부 장관이 일을 제대로 하나도 안 했다. 개념도 사실 정립이 안 된 것 아닌가”라고 장관의 부적절한 처신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현 의원은 장관에게 “사의를 표명한 적 있느냐”고 묻고 “아직 사의를 표명하지 않은 것은 무책임하다”고 질책했다. 문희상 의원도 “참으로 가슴이 먹먹하다. 말문이 막혀서 말이 나오지 않는다”고 울먹였다.

박영준 기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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