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초 영하로 떨어지며 냉해… 충북지역서만 760ha 피해

3월 말까지 이상기온으로 과수 개화시기가 10일 정도 앞당겨졌다가 4월 초 최저 기온이 갑자기 영하 4도까지 뚝 떨어져 꽃들이 냉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30일 충북도에 따르면 4월 초 충북지역에 몰아닥친 꽃샘 추위로 사과 515ha, 배 168ha, 복숭아 53ha, 기타 작물 23ha 등 총 760ha가 꽃눈 피해를 봤다.
지역별로는 보은이 525ha로 가장 많고, 영동 70ha, 음성 61ha, 진천 33ha, 괴산 31ha, 증평 24ha, 청원 10ha, 제천 5ha, 충주 1ha다.
이 지역에는 3월 말까지 이상기온으로 날씨가 따뜻했지만, 지난 4∼6일 영동의 최저기온이 영하 3.6도까지 떨어지는 등 평균 0.4도의 꽃샘 추위가 기승을 부렸다. 산간 구릉지와 저지대에는 서리까지 내렸다. 이 때문에 개화기를 맞은 배꽃이 얼고, 개화준비를 하던 사과 꽃눈도 피해를 봤다.
1만여㎡ 규모의 배 농사를 짓는 김모(48·영동군 영동읍)씨는 “냉해 입은 배꽃의 씨방 부분을 갈라보면 속이 검게 변해 있다”며 “3월 이상고온으로 배꽃이 일찍 피는 바람에 피해가 컸다”고 말했다.
배나 사과의 꽃눈은 냉해를 입을 경우 새까맣게 탈색되면서 떨어져 결실이 되지 않는다. 다만 한 화총에서 8∼9개의 꽃이 순차적으로 피는 배는 나중에 핀 꽃이 수정되는 사례도 있다.
영동군은 앞서 이달 중순 과수농가의 냉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1ha당 인공수분용 꽃가루 125g을 긴급 지원하기도 했다. 영동군 농업기술센터의 관계자는 “통상 배는 3∼4번째 피는 꽃에서 가장 튼실한 열매를 맺는다”며 “나중에 피는 꽃에서는 크기가 작고 형태가 일그러진 배가 매달릴 수 있다”고 말했다.
피해 규모가 커지자 충북도는 5월 말까지 정밀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도는 또 현재 심각해질 수 있는 냉해에 대비해 시, 군 농업기술센터를 통해 충분한 영양제 보급과 과수 적과량을 줄이도록 유도하고 있다.
충북도 농산지원과 관계자는 “사흘간의 꽃샘추위 뒤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뒤늦게 수정된 꽃도 적지 않을 것”이라며 “정밀조사 뒤 피해가 큰 농가에는 농약대를 지원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주=김을지 기자 ej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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