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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쥐꼬리 임금 수의대 인턴 ‘乙의 비애’

입력 : 2013-12-26 06:00:00 수정 : 2013-12-26 10:3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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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9시간 이상 일하고도 무급∼140만원 받아
대학측 “수련목적 학생… 근로자 아니다” 주장
인턴 “학생노동자… 최저 생활비는 줘야” 반박
“진료보조 특근비 및 식대를 지급받지 못함을 이해하며 임상대학원생으로서… 진료참여를 희망하는 바입니다.”

수의대를 졸업한 최길동(27·가명)씨는 올해 2월 서울시내 한 사립대학 수의과학대 임상대학원에 지원해 합격했다. 대학 측은 합격통지와 함께 “인턴지원서와 서약서 한 장을 작성해 제출하라”고 안내했다. 학생들은 대학원에 다니면서 대학 부속 동물병원에서 인턴 근무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씨는 서약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대학 측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월 40만원의 급여(특근비+식대)를 지급했는데 올해부터는 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급여 지급을 중단하는 이유에 대해 한마디 언급도 없었다. 하지만 대학 관계자는 “서류를 제출하지 않으면 사실상 입학이 취소된다”고 밝혀 최씨는 서약서에 서명할 수밖에 없었다.

대학원에 입학한 뒤 최씨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혹은 그 이상 근무한 게 벌써 열 달째”라며 “그동안 대학 측에서 받은 돈은 한 푼도 없다”고 말했다. 이 대학 외과, 내과, 산과 인턴 및 레지던트 60여명은 누구도 그 이유를 따지지 못했다.

이 대학 동물병원장은 “인턴의는 ‘수련’을 목적으로 하는 학생이지 근로자가 아니다”며 “지난해 학교 감사에서 급여 지급이 문제 돼 올해부터 지급을 중단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근로장학금 등의 방법으로 학생들을 지원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덧붙였다.

수의사 면허를 딴 뒤 인턴·레지던트 과정을 선택한 학생들이 일을 하고도 돈을 받지 못하거나 터무니없이 적은 급여를 받고 있다.

25일 취재팀이 전국 5개 수의대를 확인한 결과 학교별 상황은 제각각이었다. A대학은 월 급여로 70만원을 지급하고 있고 B대학은 140만원, C대학 80만원, D대학은 60만원을 각각 지급했다. 이 가운데 B대학은 인턴 수의사를 정식으로 선발한 터라 급여를 주고 있었다. 나머지 대학은 학생 신분이다보니 근로장학금 형식으로 쥐꼬리만 한 임금을 지급하고 있었다.

수의대 인턴들은 통상 하루 최소 9시간 근무를 조건으로 부속동물병원에서 일한다. 하지만 급여는 법정 최저임금(시급 4860원)을 밑돈다. 한 지방대 수의대 인턴 이모(29)씨는 “우리 신분은 학생이지만 생활은 직장인과 다를 바 없는 학생노동자”라며 “전문의 수준의 처우를 바라는 게 아니라 인간다운 생활을 원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인턴 수의사 박모(30)씨는 “생활은 면허증 없이 실습하는 학부생들보다도 열악하다”면서 “생명을 살리고자 시작한 이 일이 무의미하게 느껴지곤 한다”고 토로했다.

무급 인턴 동의서 올해 2월 서울시내 한 사립대 수의대 임상대학원 입학을 앞둔 학생들이 학교에 제출했던 서약서 양식. ‘무급 인턴’에 동의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는 ‘임금을 목적으로 노동을 제공하는 자’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수련을 목적으로 하는 인턴이라면 충분한 지도를 받으면서 기술을 습득하는지 여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상당수 인턴 수의사들은 본인 이름으로 진료하고 치료비를 청구하고 있고, 교수는 확인만 하고 있는 실정이다.

민주당 최민희 의원실 관계자는 “사실상 노동을 제공하는 인턴들은 근로자로 인정해야 한다”면서 “지난 8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근로기준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발의해 소관위 심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권이선 기자 2s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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