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시장 “區가 애초 공사 잘못해” 서울시가 22일 침수 원인 및 방지책을 놓고 서울시의회 및 서초구와 연이어 공방을 벌였다. 오전에는 노량진 배수지 수몰사고 책임 소재를 놓고 서울시의회와 논쟁을 벌였고, 오후에는 강남역 일대 침수 방지를 위한 대책을 놓고 서초구와 다른 의견을 보였다.
정연찬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장은 이날 서울시의회 환경수자원위원회 임시회에 참석해 “지난 6일 도달기지 작업구에 임시로 설치한 차수막(물막이벽)이 수압을 이기지 못했기 때문이고, 이 차수막에 관한 설계는 시에 보고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진두생 서울시의원은 “설계 없는 공사를 했는데 감리사가 제재도 안 하고 보고도 안 했다는 게 말이 안 된다”며 “지난 1월 사실상 부도상태였던 시공사 천호건설에 영업정지 4개월을 내렸음에도 서울시가 업체를 바꾸지 않은 이유는 무엇이냐”고 질타했다.
정 본부장은 “전면 책임감리제로 진행된 공사였고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진 의원 등 시의회의원들은 최고감독기관인 서울시의 책임을 지적하며 과거에도 침수사례가 있었는지를 물었지만 서울시와 상수도사업본부는 “경찰 조사에서 밝혀야 할 사안”이라고 피해갔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오후 상습 침수지역인 강남역 일대를 방문해 “하수관거의 재구조화와 통수능력 확장으로 2015년까지 (침수 현상을) 완전히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박 시장은 “엄청난 비용을 투자하지 않고도 침수를 줄이는 대책을 이미 마련했다”며 “애초 서초구가 (삼성 본관 지하 하수관거) 공사를 제대로 했다면 지금 이런 걱정을 덜 해도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시장의 발언은 자신보다 앞서 오전에 현장을 찾은 진익철 서초구청장의 발언에 대응한 것이다.
앞서 진 서초구청장은 “사당역 부근에 25일 준공되는 임시저류조가 침수를 온전히 해소할 수는 없다”며 “근본적인 해결책은 (빗물저류 배수시설인) 대심도 터널 건설뿐”이라며 박 시장과는 이견을 드러냈다. 서초구는 “단순히 강남역 부근만이 아니라 다른 지역도 상습침수지역이 많다”며 “대심도 터널이 건설되지 않으면 방배동만 하더라도 1200여가구가 해마다 침수 우려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강남역·삼성전자 사옥·진흥아파트·용허리공원 저류조 공사현장 등을 둘러본 박 시장은 “신분당선 공사를 할 때 주차장 겸용으로 쓸 수 있는 대형저류조를 만들었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 시장은 또 최근 잦은 비에 우려한 시민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과거 강남역이 침수됐던 사진을 올리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박 시장은 “과거 (강남 침수) 사진을 지금 벌어지는 것처럼 올려 혼란을 빚는 경우도 있다”며 “악의적으로나 장난으로 하는 것에 대해서는 법적인 조치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종현 기자 bal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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