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구급차 운전기사 A씨는 한 대중가수를 경기 고양시에서 서울 성동구의 행사장까지 데려다줬다. 사이렌을 울려 교통 체증을 뚫고 빠르게 행사장에 도착한 대가로 30만원을 받았다고 한다. 구급차가 ‘총알택시’ 노릇을 한 것이다. 2021년 8월부터 무면허로 23차례 구급차를 운전한 사실까지 적발된 A씨는 2023년 법원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렇듯 연예인 등 유명 인사들이 사설 구급차를 타고 행사를 하러 다닌다는 건 한때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사설 구급차를 출퇴근용 등 사적 용도로 이용하던 파렴치범들이 적발됐을 때도 국민의 공분이 컸다. 취재진이 사설 구급차를 따라가 봤더니, ‘허위 환자’들이 응급실이 아닌 음식점·유흥주점 앞에서 내리는 방송 리포트가 적지 않았다. 요양원 환자 이송 등 응급환자가 아닌 환자를 이송하는 사례는 셀 수 없을 정도라고 한다. 대부분 단속이 민원이나 신고에 의존하고 있어 적발이 어렵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전국 공공·민간 구급차 운용 점검에서 구급차를 제대로 운용하지 않아 적발된 건수는 526건이다.
복지부가 어제 ‘구급차에 대한 긴급자동차 적용 기준’을 마련했다. 현장에서 구급차의 운행 목적을 판단할 때는 환자 및 응급의료종사자의 동승 여부를 확인하고 모두 탑승하고 있는 경우 긴급성을 인정한다는 방침이다. 그간 구급차의 긴급한 용도에 관한 명확한 지침이 없어 허위로 운행하는 구급차를 가려내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안전치안점검회의에서 “허위 앰뷸런스 등 기초 질서를 잘 지키지 않는 부분에 대해 제대로 계도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지적한 데 따른 조치다. 이 대통령은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도로 위에서 벌어지는 ‘일상 속 반칙’이 사회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했다.
도심을 누비는 구급차를 보며 진짜 응급환자가 탔을까 의심한 적이 있을 게다. 그런데도 대부분 운전자는 목숨이 경각에 달린 환자가 탔을 것이라 믿고 꽉 막힌 도로에서 기꺼이 차로를 양보한다. ‘언젠가 내 가족이 저 구급차에 탄 환자가 될 수도 있다’는 신뢰가 깔려 있어서다. 이번 기회에 가짜 구급차 폐해를 뿌리 뽑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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