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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어진 옷에 맨발로 덜덜… 놀란 부상자 표정 아직도 생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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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07-10 08:41:22 수정 : 2013-07-10 08:4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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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피해자 가족처럼 도운 美개업의 유고명씨
통역 봉사에 여학생 집에서 보호, 퇴원한 사람들은 만둣국 사먹여
“제가 뭐 한 게 있습니까. 환자복만 입고 추위에 떠는 부상자에게 점퍼를 벗어준 총영사관 직원 같은 분들이 더 고생했죠.”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업의로 활동하는 유고명(66·사진)씨는 8일(현지시간)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아시아나 항공기 착륙사고 부상자들의 놀란 표정이 아직껏 생생하다”고 말했다.

지난 3일간 샌프란시스코 병원들과 총영사관을 돌아다니며 누구보다 정신없이 보낸 그다. 병원에서 한국인 부상자들 통역을 돕고 퇴원한 이를 한국 식당으로 데려가 만둣국을 먹여줬다. 어쩔 줄 모르고 울고 있는 여학생을 집으로 데려가 재워 이튿날 한국의 부모 품으로 돌아가도록 해주기도 했다.

유씨는 지난 6일 집에서 휴식을 취하던 중 텔레비전을 통해 아시아나항공기 사고 소식을 듣고 차로 15분 거리의 세인트 메리 메디컬센터로 달려갔다. 그가 캘리포니아 퍼시픽 메디컬센터(CPMC)와 함께 자문의사로 활동하는 병원이다. 외국인들이라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다는 보도 내용이 마음에 걸렸다. 다친 승객들이 부상 정도에 따라 샌프란시스코 종합병원 등 9개 병원에 분산 배치되는 상황이었다. 세인트 메리 메디컬센터에는 40대 한국인 남녀 부상자와 중국인 부상자 2명이 옮겨져 있었다.

한국인 부상자들은 끔찍한 사고와 낯선 환경에 놀라고 당황한 표정이었다. 머리에 피를 흘리고 다리를 절었다. 유씨가 “한국인 의사니까 마음을 편히 하시라”고 하자 그제서야 조금 안도했다. 상처를 꿰매고 전신 CT촬영 결과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오자 병원 측은 퇴원을 결정했다.

부상자들은 치료를 위해 옷을 찢은 탓에 맨발에 반소매 환자복만 입어 추위를 느낄 정도였다. 유씨는 병원 측에 요청해 담요를 구해줬다. 이어 그는 부상자들에게 따뜻한 만둣국을 사먹인 뒤 총영사관으로 데려가 임시여권을 만들도록 도와줬다.

유씨는 총영사관 대기실에서 울어 얼굴이 퉁퉁 부은 여학생 김모(20)씨를 만났다. 병원에서 응급치료를 받았다는 서류를 든 채 어쩔 줄 모르고 있었다. 그는 수소문 끝에 김씨의 사촌언니(23)까지 찾아 둘을 자기 집으로 데려가 재운 뒤 이튿날 공항으로 데려가 출국시켰다.

그는 “아직까지도 머리가 멍멍할 정도로 어떻게 그 시간이 지나갔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날도 그는 총영사관 직원과 함께 페닌슐라 병원을 찾아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부상자 치료를 지원했다. 그는 딸을 애타게 기다리던 김씨의 부모한테서 고맙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받으니 피곤함을 느낄 수 없었다고 한다.

샌프란시스코 한인회 전일현 회장은 유씨를 “돈을 못 버는 의사”라고 평했다. “요령껏 진료하지 않고 원칙대로만 하다 보니 그렇다”는 것이다. 유씨는 1973년 미국으로 유학와 샌프란시스코에서만 30년째 개업의를 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박희준 특파원 july1s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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