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세계일보가 접촉한 전문가들에 따르면 오원춘 같은 살인마에게 잡혔을 때는 고함→대화→저항→동의의 순서로 대응한다면 달아날 기회를 만들 수 있다. 첫 번째 원칙은 길거리나 주택가 등지에서 갑작스럽게 마주치면 비명 대신 고함을 질러야 한다. 놀라서 지르는 비명의 경우 소리가 크지도 않고 오히려 살인마의 쾌감을 높일 가능성이 크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피해자 혼자 궁지에 몰렸을 때 비명을 지르면 살인마가 피해자의 입을 틀어막거나 가혹한 폭행이나 살인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이때는 대화를 하면서 시간을 끌고 동정심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동정심을 끌 때는 “아픈 가족이 있다”,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면서 감정이입을 끌어내고 설득해야 한다.
만약 이 같은 설득도 통하지 않는 상황에 몰렸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주먹이나 발로 저항하거나 살인마의 말을 고분고분 따르는 두 가지 경우 모두 애매하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차라리 반항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최후의 수단은 살인마의 지시에 피해자가 ‘어쩔 수 없이 동의’하는 것이다. 피해자가 살인마에게 “해치지 말아 달라, 그러면 당신 뜻대로 하겠다”며 순순히 따르는 것이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목숨만이라도 건지려는 선택이다. 이때도 피해자가 살인마를 ‘제어’하려 든다는 인상을 줘서는 안 된다.
박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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