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이라고 해서 다 소중한 것은 아니다. 깨끗해야 한다. 더럽고 오염된 물은 인간의 생명이 되기는커녕 되레 목숨을 위협한다. 예로부터 인류가 상수도를 만든 것도 이런 까닭이다. 오염되지 않고 안전한 물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상수도를 만든 것이다. 로마는 기원전 300년경에 아피아수도를 만들었다. 그 연장이 18㎞나 된다. 산에는 터널을 뚫고 계곡에는 다리를 만들어 물을 공급했다. 로마제국의 멸망과 함께 아피아수도는 파괴됐지만, 깨끗한 물을 마시고자 했던 로마인의 절실함이 담겨 있다.
세계에서 가장 깨끗한 수돗물을 공급하는 나라로는 스위스가 꼽힌다. 국민 대부분이 생수보다 수돗물을 마실 정도로 신뢰가 대단하다. 미국과 일본의 국민도 수돗물 만족도가 높다. 고도의 정수 시스템을 도입하고 지속적인 수질검사를 통해 안전한 수돗물을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수돗물 불신이 여전하다. 국민의 수돗물 만족도와 음용률이 50% 안팎에 그칠 정도다.
또다시 수돗물 난리다. 녹조현상이 확산돼 수돗물에 악취가 심하고, 심지어 독성물질이 포함됐다는 이야기까지 번지면서 수돗물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정수 과정에서 독성물질이 제거돼 안전하다고 말하지만 국민은 믿지 못한다. 대형 마트에 생수가 동난 것만 봐도 그렇다. 너도나도 수돗물을 못 믿겠다며 생수 사재기에 나선 것이다.
정부는 폭염만을 탓하고 비 내리기만을 바라는 모양이다. 국민의 생명줄인 깨끗한 물을 놓고 하늘만 쳐다보고 있으니 한심하다. 때마침 비가 내려 녹조현상은 잦아들겠지만 그렇다고 수돗물에 대한 국민의 불신까지 사라질까.
김선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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