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병 사망… 단전·차량 폭발 사고도 속출 지구촌의 이상 폭염으로 인해 심장마비 등 사고가 빈발하고 있다.
미국의 동부 일원은 화씨 100도(섭씨 37.8도)가 넘는 기록적인 폭염으로 연일 불볕 더위에 시달리고 있다. 뉴욕, 볼티모어, 필라델피아, 프로비던스 등 주요 대도시가 6일 사상 최고의 기온을 기록했다고 미국 기상청이 밝혔다. 뉴욕의 기온은 이날 오후 화씨 103도(섭씨 39.4도)까지 올라갔다. 이는 1999년의 최고 기록이었던 화씨 101도보다 2도가 높은 수치이다. 볼티모어 국제공항은 이날 화씨 105도(섭씨 40.6도)를 기록했다. 보스턴, 필라델피아, 프로비던스의 이날 기온도 모두 화씨 100도를 돌파했다. 이는 모두 사상 최고 기록이다.
이 지역에는 폭염 주의보가 발령됐다. 미 동부 지역은 지난겨울에 1세기 만의 최고 폭설 사태를 겪은 데 이어 올여름에 사상 최고의 폭염 사태를 맞았다. 이상 고온으로 인해 필라델피아에 거주하는 92세 할머니가 사망하는 등 피해 사례가 속속 접수되고 있다. 디트로이트에서도 주차장에 누워 있던 한 여성이 사망했다. 보건당국은 심장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 무더위에 질식으로 사망할 수 있다며 각별한 주의를 촉구했다.
살인적인 더위로 전기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단전 사태도 속출하고 있다. 필라델피아에서는 5일에 8000여명이 단전으로 고통을 당했다. 경찰은 단전 지역에 긴급 배치돼 질서 유지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지하철과 전철 등은 시속 30㎞ 정도로 달리는 등 속도를 최대한 줄여 고열로 인한 선로 이상 등 비상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기차가 거북이 운행을 함으로써 무더기 지각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베이징(北京)을 비롯한 중국 곳곳에서도 낮 최고기온이 섭씨 40도를 넘나드는 폭염이 이어지면서 엔진 과열로 인한 차량 화재 및 폭발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7일 홍콩의 명보(明報)에 따르면 6일 오전 8시30분쯤 베이징시 차오양(朝陽)구에 위치한 화웨이(華威)교를 지나던 버스가 고온으로 인한 엔진 과열로 화염에 휩싸이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버스에는 승객 20명 이상이 타고 있었으나 운전사가 차량이 폭발하기 전 연기가 나는 것을 보고 승객들을 대피시켜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버스는 결국 전소되고 차창도 산산이 부서졌다.
베이징 시내 도로의 지열은 6일 최고 섭씨 68도까지 올라갔으며, 전문가들은 차량의 화재가 폭염에 따른 자연발화로 보고 있다.
베이징은 5일 낮 최고기온이 섭씨 40.6도로 관측돼 1951년 이래 7월 초순의 기온으로는 사상 최고를 기록하는 등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앞서 5일에는 광둥(廣東)성 선전시 뤄후(羅湖)역 부근에서 한제약회사의 차량이 갑자기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또 4일에는 하이난(海南)성 하이커우(海口)시에서 버스에 갑자기 불길이 치솟아 승객 10명이 대피하는 등 지난달 29일 이후 중국 곳곳에서 폭염으로 인해 모두 6건의 차량 자연발화 및 폭발사고가 발생했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베이징=주춘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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