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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 납치' 눈감은 일본 ②] 12년5개월간 감금당한 고토씨 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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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03-26 11:41:30 수정 : 2010-03-26 11:4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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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교 가입탓 가족이 밀실에 가둬… 교리비판 반복·신앙포기 강요당해
몇차례 단식투쟁 탈출시도도 허사
고초겪다 풀려날 땐 영양실조 상태
“일본이 제대로 된 자유 민주국가라면 저 같은 피해자가 더 이상 나오지 않아야 합니다. 독선과 아집에 사로잡혀 타인의 종교를 인정하지 않고 납치해서라도 강제로 개종시키겠다고 하는 야만적 범죄에는 단호하게 철퇴를 내려야 합니다.”
◇고토 도오루가 강제개종 납치감금에서 풀려난 직후의 모습.
23일 일본의 도쿄 시부야에서 만난 고토 도오루(後藤徹·46)는 납치·감금에서 풀려난 지 2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당시의 끔찍한 경험을 잊지 못하고 있다.

고토는 강제개종 납치피해자 중에서도 가장 긴 12년 5개월간의 납치·감금 피해를 입었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막 시작한 1987년 한 차례 납치를 경험했다. 세계기독교통일신령협회(통일교회)에 가입한 고토를 못마땅하게 여긴 부모형제들에 의해서였다. 하지만 당시는 1개월 만에 탈출해 큰 화를 입지는 않았다.

하지만 1995년 9월 11일 두 번째 납치는 지금 생각만 해도 몸서리가 쳐진다고 했다.

“집을 나와 독립해 살고 있었는데 가족들이 모처럼 식사를 같이 하자고 부르더군요. 한 번 납치된 경험이 있기는 했지만 오래전 일이라 설마 또 그러겠나 싶어서 집을 찾아갔어요. 식사를 한참 하는데 아버지와 형이 갑자기 달려들어 양쪽 겨드랑이를 잡고 밖으로 끌어내더군요.”

고토는 그 길로 차량에 실려져 니가타(新潟)시에 있는 한 맨션으로 끌려갔다. 그곳은 현관문과 창문에 특수 자물쇠가 채워진 밀실이었다. 강제개종 전문가를 자처하는 기독교계 목사가 다음날부터 매일 찾아와 교리 비판을 반복하면서 신앙 포기를 강요했다. 가족들은 1∼2주에 한 번 와서 안색을 살피고 가는 정도였다.

◇고토 도오루가 23일 도쿄 시부야에서 납치 당시의 생생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납치·감금 2년째 부친이 암으로 사망했다. 건장한 사내들에 의해 집에 끌려가 가족들에게 둘러싸여 부친의 유해를 한 번 대면한 뒤 곧바로 오기쿠보(荻窪) 전철역 부근의 또 다른 맨션으로 끌려가 감금됐다. 매일 목사가 5∼6명 신자를 데리고 나타나 “통일교 신앙을 포기하기 전에는 한 발도 나갈 수 없다”고 협박했다.

고토는 그때마다 “납치·감금은 중대한 인권침해이다. 이곳은 대화나 검증하는 장소가 아니다. 당신들은 보호라는 미명 하에 강제로 신앙을 빼앗으려 하고 있다. 여기는 자유민주주의 사회다”라고 반박했다.

고토의 완강한 거부에 개종 작업은 평행선을 달렸다. 그는 감금 기간에 3차례 단식투쟁을 벌였으며 탈출도 여러 번 시도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그가 계속 버티자 하루에 미음 약간과 스포츠 음료 1ℓ만 주면서 신앙 포기를 종용했다.

극단의 상황에서도 끝내 뜻을 굽히지 않자 가족들은 마침내 2008년 2월10일 납치 당시의 구두를 내주면서 맨션 밖으로 그를 내쫓았다. 12년을 넘긴 긴 감금에서 풀려난 순간이었다.

납치·감금의 후유증은 상상을 초월했다. 납치될 당시 키 182㎝의 건장한 청년이었던 고토는 풀려난 직후 몸무게가 39㎏으로 뼈만 남은 영영실조 상태였다. 혼자 걷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이제는 건강을 회복해 ‘전국 납치감금 강제개종 피해자 모임’의 대표를 맡아 일본 전국과 한국, 미국 등을 다니며 강제개종 납치·감금의 근절을 위해 뛰고 있다. 그는 “이런 행태는 특정 종교 간의 갈등 문제이기 전에 기본적 인권의 문제”라면서 “일본 사회가 제대로 된 인권사회가 되기위해선 반드시 해결하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도쿄=김동진 특파원 bluewin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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