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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랜드 참사 현장’ 옆 유스호스텔·추모공간…26년 만의 변화 [오상도의 경기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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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5-11 18:09:56 수정 : 2025-05-12 00:4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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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23명 목숨 앗아간 화성 씨랜드 참사 터 옆에 건설
10월 560여억원대 유스호스텔 개관…객실·수영장 등 갖춰
유스호스텔 인근 180평 규모 추모공간…다음 달 준공 예정
세월호 참사 이후 급물살…“재난을 기억하고 교훈 남기자”
‘상처 응어리’ 유족, 국가·사회에 실망…이민 등 택하기도
치유보다 앞선 참사 현장 개발은 논란…대형 관광지 조성

1999년 유치원생과 인솔교사 등 23명의 목숨을 앗아간 ‘씨랜드 참사’ 현장 옆에 추모 공간을 갖춘 유스호스텔이 들어선다. 참사의 교훈을 잊지 말자는 취지로 희생자들을 기리는 공간이 마련되지만, 30년 가까이 지난 ‘화마(火魔 )’의 상처는 여전히 아물지 않고 있다.

 

참사 현장 옆에 건설되는 ‘화성서해마루’ 유스호스텔 조감도. 화성시 제공

◆ 26년 前 참사 아픔…유스호스텔 옆 작은 추모공간

 

11일 경기 화성시에 따르면 시는 청소년들의 수련과 관광객 유치를 위해 조성 중인 유스호스텔 ‘화성서해마루’를 10월 개관할 예정이다. 

 

561억원을 들인 이 시설은 궁평관광지 내 서신면 백미리 363-13 일원에 연면적 1만3814㎡, 지하 1층·지상 4층 규모로 건설된다. 내부에는 객실(103실), 수영장, 북카페, 체험공간 등이 갖춰진다. 시를 방문하는 청소년 단체와 관광객을 위한 숙박과 수련시설로 계획됐다.

 

2017년 궁평관광지 조성 단계에서 결정된 유스호스텔 건설은 체류형 관광 촉진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일조하도록 설계됐다. 시는 서해마루를 민간에 위탁해 운영할 방침이다. 

 

이곳은 옛 참사 현장 남쪽에 잇닿아 있다. 사유지인 참사 터에는 이미 대형 위락시설이 들어서 영업하고 있다. 방문객들은 세월의 아픔을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모습이다.

 

씨랜드 추모공간 내 추모 조형물. 화성시 제공

앞서 화성시는 유스호스텔 인근에 씨랜드 참사로 희생된 이들을 위로하는 추모공간을 마련하기로 하고 3억5000만원을 들여 3월 착공했다. 다음 달 준공될 576㎡ 면적의 공간에는 부모가 아이를 감싼 형상의 석조 조형물과 공원 등이 함께 건립된다. 궁평관광지 조성과 함께 뒤늦게 추모공간 건립 계획을 밝힌 지 8년 만이다.

 

서러운 듯 아이를 품고 있는 부모의 석조 형상은 사고 당시를 알리는 표지석과 함께 찾는 이들의 가슴을 울릴 것으로 보인다. 희생된 아이들이 부모 품에서 편안히 쉴 수 있기를 기원하고 있다.

 

26년 만의 추모공간 조성이 유가족의 상처를 어느 정도 치유할지는 알 수 없다. 유족들은 2001년 서울시의 도움으로 마련한 서울 송파안전체험교육관 추모비에서 자체 추모식을 열어 왔다.

 

세월호 참사 이후 재난을 기억하고 교훈을 남기자는 분위기가 확산했고, 이때 씨랜드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공간 논의도 궤도에 올랐다.

 

이 과정에서 유족들은 추모공간 위치를 시가 정한 도로 인근에서 안쪽 원형보전녹지 지역으로 옮겨달라고 요청했다. 사고 현장과 최대한 가까운 곳에 마련해 달라는 얘기였다. 일부 유족은 의견을 묻지 않고 도로가에 배치한 시의 설계용역에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결국 추모공간 예정지는 관광단지 안쪽으로 조정됐다.

방치됐던 화성시 씨랜드 청소년수련원 화재 참사 현장의 2019년 6월 모습. 지금은 대형 위락시설이 들어서 있다. 연합뉴스

◆ ‘진상규명’ 미완의 마무리…유족 마음에 응어리

 

1999년 6월30일 새벽 당시 화성군 서신면에 있는 청소년 수련시설 씨랜드에서 발생한 화재로 서울 송파구 소망유치원생 19명과 인솔교사 1명, 레크리에이션 강사 3명 등 23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곳에 있던 3층짜리 불법 컨테이너 건물이 발화지점으로 지목됐고 인허가 비리까지 드러났으나 사유지인 해당 부지는 상당기간 방치됐다. 유족들의 상처 역시 외면받은 셈이다. 

 

그동안 유족들은 울분을 삭인 채 살아왔다. 모기향이 화재의 원인으로 추정된다는 수사 결과를 놓고 모기향으로는 불이 붙지 않는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사건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고 종결한 국가와 사회에 실망해 이민을 택한 사람들도 있었다.

 

당시 씨랜드 건물에는 다른 유치원에서 온 원생과 미술학원생, 인솔교사 등 1000여명이 머물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가 난 C동은 1층 콘크리트 건물 위 2∼3층에 컨테이너 52개를 쌓아 목재와 샌드위치 패널로 마감한 건물이었다. 단열재 위에 합판만 올린 벽재는 불길에 취약할 수밖에 없었다.

 

70㎞ 떨어진 오산소방서에서 출동한 소방차 역시 부실한 도로 여건에 현장 접근에 어려움을 겪었다. 화재경보기는 울리지 않았고, 소화전은 고장이 난 상태였다. 유독가스와 화염은 귀중한 생명을 앗아갔다. 궁평낙조와 해송군락지 등 천혜의 자연경관을 낀 해변이 지옥으로 돌변한 순간이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일부 유족은 방송을 통해 ‘동병상련(同病相憐)’의 비통한 심정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다”며 아파했다.

 

씨랜드 추모공간 위치도. 화성시 제공

26년간 사실상 잊혀진 참사 현장 인근에는 이제 다시 청소년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게 됐다. 참사의 아픈 이야기가 추모공간을 타고 상처를 치유하는 첫걸음이 될 것으로 기대해 본다.

 

하지만 구상 단계에서 논의가 부족했던 추모공간이 어느 정도 치유의 힘을 퍼뜨리는 장소로 역할을 할지는 장담할 수 없다.

 

시는 유스호스텔을 찾는 청소년들이 인근 추모공간을 방문해 씨랜드 참사의 아픔을 기억하도록 할 계획이다. 추모공간 조성에 마침표를 찍는 현직 시장과 공무원들 역시 정성스러운 운영으로 예의를 다할 것으로 보인다.

 

시 관계자는 “이번 추모공간은 희생자를 기리고 유족들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치유하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화성=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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