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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엔 김정은 벙커 뚫는 ‘현무-5’, 하늘엔 ‘죽음의 백조’ 떴다 [뉴스 투데이]

입력 : 2024-10-02 06:00:00 수정 : 2024-10-01 22:5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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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주년 국군의날 행사

괴물 탄도미사일 ‘현무-5’ 첫선
공군 호위 받으며 美 B-1B 전개
국군 L-SAM·F-35A 등 총출동
대테러용 다족보행로봇도 눈길

1일 서울공항에서 열린 제76주년 국군의날 기념행사에서는 존재 자체가 확인되지 않았던 초고위력 탄도미사일 현무-5가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미국 공군 소속 B-1B 폭격기도 한국 공군 F-15K 전투기와 함께 서울공항 상공을 비행,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과시했다. 한국군 독자적인 군사력과 미군의 전략적 타격력을 함께 보여줌으로써 대북 억제력을 충분히 갖췄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라는 해석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오전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건군 76주년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김용현 국방부 장관과 고위력탄도미사일 현무-5 앞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벙커 겨냥한 현무-5

이날 기념행사에 처음 등장한 현무-5는 9축 18륜 이동식 발사차량(TEL) 위에 원통형 발사관(캐니스터)을 얹은 형태였다. 해당 차량은 운전석이 전면을 바라본 채로 타이어만을 돌려 대각선으로 이동하는 측면기동능력을 선보였다.

현무-5는 탄두중량 8t, 총중량 36t에 달하는 초고중량·초고위력 탄도미사일이다. 지난해 국군의 날 기념행사에서 공개됐던 현무-4의 탄두중량(2t)보다 더 무겁다. 미사일을 수백㎞ 떨어진 곳까지 쏘아 올리는 추진체 추력도 기존 미사일보다 훨씬 강하며, 발사차량이 강한 화염과 가스 등에 노출될 위험도 크다. 현무-5와 같은 고중량 고체연료 탄도미사일은 발사차량의 원통형 발사관에서 미사일이 위쪽으로 밀려 올라가 공중에 떠오르면 엔진이 점화하는 콜드론치(Cold launch) 방식을 쓴다. 현무-5도 콜드론치로 미사일을 사출한 뒤 공중에서 엔진을 점화한다.

대북 억제력 과시 1일 국군의 날을 기념하는 시가행진이 2년 연속 펼쳐졌다. 이날 오전 서울공항에서 육해공군 병력과 장비가 참여해 제76주년 국군의 날 기념행사가 열렸으며, 이후 시가행진이 시작됐다.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미 공군 전략폭격기 B-1B 랜서가 이날 오전 서울 송파구 상공을 비행하고 있는 모습. 뉴스1

현무-4는 북한 내륙 곳곳에 흩어져 있는 지하시설을 관통, 무력화하는 ‘벙커버스터’ 역할을 맡고 있는데, 현무-5는 현무-4보다 훨씬 강력한 위력을 지닌 무기로서 화강암 지대 수백m 깊은 곳에 있는 북한 전쟁지도부 등이 은신해 있는 핵심 지하시설을 공격하는 임무를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현무-5는 탄두중량을 줄이면 실제 사거리는 한반도 일대를 벗어날 전망이다. 탄도미사일의 탄두중량과 비행거리는 반비례한다. 과거 사담 후세인 시절의 이라크도 스커드 탄도미사일 사거리 연장을 위해 탄두중량을 줄인 적이 있다. 현무-5도 탄두중량을 일반적인 탄도미사일 수준인 1t 안팎까지 줄이면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사거리 3000∼5500㎞) 수준의 비행능력을 지닌 것으로 추정된다. 현무는 우리 군이 자체 개발한 미사일 명칭이다. 현무-1은 퇴역했고 현무-2A·B·C는 단거리 탄도미사일, 현무-3A·B·C는 순항미사일이다. 현무-4는 현무-2를 개량한 탄도미사일이다. 현무-4-1은 지하시설 파괴가 가능한 고위력 탄도미사일, 현무-4-2는 함대지 탄도미사일, 현무-4-4는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이다.

 

대북 억제력 과시 1일 국군의날을 기념하는 시가행진이 2년 연속 진행됐다. 이날 오전 서울공항에서 육해공군 병력과 장비가 참여해 제76주년 국군의날 기념행사가 열렸으며, 이후 시가행진이 시작됐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 세종대로에서 K-9자주포 등 국군 기갑 장비가 시가행진을 하는 모습. 최상수 기자

◆미군 B-1B 날아와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미국 공군전략폭격기 B-1B 랜서도 국군의 날 기념행사에 처음으로 등장했다. 항공기 추적사이트 에어크래프트 스팟에 따르면, 이날 등장한 B-1B는 미 텍사스주 다이스 공군기지에서 공중급유를 받으며 날아왔다. 최대 1만2000㎞를 비행할 수 있는 B-1B는 미국의 전략적 억제력을 상징하는 전력으로 평가받는다. 핵무기는 운용하지 못하지만 최대 57t에 달하는 무장을 장착할 수 있어 B-2(22t)나 B-52(31t) 등 다른 미군 전략폭격기보다 월등한 무장량을 갖췄다.

기념행사에는 한국군이 보유하고 있는 첨단 전력이 대거 등장했다. 지난해 국군의 날 기념행사에서 일반에 공개된 장거리 지대공유도미사일(L-SAM)은 올해도 모습을 드러냈다. L-SAM은 고도 40㎞ 이상에서 적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미사일로서 한국형미사일방어(KAMD)에서 핵심적인 요소로 꼽힌다. 공군 F-15K 전투기에 탑재되어 운용 중인 타우러스 장거리 공대지미사일도 모습을 드러냈다. F-35A 스텔스 전투기와 KC-330 공중급유기, P-8A 해상초계기 등도 국군의 날 기념행사 도중 서울공항 상공을 비행했다. 민항기인 보잉737을 해상초계기로 개조한 P-8A는 시속 900㎞ 이상의 속도로 비행하며 적 잠수함을 찾아내 공격하는 ‘잠수함 킬러’다. 국산 KF-21 전투기도 미티어 장거리 공대공미사일을 탑재한 채 비행했다.

6·25전쟁 참전용사와 유족 8명이 참여하는 호국영웅 카퍼레이드가 펼쳐지고 있는 모습. 최상수 기자

무인장비도 모습을 드러냈다. 네 발로 이동하는 대테러 작전용 다족보행로봇이 기념행사에 등장해 경쾌한 발걸음을 선보였다. 시속 4㎞ 이상 속도로 움직이며 20㎝ 높이의 계단 등 수직 장애물도 오를 수 있는 이 로봇은 테러 발생 시 장병 대신 현장에 투입돼 적의 위협을 확인하는 데 활용된다. 현재 군은 육군 특수전사령부와 전방 1개 사단에 로봇을 시범 배치해 성능을 검증하고 있다. 이외에도 K2 소총을 장착한 소형드론과 다목적무인차량, 무인기뢰탐색기, 무인수상정 등도 공개되어 많은 주목을 받았다.

이날 성남 서울공항에서 기념식을 마무리한 뒤 오후 4시부터 광화문광장에서 호국영웅 카퍼레이드, 국군 의장대와 전통악대의 합동공연, 전투기 20대가 광화문 상공을 비행하면서 국군의 날 시가행진이 시작됐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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