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계 가족없어 관심 못 받아
지병 등 이유 음독 자살한듯 강원도 속초의 한 오피스텔에서 70대 노부부가 숨진 지 6개월이 지나서야 발견됐다.
13일 속초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0일 오후 2시 속초시의 한 오피스텔에서 A(75)씨와 B(71·여)씨 부부가 숨져 있는 것을 인근 지구대 경찰관 등이 발견했다.
현장에서 발견된 유서에는 “우리는 가족이 없다. 화장해서 바다에 뿌려 달라”는 내용과 ‘2015년 9월 6일’이라는 날짜가 적혀 있었다. 관리사무소 등에 따르면 A씨는 백내장 수술이 잘 안 됐던 탓인지 눈이 불편했고, B씨는 중풍으로 투병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노부부가 음독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부부에게는 직계가족이 없어 6개월 동안 그 누구도 노부부에게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추운 날씨에 부패가 더디게 진행되면서 악취도 나지 않았다.
노부부의 죽음은 경찰이 총포 소지허가증 갱신기간을 확인하면서 우연히 발견됐다. 2013년 노부부가 이사 오기 전 거주자가 총기를 가지고 있었으나 총기 소재지를 옮기지 않은 것이다. 경찰은 총기 소유자의 총포 소지허가증 갱신기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수개월째 연락이 닿지 않자 소재 파악을 위해 오피스텔에 찾아갔다.
우편함에 수북이 쌓인 고지서를 보고 수상히 여긴 경찰은 문을 따고 들어갔고 노부부가 나란히 누운 채 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경찰 관계자는 “오피스텔 특성상 다른 거주자들의 관심이 부족했던 것 같다”며 “노부부는 자칫 1년이 지나도 발견되지 못할 뻔했다”고 말했다.
속초=박연직 선임기자 repo2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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