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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막말은 `일제잔재'…권위의식 타파 절실

입력 : 2010-02-08 13:41:10 수정 : 2010-02-08 13:4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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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ㆍ전문가 "판사나 검사는 인격을 모독할 권리 없다"
"우리 사회의 상호 배려와 존중 문화가 시급하다"
39세 판사가 재판 도중 69세 원고에게 "버릇없다"고 발언한 것을 계기로 불거진 법조계 등의 `막말 세태'는 일제의 전통이 근절되지 않고 남아 생긴 병리현상이라고 각계 원로들과 전문가들이 진단했다.

이들은 일본강점기부터 내려온 권위주의 풍토와 급격한 사회변화에 따른 아노미 현상, 입시위주 교육에 따른 인성교육의 실종 등이 현 상황을 가져온 만큼 품격있고 교양있는 사회로 만들려면 자성(自省)과 개선 노력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 "막말은 교양 상실의 지표" = 김수한 전 국회의장은 막말 세태의 진원지로 정치권을 지목했다.

김 전 의장은 "나라의 모범이 돼야 할 국회에서 폭언, 폭설과 삿대질이 난무하니 일파만파로 사회 전반이 오염돼 신성한 법관까지도 버릇없는 짓을 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그는 "나라의 품격이 아주 천민적인 나라로 전락했다. 대법원장을 비롯한 모든 선배가 책임져야 할 일이며 국민적 각성이 필요한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손봉호 전 동덕여대 총장은 "좋은 말을 쓴다고 손해가 되지 않고 나쁜 말을 쓴다고 득이 되는 것이 아닌데 막말을 하는 것은 아무 이익도 없이 남에게 해만 끼치는 매우 어리석은 일이다"고 지적했다.

손 전 총장은 "예컨대 판검사의 권위주의는 일제의 전통이 남은 것인데 젊은 사람들이 그런 사고방식을 갖는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 법을 어긴 것은 잘못이지만 그 사람의 인격을 모독할 권리는 판사나 검사에게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렇게 언어 사용이 거친 것은 후진적 문화의 특색이다. 결국, 이러한 현상은 우리 사회의 교양 수준이 전반적으로 나빠지고 있다는 뜻이다"고 진단했다.

◇ 막말 세태의 원인 = 원로와 전문가들은 독설과 막말이 확산한 데는 권위적인 조직 문화와 급격한 민주화의 부작용, 일제의 잔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김병환 서울대 윤리교육과 교수는 법조계 등의 막말 관행은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직업집단, 조직의 문제다. 이번에 문제가 된 사람이 판사가 아니라면 개인으로서 이런 언행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사람이 그런 것이 아니라 구시대적인 조직 내 규범과 이 규범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도태되는 구조가 문제다. 이러한 규범부터 올바르게 고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대통령 직속 사회통합위원회 민간위원인 서울대 박효종 교수는 "과거에는 유교 정신에 따른 장유유서가 하나의 자발적 규범으로 자리했지만, 평등을 기반으로 하는 민주주의가 들어서면서 이것이 무너졌다"고 판단했다.

상호존중이라는 평등의 원칙은 무시한 채 모두가 동등하다는 점만 강조한 까닭에 서로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매우 약해질 수밖에 없었고 결국 현재의 '막말' 세태를 가져오게 됐다는 것이 박 교수의 설명이다.

홍두승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얼레리꼴레리'란 말은 어린 사람이 나이에 걸맞지 않게 무거운 벼슬을 하고 거들먹거리는 것을 놀리는 옛말이다. 법조뿐 아니라 모든 직종은 전문성뿐 아니라 일종의 정신적 덕목을 요구하는 데 이런 부분에 대해 우리 사회가 많이 소홀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중앙대 사회학과 이병훈 교수는 "일본강점기의 권위주의적 전통이 현재까지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고, 중앙대 국어국문학과 이찬욱 교수는 "일부 특수 직종에서 봉건시대 사농공상 관념의 잔재가 남은 탓이다"고 지적했다.

◇ "자성과 배려가 해법" = 원로와 전문가들은 막말 세태를 종식하려면 서로 배려하고 존중함으로써 사회 전체의 교양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봉호 전 총장은 "인터넷 댓글에 매우 거친 언어가 쓰이는 까닭은 얼굴을 마주칠 필요가 없는 인터넷 공간에서 실제 인격이 그대로 표현되기 때문이다"라고 진단했다.

손 전 총장은 "이는 개인의 교양수준이 굉장히 낮다는 의미다. 우리 사회의 전반적 교양 수준을 높여야 하며 교양이란 불필요하게 다른 사람의 기분을 나쁘지 않게 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김우창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자신을 낮추는 것을 공부의 핵심으로 삼았던 선현들처럼 어떠한 직책을 맡는 것은 나를 죽이고 다른 이에게 봉사하려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효종 교수는 "막말로 대표되는 상호존중의 부재 탓에 우리 사회의 '평등'은 소중한 것이 아니라 저급한 무엇으로 전락하고 있다"며 "지금까지의 언어 관행을 자성하고 서로 배려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인 박원순 변호사는 "막말이 용인되는 사회적 분위기가 가장 큰 문제다. 품격 있는 사회가 되려면 서로 예의를 지켜야 하며 학교 교육과 각종 캠페인 등을 통해 현재의 관행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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