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마이너리그 중간단계인 더블A 수준으로 폄하했던 한국 야구가 이번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예상을 깨고 기적을 일으킨 원동력에 대해 국내 팬들은 물론 세계 언론들이 주목하고 있다. 한국 특유의 매운 맛을 맘껏 보여준 한국 야구. 그 힘의 원천은 과연 무엇일까.
이에 대해 WBC 한국 대표팀 선동렬 투수코치는 3가지를 꼽았다.
◇김인식 한국대표팀 감독이 16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 에인절스타디움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8강리그에서 일본을 2-1로 꺾은 뒤 환하게 웃고 있다. 애너하임=스포츠월드 제공 |
◆김인식 감독의 빛나는 지도력과 용병술=김인식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투수 출신답게 투수진을 절묘하게 운용했다. 가장 구위가 뛰어난 서재응을 1,2라운드 첫 경기였던 대만과 멕시코전에 투입해 승리를 낚았다. 당초 버리는 카드였던 미국전에는 토종 손민한을 선발로 올려 톡톡히 재미를 봤다. 16일 일본전에는 그동안 마무리로 활약했던 박찬호를 필승카드로 투입해 깔끔하게 5이닝을 책임지게 했다. 메이저리그 통산 106승에 빛나는 박찬호를 마무리로 돌린 것도 인상적이었다. 부진한 최희섭을 미국전에 대타로 기용해 승부에 쐐기를 박는 3점 홈런을 터뜨리게 한 것도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특히 김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코칭스태프 화합은 물론 개성 강한 선수들을 대화와 믿음으로 다독이며 아우르는 ‘덕장’의 기질을 잘 보여줬다. 선발요원인 박찬호를 마무리로 돌릴 수 있었던 바탕이기도 하다. 평소 인화를 기치로 내걸어온 ‘김인식 야구’가 진가를 발휘한 셈이다.
◆끈끈한 팀워크=초·중·고·대학 시절 야구 선·후배로 우정을 쌓았던 선수들은 오랜만에 뭉쳤음에도 끈끈한 팀워크를 다졌다. 물론 1라운드 일본과의 대결을 앞두고 나온 “30년 동안 일본을 이기지 못하게 해주겠다”던 스즈키 이치로의 발언도 선수들을 한데로 묶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 외신에서 지적했듯 신상우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의 ‘4강 병역특례’와 ‘보너스 10억원’ 발언도 한국 선수들에게 큰 동기를 부여했다. 여기에 한국인 특유의 애국심을 바탕으로 한 투지는 무서운 집중력으로 승화됐다. 16일 일본전에서 우익수 이진영의 빨랫줄같은 홈 송구와 이종범의 천금같은 결승타 등 이번 대회에서의 탄탄한 공격과 수비능력도 이런 집중력이 바탕에 깔려 있었기에 가능했다.
야구의 국제화는 정보수집 능력 향상으로 이어졌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 대비해 김성한 전 기아감독 등 전력 분석관으로 하여금 1,2라운드 상대였던 일본·대만은 물론 미국·멕시코 등 상대 팀 선수들의 장·단점을 철저하게 분석했다. 경기 당일에야 한국팀 경기 테이프를 입수해 봤다는 멕시코 감독의 말과는 대조적인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유해길 기자 hk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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