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없다> 다큐 아닌 오락물로 봐야
김형준 영화제작자(㈜한맥영화 대표)
영화는 역사 다큐멘터리가 아니고 고증을 위한 것도 아니다. 어느 정도 허구를 섞은 것이다. 반지의 제왕 3편에 나온 맘모스를 보고 뭐 그렇게 크냐고 비판할 수 있겠는가. 영화의 허구성에 대해 용공이라거나 사실 왜곡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평소 영화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이 영화 한 편을 보고 나서 하는 것이거나 전체적인 영화 내용을 파악하지 않고 일부분을 가지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
또는 자신이나 자기 단체를 돋보이기 위한 저의가 있다고 본다. 영화 내용을 가지고 용공이거나 이적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들은 튀기 위한 경우가 많다.
영화라는 것은 2시간 동안 극장 안에서 즐기기 위한 것이다. 영화가 마치 사실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만일 허구적인 내용이 없는 사실만을 원한다면 영화를 만들 것이 아니라 다큐멘터리를 만들면 된다.
외국 영화는 법적인 문제가 있어 실화를 바탕으로 할 경우 끝의 일정 부분에서 허구적으로 구성되었다고 밝힐 때가 대부분이다. 우리나라는 그렇게 할 필요가 없다. 영화라는 것에 허구와 픽션이 가미되었다는 것을 모두가 이미 알고 있으므로 밝히지 않기 때문이다.
태극기 휘날리며를 보면 내용에서 일부분 왜곡이 있다. 하지만 학생들을 징집해 갔느냐에 대해서라면 이는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 필자의 아버지께서도 분명히 잡혀 갔었다고 밝힌 적이 있다. 부친은 낙동강 전선에 학도의용군으로 끌려 갔다고 한다. 강제로 징집하지 않았다는 사람들이 있지만 실제로는 강제로 끌려 갔다. 이런 사실에 대한 문제점들이 왜 이제야 나타났느냐를 봐야 한다. 실패한 영화 같았으면 언급되지 않았을 것이다. 튀기 위한 의도가 다분히 있다.
실화를 바탕으로 영화를 만드는 과정을 보자. 실미도의 경우 자료가 많지 않았다. 백동호씨가 쓴 소설과 신동아의 기사 정도밖에 없었다. 버스에서 자폭했다, 안했다가 문제가 됐다. 그런데 버스에서 수류탄을 놓쳐 터졌다는 것이 유력하지만 이를 영화로 그대로 만들면 안 된다. 보다 극적인 상황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또 실미도라는 영화는 역사적 사실의 일정 부분보다는 인권과 관련된 영화라고 봐야 한다.
그리고 실미도나 태극기 휘날리며는 픽션이다. 완전한 허구이다. 태극기 휘날리며에서 자기 동생이 죽은 줄 알고 북한의 깃발부대 대장이 되는 것은 말도 안되는 것이지만 드라마 구성상 필요한 것으로 안다. 그것을 문제삼아서는 안 된다.
이런 것은 정치인이나 요직에 있는 사람들이 말하는 경우가 많은데 다분히 저의가 있다. 실미도에서 훈련을 받던 중 적기가를 부른 것은 실제로 가장 많았다. 북쪽으로 넘어갔을 때 북한 군인처럼 보이기 위해서였던 것이다. 이를 두고 용공이랄 수는 없다.
최근 부산 사이버수사대에서 한 남성(57)이 조사를 받았다. 그 사람이 ‘실미도는 송두율의 제자들이 만들어 김정일에게 바치는 영화’라는 내용을 인터넷 사이트 1000여개소에 올렸기 때문이다.
영화는 재미로 보는 것이다. 청소년들이 이런 영화를 봤다고 북한을 좋아하고 찬양하게 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북파 훈련 도중에 애국가를 불렀다면 오히려 이상해질 것이다. 영화가 흥행에 실패했을 수도 있다.
표현의 자유가 헌법에 있지만 법률상으로는 국가보안법에 걸리고 종교 문제, 음란물 등의 조항이 있다. 표현의 자유가 있다고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같은 조항이 있기 때문에 마음대로 김정일을 찬양하도록 되어 있지 않다.
<문제있다> 역사적 사실 왜곡 안된다
한나라당 국회의원
‘태극기 휘날리며’나 ‘실미도’의 관객이 1000만명을 돌파한 것은 좋은 일이라고 본다. 그리고 나는 스크린 쿼터를 지지하며 국산영화를 살리는 것이 좋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영화라 하더라도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 영화에는 픽션이 다소 존재한다. 이는 허구라고 번역되는 것이지, 허위와는 다른 것이다. 허구인 픽션을 가지고 예술작품을 만들더라도 허위의 내용을 담고 있을 때에는 문제가 된다. |
특히 역사적 사실과 결부되어 있을 때 역사의 전체적인 흐름을 왜곡하고 전도하는 허위는 매우 위험하다.
특히 체제가 대립된 우리의 상황에서는 흑백을 백흑으로 뒤집는 것은 픽션이 아니고 허위인 것이다. 영화를 보고 깜짝 놀란 것은 우애가 있는 고교생 형제가 6·25 동란으로 피난을 가는 데 갑자기 헌병들이 총칼로 그들과 민간인들을 강제로 끌고 가는 부분이었다. 당시 우리나라는 병력자원이 충분했다. 영장을 발부해도 그만이었다.
따라서 피난을 가던 고등학생을 끌고 가는 징집행위는 없었다. 이는 징집 절차상의 허위일 뿐 아니라 국군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것이다. 이런 불법적인 징집을 그린 것은 잘못된 것이다.
둘째, 북한 공산당이 민간인을 살상하는 장면은 전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영화에서는 6·25가 북한의 불법 침략이라는 내용을 한 부분이라도 넣었어야 한다. 남침행위로 수백만명이 사망했던 것을 간과하고 있다.
셋째, 우리 방첩대가 부역자들을 잡아다 총이나 죽창으로 죽인 것으로 나오는데 그런 일은 없었다. 죽창은 우리 군이 사용하지도 않았으며 민간인을 죽인 적도 없었다. 죽창은 인민군이나 그 관계자들이 사용했다.
또 보도연맹의 여자가 쌀을 얻기 위해 명단에 사인한 것이 무슨 죄인가라는 대목이 나온다. 하지만 보도연맹은 쌀이나 구호양곡을 주고자 하는 조직이 아니다. 공산주의 체제를 수호하기 위한 조직이다. 그럼에도 그 여자가 무고하게 잔인한 죽임을 당하는 장면은 이해하기 어렵다. 죽음에 이르는 인과관계가 부당하게 그려지고 있다.
또한 국제법을 위반하면서 인민군들을 태워 죽이거나 북진한 뒤 북한 의용군으로 징집된 불쌍한 아이들을 죽이는 장면도 나온다. 하지만 태워 죽인 사실은 없었으며 모두 거제도수용소로 보내졌다. 우리 전사에 나오지 않는 완전한 허위이다. 게다가 미군이 한국군과 같이 동맹으로 싸우는 관계는 나오지 않는 반면 북한과 중국의 동맹은 잘 표현되고 있다. 의도적이든, 과실에 의한 것이든 젊은이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임은 분명하다.
넷째, 주인공이 사선을 넘어 태극훈장을 받는 하사가 되는데 고향에 와보니 약혼녀가 방첩대에 살해되고 자신도 공산주의자로 오해받으면서 북한에 전향해 깃발부대장이 되는 장면이 나온다. 이는 남한 체제를 버리고 북한 체제로 전향하는 것으로, 젊은이들에게 부지불식간에 이데올로기적인 충격을 줄 수 있는 부분이다.
이 모든 내용을 볼 때 북한이 잘못해서 전쟁이 일어났다고 생각되지도 않고, 북한에 대한 비판 의식이 있지도 않는 것이다.
영화와 소설은 픽션으로 만들어지지만 객관적인 사실을 완전히 뒤집어서 만드는 것은 사상적 오염을 가져 오는 등 너무나 큰 해독을 끼칠 수 있다. 젊은이들에게 영화를 감상할 때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해 주면서 다시 한번 우리 현실을 깨닫도록 해야 한다. 재미와 흥행성에 몰두해 그 내부에 있는 무서운 함정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사진=이제원·김창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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