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주민들, 전화 부스 마련…동일본대지진 ‘바람의 전화’서 착안
일본 홋카이도 시레토코 유람선 침몰 참사로 가족을 잃은 유족들이 희생자들에게 전하지 못한 말을 건넬 수 있는 특별한 전화기를 마련했다.
사고 이후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가족을 그리워하는 이들에게 이 전화기는 전하지 못한 마음을 파도에 실어 보내는 공간이 되고 있다.
2일 아사히신문과 구시로신문 등에 따르면 홋카이도 라우스초에는 ‘바다의 전화’라는 이름의 검은색 전화기가 설치돼 있다. 4년 전 발생한 시레토코 유람선 침몰 참사 희생자들의 유족이 고인들에게 마음을 전할 수 있도록 마련한 것이다.
전화기가 놓인 부스의 이름은 ‘생각의 역’이다. 부스에는 파도를 타고 생각을 전한다는 전화기의 취지가 담겨 있다. 실제 통화 기능은 없으며, 수화기를 들고 그리운 사람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자유롭게 건넬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시레토코 유람선 침몰 참사는 2022년 4월 23일 발생했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시레토코(知床)반도를 둘러보던 유람선 ‘가즈원’이 악천후 속에서 승객과 승무원 등 26명을 태운 채 침몰했다. 이 사고로 20명이 숨졌으며, 나머지 6명은 현재까지 행방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침몰한 선체는 수심 120m 해저에서 발견됐다.
전화기와 부스는 실종자 수색을 자원봉사로 이어온 사쿠라이 겐지 씨(63) 등 라우스초 주민들과 희생자 유족 A씨(54)가 함께 만들었다. A씨는 전처와 초등학교 2학년 아들을 사고로 잃었으며, 두 사람은 아직 행방불명 상태다.
A씨는 지난 1일 전화기 수화기를 들고 “만나고 싶다. 나를 슬퍼하게 하지 않으려고 발견되지 않은 것 맞지?”라고 말하며 가족을 향한 그리움을 전했다.
‘바다의 전화’는 동일본대지진 이후 이와테현 가미헤이군에 설치된 ‘바람의 전화’에서 착안했다. 쓰나미로 가족을 잃은 한 유족이 세상을 떠난 이들에게 전하지 못한 말을 건네기 위해 만든 전화기로, 이후 영화로 제작될 만큼 널리 알려졌다.
A씨는 사고로 소중한 사람을 잃은 유족뿐 아니라 친구와 지인들도 이곳을 찾아 마음에 담아둔 말을 전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사고로 소중한 사람을 잃은 피해자 가족은 물론, 친구와 지인도 부담 없이 들러서 전하지 못했던 말을 전화로 말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화기 설치에 참여한 사쿠라이 씨도 남겨진 이들이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기대했다.
그는 “남겨진 사람들은 필사적으로 살아가고 있다”며 “(유족들이) 마음속의 생각을 드러낼 안전한 장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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