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공후 안팔리는 ‘악성’ 지방에 83% 몰려
CR리츠 일괄매입… 전세 수요만 ‘우르르’
지방 건설업계 자금난 심화… 폐업 속출
실수요 뒷받침 안되면 경기 회복 ‘먼 길’
다주택자 규제·稅 완화 등 대책 강구해야
2024년 준공한 대구 달서구 상인동 ‘상인 푸르지오 센터파크’는 완공 이후에도 990가구가 팔리지 않아 기업구조조정 부동산투자회사(CR리츠)에 일괄 매각됐다. 이후 주변 시세보다 전세보증금이 4000만∼1억원 저렴한 임대주택으로 공급되자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 6월 1차 공급에서 계약이 잇따랐고, 9월 추가 공급 때는 입주 희망자들이 밤새 줄을 서기도 했다. 집을 사려는 사람은 없었지만 저렴한 전세를 찾는 사람이 몰린 것이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대구 달서구 두류동의 A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자금 부담 때문에 전세로 눈을 돌리는 사람이 많다”며 “상인 푸르지오 센터파크도 주변보다 전세보증금이 저렴해 사람들이 몰렸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 사례는 지방 주택시장이 처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미분양 물량은 투자회사의 일괄 매입으로 줄었지만, 일반 매수자의 주택 구매 수요가 회복된 결과로 보기는 어려운 것이다. 지방의 미분양 주택이 감소하고 있지만 주택시장 회복을 낙관하기 어려운 이유다. 통계상 미분양이 줄어드는 것과 달리 지방의 기존 주택을 구매하려는 수요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비수도권 미분양 증가 심각
1일 국토교통부의 ‘9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5941가구로 전월보다 4.6% 감소했다. 그러나 전체 미분양의 72.6%인 4만7884가구가 지방에 집중됐다. 특히 완공 이후에도 팔리지 않아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은 전국 2만7549가구 중 83.7%인 2만3067가구가 지방에 쌓여 있다.
대구의 미분양 주택은 2024년 말 8807가구에서 올해 9월 3889가구로 4918가구 줄며 겉으로는 미분양 문제가 상당 부분 해소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같은 기간 준공 전 미분양은 6133가구에서 812가구로 5321가구 감소한 것에 비해 준공 후 미분양은 2674가구에서 3077가구로 403가구 늘었다. 전체 미분양에서 준공 후 미분양이 차지하는 비중도 30.4%에서 79.1%로 높아졌다. 팔리지 않은 주택의 상당수가 이미 완공된 아파트인 것이다.
미분양 감소에는 신규 공급이 급감한 영향이 있다. 대구시는 미분양이 급증하자 2023년 1월부터 신규 주택건설사업 승인을 보류하는 정책을 시행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대구의 공동주택 분양 물량은 2013∼2022년 연평균 2만824가구에서 2023년 1월∼2025년 6월 연평균 약 3406가구로 급감했다. 올해 1∼9월 분양 물량도 2413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7% 줄었다.
충남에서는 공급이 늘면서 미분양이 급증했다. 올해 1∼9월 공동주택 분양 물량은 1만5418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5.9% 증가했다. 미분양 주택도 2024년 말 3814가구에서 올해 9월 9209가구로 두 배 넘게 늘었다. 지난 9월 청약을 진행한 천안 아이파크 시티 3·4단지와 두정역 푸르지오 그랑피크에서는 일반공급 2991가구에 신청이 603건에 그쳐 약 80%가 미달됐다.
주목할 점은 미분양 추세와 관계없이 대구·충남 지역 모두 집값은 하락한 것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10월 넷째 주까지 아파트 매매가격은 대구가 0.86%, 충남은 1.36% 떨어졌다. 같은 기간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이 3.15% 상승한 것과 대조적이다. 지방 주택시장 침체는 단순한 공급 과잉을 넘어 매수 수요 부진과 맞물려 있기 때문으로, 공급을 줄여 미분양 통계를 개선하더라도 실수요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주택가격 회복으로 이어지기 어려움을 보여준다.
◆건설사 자금 부담에 지역경제까지
준공 후 미분양이 장기간 해소되지 않으면 건설사와 시행사의 자금 부담이 커진다. 공사가 끝났는데도 분양대금을 회수하지 못하면 사업비 조달에 따른 금융비용이 늘어나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상환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자금 여력이 부족한 지역 건설사와 협력업체일수록 이런 부담에 취약하다.
지방 건설업계의 경영난은 심화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9월 지방 종합건설업 폐업 신고 공고는 42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55건)보다 66.7% 증가했다. 전문건설업 폐업 신고 공고도 1225건에서 1632건으로 33.2% 늘었다.
정부가 미분양 해소를 위해 도입한 CR리츠와 공공 매입도 근본적인 수요 회복을 대신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CR리츠는 미분양 아파트를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운영하다가 향후 시장 상황에 따라 매각하는 방식으로, 일반 매매 수요가 살아나지 않으면 임대 기간이 끝난 뒤에도 매각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분양은 기본적으로 개별 사업자의 책임인 만큼 정부가 무조건 매입을 확대하는 방식은 적절하지 않다”며 “CR리츠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 기간 등 제약을 재검토하고, 다주택자 규제를 완화해 민간의 주택 매입 여건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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