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개발 AI 위험성 평가앱 활용
담당자가 맨홀 등 작업상황 입력시
교통통제 여부·붕괴 가능성 등 점검
공정별 위험 요인·조치 방안 안내
“사고 후 대응보다 사전 예방 초점”
“위험합니다. 흙막이 설치 여부를 확인하세요.”
통신망 공사 담당자가 현장 상황을 입력하자 인공지능(AI)이 위험요인을 확인하려고 질문을 던진다. 지하 매설물은 확인했는지, 교통 통제는 가능한지, 굴착 과정에서 붕괴 위험은 없는지 등을 차례로 점검한다. 답변이 끝나면 공정별 위험요인과 필요한 안전조치가 제시된다. 숙련된 현장 관리자 경험에 주로 의존했던 안전관리에 AI가 활용되는 모습이다.
LG유플러스는 AI를 활용해 통신 인프라 작업 현장 안전관리 체계를 고도화하고 있다. 작업 전 위험요인을 찾아내고 대응책을 마련하는 ‘위험성 평가’에 자체 AI 기술을 도입한 것이 핵심이다. 실제 사고 상황을 재현한 교육시설도 마련해 작업자의 위험 인지 능력도 높이고 있다. 사고 발생 이후 대응보다 사전 예방에 중점을 뒀다.
통신 인프라 현장은 작업 환경이 수시로 달라진다. 전신주와 건물 옥상 기지국에서 이뤄지는 고소 작업에는 추락 위험이 따르고, 맨홀이나 지하 통신구에서는 산소 결핍과 유해가스 등에 대비해야 한다. 통신관로를 설치하는 굴착 작업은 지반 상태와 주변 교통 여건에 따라 위험요인이 달라진다. 전국에 작업 현장이 흩어져 있어 일관된 안전관리 기준을 적용하기도 쉽지 않다.
◆AI가 짚고, 사람은 예방
1일 LG유플러스에 따르면, 자체 개발한 AI 위험성 평가 애플리케이션(앱)은 이러한 현장 특성을 반영했다. LG AI연구원의 거대언어모델(LLM) ‘엑사원’을 기반으로 개발된 통신 특화 소형언어모델 ‘익시젠’을 적용했다. 한국어 처리 능력이 우수한 엑사원을 바탕으로 통신 분야에 특화된 익시젠을 활용해 전문적인 작업 내용과 안전수칙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려는 것이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관련 기술지침과 법령, 자체 안전관리 지침, 유사 작업 정보 등을 활용해 현장별 위험요인과 대응책을 제시하도록 설계했다.
작업자가 맨홀이나 버킷트럭(작업자를 높은 곳으로 올리는 고소작업용 차량), 전신주 등 작업 유형을 선택하면 AI가 장소와 장비, 주변 환경 등에 관한 질문을 이어간다. 답변을 종합해 발생 가능한 위험을 찾아내고 안전조치와 위험 감소 대책을 제안한다. 평가 결과는 작업계획서 작성에도 활용할 수 있다. 담당자의 숙련도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위험요인 식별 능력의 차이를 줄이고, 평가 과정에서 빠뜨리는 항목을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다.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기업 책임이 커지면서 안전관리에도 AI 등 디지털 기술을 도입하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올해 6월 시행된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은 위험성 평가 과정에 근로자가 참여하도록 하고, 평가 결과를 현장에 공유하도록 의무화했다. 위험성 평가를 실시하지 않거나 필수 절차를 누락한 사업장에 대한 과태료 부과 규정도 사업장 규모에 따라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산업현장 사고사망자는 605명으로 전년보다 2.7% 증가했다. 올해 3분기까지는 366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9% 감소했지만 산업현장의 사고 위험은 여전하다.
통신업계도 고위험 작업이 반복되는 기지국과 통신시설의 안전관리를 주요 과제로 삼고 있다. 현장 안전관리에 AI를 도입하고 시설 개선을 확대하는 중이다. SK텔레콤은 AI 영상관제와 가상현실(VR) 안전교육 등을 활용하고, KT는 생성형 AI를 활용한 산업안전 플랫폼 ‘올 인 세이프티’를 운영하고 있다. 통신 3사는 고소 작업 중 추락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2024년 협약을 맺고 기지국 안전시설물 공동 구축에 나서기도 했다.
◆체험교육으로 안전 새긴다
LG유플러스는 AI 도입과 함께 현장 교육 방식도 바꿨다. 서울 독산사옥에 약 110평 규모의 안전교육 전용 공간을 마련하고 연간 2000명 교육을 목표로 운영하고 있다. 이론 교육장과 체험 공간인 ‘위험성 라운지’로 구성됐다.
위험성 라운지에는 버킷트럭과 사다리, 밀폐공간 작업 등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상황을 재현했다. 교육생들은 사고 사례를 바탕으로 위험요인을 직접 찾아낸다. 이후 AI 앱으로 위험성을 평가하고, 결과를 작업계획서에 반영하는 과정까지 실습한다. 가상의 사업장에서 위험 상황을 해결하는 보드게임형 교육도 도입했다. 위험성 평가를 형식적인 문서 작성이 아닌 실제 작업자의 예방 활동으로 정착시키기 위한 시도다.
LG유플러스는 앞으로 현장 사진 분석 기능도 추가할 계획이다. 작업자가 현장 사진을 올리면 AI가 이미지 속 위험요인을 분석하고 필요한 안전대책을 제안하는 방식이다. 기존의 텍스트 기반 평가에 시각정보를 결합해 현장 상황을 더 구체적으로 반영하겠다는 구상이다. 김동현 LG유플러스 전문위원은 “통신 인프라 작업 현장은 돌발 변수가 많아 철저한 위험성 평가가 중요하다”며 “AI 앱에 현장 사진 분석 기능을 추가해 보다 정교한 위험성 평가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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