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이틀 새 코스피서 5.7조원 순매도…지수 6거래일 연속 하락
中 D램 추격·자사주 매입 종료 부담…증권가 실적 성장 전망은 유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14일 장 초반 반등을 시도했지만 상승세를 지키지 못했다.
최근 급락을 두고 본격적인 상승을 앞둔 ‘마지막 물량 털기’라는 주장이 나왔으나, 외국인은 이날도 코스피에서 1조원 넘는 주식을 순매도했다. 이틀간 외국인이 팔아치운 주식은 5조7000억원에 달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날 전 거래일과 같은 23만2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 24만1500원까지 올랐지만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SK하이닉스도 오전 한때 149만원대까지 상승했다가 하락 전환해 1.66%(2만4000원) 내린 141만9000원에 마감했다. 3거래일 연속 하락이다.
◆삼성전자 11%·하이닉스 16% 하락…외국인 이틀 새 5.7조 매도
지난 8일 종가와 비교하면 삼성전자는 26만2000원에서 23만2000원으로 11.45%, SK하이닉스는 168만1000원에서 141만9000원으로 15.59% 떨어졌다.
두 종목은 12일 각각 4.39%, 4.52% 하락한 데 이어 13일에는 7.39%, 10.09% 급락했다. 삼성전자는 14일 하락세를 멈췄지만 SK하이닉스는 추가 하락했다.
코스피도 이날 전 거래일보다 0.44% 내린 6008.81로 마감하며 6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장중 6190.65까지 올랐지만, 오후 들어 하락 전환했고 한때 5944.65까지 밀렸다. 전날에는 5.46% 급락하며 매도 사이드카까지 발동됐다.
외국인의 매도세는 멈추지 않았다. 1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약 1조1800억원을 순매도했다. 개인도 3100억원가량을 팔았다. 반면 기관은 8000억원대, 기타법인은 6000억원대 순매수하며 매물을 받아냈다.
전날에도 외국인은 4조5259억원을 순매도했다. 이 가운데 SK하이닉스가 2조3613억원, 삼성전자가 1조3595억원으로 두 종목에서만 3조7208억원을 팔았다.
13~14일 이틀간 외국인의 코스피 순매도 규모는 약 5조7000억원에 달한다. 기관과 기타법인의 매수세에도 지수는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마지막 털기’ 주장 나왔지만…7월에도 추가 하락 뒤 반등
이런 가운데 이권희 위즈웨이브 대표는 14일 유튜브 채널 815머니톡에서 이번 급락이 지난 7월 폭락장과 닮았다며 반등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 대표는 12~13일 하락에 대해 “페이크성 마지막 털기 정도로 본다”고 말했다. 뚜렷한 대형 악재보다 투자자들의 과도한 공포감이 주가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외국인의 매도가 주가 상승을 앞둔 의도적인 물량 털기였다는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14일에도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1조원 넘게 순매도하며 매도세를 이어갔다.
과거 사례 역시 빠른 반등을 보장하지 않는다. 코스피는 지난 7월 28일 10.84% 폭락했다. 당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각각 13.39%, 14.65% 하락했다.
이후 코스피는 29일과 30일에도 하락해 5593.56까지 밀렸다. 31일 17.91% 급반등했지만 이후에도 변동성이 이어졌고, 8월 19일에는 다시 5.80% 급락했다. 지난 7월과 주가 흐름이 비슷하다는 이유만으로 이번에도 곧바로 반등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中 반도체 추격·자사주 매입 종료…ASML 호실적에도 반등 실패
이번 급락에는 반도체 업황을 둘러싼 우려도 영향을 미쳤다. 중국 D램 업체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올해 안에 차세대 서버용 D램 출시를 추진한다는 소식이 대표적이다.
CXMT는 기존보다 메모리 셀 면적을 줄인 4F² 구조를 적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중국 업체의 기술 추격이 빨라질 경우 중장기적으로 국내 반도체 기업의 경쟁력과 메모리 가격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기술 개발과 안정적인 양산은 별개다. 실제 제품의 수율과 성능, 생산 규모가 확인되지 않은 만큼 이번 발표가 단기간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에 영향을 미칠지는 불확실하다.
미국 반도체주 약세와 인공지능(AI) 투자 부담도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지난 12일(현지시간)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2.67% 하락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AI 투자 확대가 실제 수익 증가로 이어질 수 있을지를 둘러싼 의구심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14일 발표된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의 3분기 실적은 반도체 장비 수요가 여전히 강하다는 점을 보여줬다.
ASML의 3분기 매출은 116억6200만유로로 일부 시장 예상치인 117억1000만유로를 소폭 밑돌았지만, 순이익은 49억6000만유로를 기록했다. 올해 연간 매출 전망도 기존 430억~450억유로에서 440억~450억유로로 상향했다.
그럼에도 국내 반도체주는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반도체 장비 수요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보다 외국인 매도세와 단기 차익실현 압력이 주가에 더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수급 여건도 달라졌다. 삼성전자는 임직원 주식보상용 자사주 매입을 마쳤고, SK하이닉스 역시 자사주 매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그동안 시장에서 매수 수요를 형성했던 자사주 매입이 줄어드는 것도 수급 부담 요인으로 거론된다.
여기에 국제유가 상승과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를 앞둔 경계감까지 겹치면서 외국인의 매도세가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분기 영업이익 107조에도 주가 급락…반등 조건은
주가 급락과 달리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전망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8일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잠정 영업이익이 107조4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782.5% 증가했다고 공시했다. 국내 기업 최초로 분기 영업이익 100조원을 돌파했다.
KB증권도 14일 보고서에서 2027년 영업이익을 삼성전자 555조원, SK하이닉스 389조원으로 추정했다. 두 회사의 합산 영업이익이 944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최근 급락이 기업 실적 악화보다는 외국인 순매도와 투자심리 위축에 따른 조정이라고 분석했다. 메모리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에 따른 실적 개선이 이어지고 있어 향후 W자 형태의 반등이 나타날 가능성도 제시했다.
반면 대신증권은 추가 하락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의 주가수익비율(PER)이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이지만 시장이 향후 기업 이익의 지속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대신증권은 코스피의 1차 지지선을 5800~5900, 2차 지지선을 5600선 전후로 제시했다. 외국인 매도세가 이어질 경우 추가적인 지지력 확인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결국 실적 전망과 실제 주가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삼성전자가 분기 영업이익 100조원을 돌파하고 내년 실적에 대한 기대까지 높아졌지만, 외국인은 대규모 순매도를 이어가고 있다. 높은 실적 전망이 곧바로 주가 상승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반등의 관건은 외국인 매도세가 진정되는지, 반도체 기업들이 시장의 높은 실적 기대를 충족할 수 있는지에 달렸다.
이달 말 예정된 SK하이닉스 실적 발표와 29일 삼성전자 3분기 확정 실적 발표, 미국 주요 빅테크 기업들의 AI 투자 계획이 향후 주가 흐름을 가를 변수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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