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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조가 종소리 듣고 지었다는 절 수종사 그리고 사리탑에 얽힌 사연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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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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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승 ‘남양주 운길산 수종사 일원’, 다산정약용문화제 17, 18일
운길산 중턱 수종사 전각 너머로 아침 운해가 깔렸다. 사진=한국관광공사(정규진) 제공
운길산 중턱 수종사 전각 너머로 아침 운해가 깔렸다. 사진=한국관광공사(정규진) 제공

오는 17, 18일 경기 남양주시 조안면 정약용유적지 일대에서 제40회 다산정약용문화제가 열린다. 축제장에서 북쪽으로 6㎞ 남짓 떨어진 운길산 중턱에는 정약용이 평생 아꼈다는 절 수종사가 두물머리를 내려다보고 있다.

 

절 이름 수종(水鍾)은 물과 종이라는 뜻이다. 조선 세조가 바위굴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를 종소리로 듣고 절을 세웠다는 이야기가 전해 온다. 경내에는 그 이야기보다 19년 먼저 세운 왕실의 사리탑이 서 있다.

 

수종사로 오르는 길의 일주문. 현판에 ‘雲吉山水鍾寺(운길산수종사)’라고 적혀 있다. 사진=한국관광공사(김주원) 제공
수종사로 오르는 길의 일주문. 현판에 ‘雲吉山水鍾寺(운길산수종사)’라고 적혀 있다. 사진=한국관광공사(김주원) 제공

◆ 한밤에 들린 종소리, 굴 안의 물방울

 

12일 국가유산청의 명승 지정 설명에 따르면 1458년(세조 4) 금강산을 다녀오던 세조는 두 물이 만나는 이수두, 지금의 양수리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한밤중 들려온 종소리에 잠을 깬 왕이 부근을 살피게 하니 바위굴 안에 18나한이 있었고, 굴 안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가 종소리처럼 울려 나왔다고 한다.

 

세조는 그 자리에 절을 짓고 수종사라 불렀다고 전해진다. 같은 이야기를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수종사’ 항목은 1459년(세조 5)의 일로, 굴 안의 나한은 16나한으로 적었다.

 

◆ 설화보다 19년 앞선 옹주의 사리탑

 

그 근거는 대웅보전 옆 뜰에 있다. 높이 2.3m의 팔각 사리탑이다. 지붕돌 추녀 끝에 새긴 글에 ‘정통 기미년 10월’, 곧 1439년(세종 21)에 세웠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왕실이 발원하고 세종의 여섯째 아들 금성대군 등이 시주해 세운 탑이다.

 

탑의 주인은 태종의 딸인 옹주다. 새긴 글의 이름 한 글자가 닳아 읽히지 않아 기록이 갈린다. 국가유산청은 정혜옹주를 기린 탑으로 보고, 1930년대 봉선사 기록은 정의옹주로 판독했다. 어느 쪽이든 세조에게는 고모가 된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수종사의 창건 연대는 확실하지 않지만 적어도 15세기 초부터 있었던 것으로 본다. 이 사리탑은 2019년 보물로 지정됐다.

 

◆ 석탑을 다시 연 인목대비

 

사리탑 옆 팔각오층석탑에도 왕실의 사연이 담겼다. 1957년 탑의 몸돌과 지붕돌이 벌어지면서 안에 넣어 둔 유물이 드러났고, 1970년 탑을 옮기려고 다시 해체했을 때 2, 3층에서 금동불상들이 더 나왔다.

 

불상에 남은 글과 발원문으로 사연이 밝혀졌다. 1493년(성종 24)에는 태종의 후궁 명빈 김씨와 성종의 후궁들이 불상을 만들어 탑 안에 넣었다.

 

1628년(인조 6)에는 선조의 계비 인목대비가 친정아버지 김제남과 아들 영창대군의 극락왕생을 빌며 불보살상 23존을 만들어 그 탑을 다시 열고 봉안했다.

 

탑에서 나온 유물은 2012년, 석탑은 2013년 각각 보물로 지정됐다. 유물은 서울 불교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수종사 쪽에서 내려다본 해 질 무렵의 강과 강변 마을. 사진=한국관광공사(김주원) 제공
수종사 쪽에서 내려다본 해 질 무렵의 강과 강변 마을. 사진=한국관광공사(김주원) 제공

◆ 다산이 ‘군자삼락’에 견준 자리

 

수종사를 이름나게 한 것은 무엇보다 전망이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합쳐지는 두물머리가 절 아래로 내려다 보인다.

 

국가유산청 설명에 따르면 조선 전기 문신 서거정(1420∼1488)은 수종사를 ‘동방에서 제일의 전망을 가진 사찰’이라 했다.

 

겸재 정선은 화첩 ‘경교명승첩’ 가운데 ‘독백탄’에 두물머리 일대 풍경을 담았다.

 

정약용(1762∼1836)에게 이곳은 고향 가까운 산사였다. 문화제가 열리는 정약용유적지는 그가 나고 자란 생가 여유당과 묘소가 있는 곳이다.

 

국가유산청은 정약용이 수종사에서 지낸 즐거움을 맹자의 ‘군자유삼락(君子有三樂)’에 견줄 만큼 이곳을 좋아했다고 설명한다.

 

다선(茶仙)으로 불린 초의선사(1786∼1866)도 정약용을 찾아와 이곳에서 강을 내려다보며 차를 마셨다.

 

수종사는 그 인연을 이어 다실 삼정헌(三鼎軒)을 지어 차 문화를 잇고 있다. 이 일대는 2014년 3월 명승 ‘남양주 운길산 수종사 일원’으로 지정됐다.

 

수종사의 은행나무가 노랗게 물들었다. 사진=한국관광공사(정규진) 제공
수종사의 은행나무가 노랗게 물들었다. 사진=한국관광공사(정규진) 제공

◆ 축제장에서 운길산까지

 

한편 다산정약용문화제는 1986년 시작해 올해로 40회째다.

 

남양주시는 정약용 로봇 창작대회와 디지털 디톡스 유배체험, 다산 팜마켓, 행사장 곳곳에서 미션을 풀며 보물을 찾는 ‘여유당 헌터스’를 대표 프로그램으로 꼽았다.

 

수종사는 따로 문을 닫는 시간 없이 연중 열려 있고 주차는 무료다. 주차장에서 절까지는 약 400m이고 걸어서 15분쯤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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