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가 인기 가수와 캐릭터를 광고에 등장시키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제품 패키지 자체를 팬들과 소통하는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모델의 얼굴만 제품에 넣는 방식에서 벗어나 손글씨 메시지, 한정 디자인, QR 콘텐츠 등을 결합해 제품을 사고 보관하는 경험까지 마케팅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모습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광동제약은 지난 6일 그룹 악뮤(AKMU)를 비타500 신규 모델로 발탁하고 멤버들이 직접 작성한 문구를 제품에 넣은 ‘비타500 악뮤에디션’을 출시했다.
이번 제품에는 이찬혁과 이수현이 사랑과 응원, 공감을 주제로 직접 작성한 메시지 40종이 라벨에 들어간다. ‘너의 영감이 되어줄게’, ‘이보다 더 좋은 것은 없어’ 등 악뮤 특유의 감성을 담은 문구를 제품마다 다르게 적용했다.
광동제약은 비타500 오리지널을 시작으로 비타500 제로, 비타500 프레시, C plus 제품에도 악뮤 에디션을 순차 적용할 예정이다. 광동상회를 비롯한 온·오프라인 판매 채널에서는 구매왕과 베스트 리뷰어 등을 뽑는 행사도 진행한다.
제품을 단순히 마시고 버리는 음료가 아니라 소비자가 자신에게 맞는 문구를 고르거나 다른 사람에게 건넬 수 있는 ‘메시지 상품’으로 확장한 셈이다.
업계에서 제품 용기를 메시지 전달 수단으로 활용한 사례는 이전부터 이어져 왔다.
빙그레는 2024년 바나나맛우유 출시 50주년을 맞아 ‘단지, 용기’ 에디션을 내놨다. 기존 제품명이 적혀 있던 공간에 ‘단지 00할 용기’라는 문구를 넣고 소비자가 빈칸에 원하는 말을 직접 적도록 만들었다.
누군가에게 고백하거나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등 ‘용기’가 필요한 순간을 제품과 연결한 것이다. 소비자가 작성한 문구 가운데 반응이 좋은 내용을 실제 제품과 굿즈에 활용하는 이벤트도 진행했다.
광동제약이 악뮤가 쓴 40개 문장을 골라 제품마다 적용했다면, 빙그레는 소비자가 직접 문장을 완성하도록 했다는 차이가 있다. 방식은 다르지만 패키지를 브랜드와 소비자가 말을 주고받는 공간으로 활용했다는 점은 같다.
글로벌 음료업체도 비슷한 전략을 사용했다.
코카콜라는 2024년 K팝과 팬덤 문화를 소재로 만든 한정판 ‘코카-콜라 제로 한류(K-Wave)’를 한국을 비롯한 미국, 일본, 프랑스, 스페인, 싱가포르 등 36개국에 선보였다. 제품 전면에는 코카콜라 고유 서체를 활용한 한글 ‘코카-콜라’ 로고를 넣었다.
패키지 디자인도 K팝 공연장에서 볼 수 있는 응원봉과 팬들의 에너지를 모티브로 만들었다. 제품 출시와 함께 박진영, 스트레이 키즈, ITZY, NMIXX 등 JYP엔터테인먼트 소속 아티스트가 참여한 음원과 뮤직비디오도 공개했다.
제품 패키지를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음원과 공연, 디지털 콘텐츠까지 하나의 캠페인으로 묶은 사례다.
동서식품이 국내에 선보인 ‘오레오×블랙핑크’ 한정판도 제품 포장을 팬 콘텐츠로 연결했다.
2023년 출시한 이 제품은 블랙핑크 첫 정규앨범 ‘THE ALBUM’에 등장한 왕관을 패키지에 활용했다. 블랙과 핑크 두 가지 버전으로 제품 색과 크림까지 블랙핑크 이미지를 반영했다.
패키지에 넣은 QR코드와 바코드를 통해 블랙핑크 멤버들의 영상 메시지와 모바일 배경화면을 볼 수 있도록 한 점도 특징이다. 멤버 한 명당 2개씩 모두 8개의 영상 콘텐츠를 마련했고 포토카드와 각종 굿즈 이벤트도 진행했다.
국내뿐 아니라 태국과 필리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시장에서도 판매해 K팝 팬덤을 제품 구매로 연결했다.
이들 사례의 공통점은 스타를 광고 화면에만 세워두지 않는다는 데 있다.
악뮤가 직접 쓴 문장이 들어간 비타500, 소비자가 문구를 완성하는 바나나맛우유, 한글 로고와 K팝 문화를 결합한 코카콜라, 블랙핑크 영상으로 연결되는 오레오까지 제품 포장 자체가 콘텐츠 역할을 한다.
제품 맛이나 기능을 바꾸지 않고도 기존 제품에 새로운 구매 이유를 만들 수 있다는 점도 업체들이 한정판 패키지를 활용하는 배경이다. 특히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문구나 디자인이 제품마다 다르면 소비자가 여러 종류를 찾거나 모으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광동제약 역시 악뮤에디션을 비타500 한 제품에 그치지 않고 제로·프레시·C plus까지 확대한다. 장수 브랜드에 스타의 콘텐츠를 얹어 기존 소비자에게는 새로운 볼거리를, 팬들에게는 제품을 직접 사야 할 이유를 만드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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