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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살형 집행 생중계하려다 ‘역풍’ 맞은 美 백악관·전쟁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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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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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스 부통령 “라이브 스트리밍? 나는 안 볼 것”
볼턴 “헤그세스가 트럼프에 아부하려 꾸민 일”
공화 의원도 검투사 시합에 비유하며 “부적절”

미 육군 사형수의 총살형 집행 장면을 실시간 생중계하려는 미국 백악관·전쟁부(옛 국방부)의 방침이 극심한 ‘역풍’에 직면한 모습이다. 사형제 자체를 반대하는 가톨릭 교계가 격하게 반발하고 나선 가운데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JD 밴스 부통령도 강한 회의감을 표명했다.

 

9일(현지시간) BBC 방송에 따르면 미국 가톨릭 주교회의는 최근 전쟁부가 전 육군 군의관(소령)이자 사형수인 니달 하산(56)의 총살형 집행일을 오는 12월3일로 정하고 이를 대중이 볼 수 있도록 공개하겠다고 발표한 점을 강력히 규탄했다. 주교들은 성명에서 “충격과 더불어 깊은 비애를 느낀다”는 심경을 토로했다.

미 육군의 전직 군의관(소령)이자 사형수인 니달 하산. 미 전쟁부는 오는 12월3일 하산을 상대로 총살형을 집행하되 이 광경을 온라인 등을 통해 생중계하기로 결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로이터연합
미 육군의 전직 군의관(소령)이자 사형수인 니달 하산. 미 전쟁부는 오는 12월3일 하산을 상대로 총살형을 집행하되 이 광경을 온라인 등을 통해 생중계하기로 결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로이터연합

밴스 부통령은 기자들의 질문에 “그것(총살형 집행 생중계)이 과연 실제로 이뤄질 것인지는 모르겠다”고 불확실성을 언급했다. 이어 “만약 라이브 스트리밍 방식이라면 나는 시청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밴스 부통령은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지난 2025년 최초의 미국인 교황 레오 14세를 미국 행정부의 고위 관료 중에선 처음 만나 화제가 됐다.

 

하산은 미군이 아프가니스탄 및 이라크에서 ‘테러와의 전쟁’ 임무를 한창 수행하던 2009년 11월 텍사스주(州)의 미 육군 기지 ‘포트후드’(Fort Hood) 안에서 총기를 난사해 군인 등 13명을 살해한 혐의로 사형이 확정됐다. 이슬람 신자인 그는 군사 재판에서 “미군 장병이 아프가니스탄으로 보내져 무슬림과 탈레반을 학살하는 것을 막고자 범행했다”는 진술을 내놓았다.

 

미군은 1961년 미성년자를 성폭행한 병사를 교수형에 처한 이래 65년간 사형 집행을 하지 않고 있다. 총살형의 경우 2차대전 말기인 1945년 1월 젊은 탈영병을 상대로 집행된 것이 마지막이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9일(현지시간) 오하이오주 선거 유세 참석을 위해 전용기에 탑승하기 전 기자들과 일문일답을 나누고 있다. 그는 81년 만의 미군 총살형 집행 공개와 관련해 “라이브 스트리밍 방식이라면 난 시청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AP연합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9일(현지시간) 오하이오주 선거 유세 참석을 위해 전용기에 탑승하기 전 기자들과 일문일답을 나누고 있다. 그는 81년 만의 미군 총살형 집행 공개와 관련해 “라이브 스트리밍 방식이라면 난 시청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AP연합

81년 만의 총살형 집행 부활이란 아이디어를 낸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피트 헤스세스 전쟁부 장관이다. 그는 나달의 총살형 집행을 위한 일명 ‘총살 분대’(firing squad)의 구성과 집행 과정의 온라인 생중계를 백악관에 건의해 트럼프의 허가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헤그세스 장관은 “대중의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기 위해서”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전쟁부의 발표 후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취재진의 질문이 쏟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산을 “완천히 미친 사람으로 13명의 목숨을 빼앗은 살해범”이라고 지칭했다. 이어 “그(하산)가 어떻게 되든 나는 상관없다”며 “사형 집행은 가치있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처형 장면의 실시간 생중계에 관해선 특별히 의견을 밝히지 않은 셈이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냈으나 지금은 트럼프와 갈라선 존 볼턴(77) 전 대사는 헤그세스 장관을 나무랐다. 그는 BBC 라디오에 출연해 “나는 사형제를 지지하지만 집행 생중계는 필요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이번 일을 헤그세스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을 기쁘게 하려고 꾸민 것으로 본다”며 “헤그세스 장관이 국방부를 운영해 온 방식이 늘 그렇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공화당 소속 존 커티스(66) 연방 상원의원(유타)은 공개 처형을 고대 로마 제국의 검투사 경기에 비유했다. 노예나 사형수들 중에서 뽑힌 검투사들이 대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무기를 들고 싸워 서로를 죽이는 잔혹한 시합이다. 커티스 의원은 “공개 처형을 무슨 오락처럼 즐기려는 욕구가 커질 때 문명은 약화하고 무너진다”는 말로 백악관과 전쟁부에 재고(再考)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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