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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호기 PD “몸은 인류의 공용어”… 멕시코·이탈리아서 새 답 찾는 ‘피지컬: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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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진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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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의 인기 프로레슬러와 이탈리아의 올림픽 영웅이 자신의 몸을 본뜬 토르소 앞에 섰다. ‘가장 완벽한 피지컬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같지만, 이를 증명할 선수와 경기장, 승부의 방식은 달라졌다. 한국에서 출발한 넷플릭스 예능 ‘피지컬: 100’이 멕시코와 이탈리아의 스포츠·문화와 만나 새로운 얼굴로 돌아왔다.

 

원작을 기획·연출한 장호기 PD와 진행된 서면 인터뷰에서 그는 해외판의 관전 포인트로 차이를 꼽았다. 한국판을 얼마나 충실하게 재현했는지보다, 같은 질문에 각국이 어떤 답을 내놓는지 살펴보라는 것이다.

 

“저는 ‘피지컬’의 현지화가 한국 원작과 똑같이 만드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인 DNA는 공유하되, 결국 그 나라에서만 만들 수 있는 ‘피지컬’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넷플릭스 예능 ‘피지컬: 100’이 멕시코와 이탈리아의 스포츠·문화와 만나 새로운 얼굴로 돌아왔다.
넷플릭스 예능 ‘피지컬: 100’이 멕시코와 이탈리아의 스포츠·문화와 만나 새로운 얼굴로 돌아왔다.

◆멕시코는 계단 오르기, 이탈리아는 수상 플랭크… 첫 관문부터 다르다

 

장 PD가 말한 차이는 첫 경기부터 드러난다. 한국 시즌1이 물 위 구조물에 오래 매달리는 사전 미션으로 출발했다면, ‘피지컬 100: 멕시코’는 계단 오르기 운동기구인 스텝밀에 참가자들을 세운다. ‘무한의 피라미드’라는 이름처럼 끝없이 계단을 오르며 지구력의 한계를 시험하는 경기다. 사전 경기의 성적에 따라 다음 1대1 대결의 선택권을 얻는 기본 구조는 이어지지만, 악력과 상체의 버티는 힘 대신 계단을 오르는 지구력이 시험대에 오른다.

 

‘피지컬 100: 이탈리아’는 물 위에서 플랭크 자세로 버티는 경기를 택했다. 자신의 체중을 견디다 한계에 도달하면 물에 떨어지는 긴장감은 익숙하지만, 몸을 쓰는 방식은 다르다. 한국 시즌1의 매달리기가 다음 경기의 선택권을 위한 순위 결정전이었다면, 이탈리아판은 첫 관문부터 20명을 탈락시키며 생존 경쟁의 속도를 높인다.

 

같은 100인 경쟁이라도 어떤 능력을 먼저 시험하느냐에 따라 유리한 몸과 불리한 몸이 달라진다. 원작을 본 시청자라면 ‘이 경기에는 어떤 종목의 선수가 강할까’를 예상하며 비교하는 재미가 있다.

원작을 기획·연출한 장호기 PD는 “‘가장 완벽한 피지컬이란 무엇인가’라는 같은 질문에 이 나라는 어떤 답을, 어떻게 제시하고 있을까라는 시선으로 보시면 훨씬 재미있게 즐기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작을 기획·연출한 장호기 PD는 “‘가장 완벽한 피지컬이란 무엇인가’라는 같은 질문에 이 나라는 어떤 답을, 어떻게 제시하고 있을까라는 시선으로 보시면 훨씬 재미있게 즐기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 PD는 “퀘스트나 세트의 미학에서도 각 나라의 색깔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며 “‘가장 완벽한 피지컬이란 무엇인가’라는 같은 질문에 이 나라는 어떤 답을, 어떻게 제시하고 있을까라는 시선으로 보시면 훨씬 재미있게 즐기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장의 풍경도 현지의 문화와 맞닿아 있다. 멕시코판은 스페인 정복 이전 문명에서 영감을 얻은 경기장을 구현했다. 거대한 석조 구조물을 옮겨 세우는 팀전 ‘모놀리스’는 힘과 협동을 시험하면서 고대 메소아메리카 문명을 연상시키는 볼거리를 더한다. 이탈리아판은 고대 로마의 원형경기장을 떠올리게 하는 공간에서 원작의 상징인 토르소와 현지의 미학을 결합했다. 멕시코판의 경기장과 제작 환경에는 현지 기술진·창작진이 참여해 문화적 색채를 구현했다.

 

‘피지컬 100: 멕시코’는 스페인 정복 이전 문명에서 영감을 얻은 경기장을 구현했다. 거대한 석조 구조물을 옮겨 세우는 팀전 ‘모놀리스’는 힘과 협동을 시험하면서 고대 메소아메리카 문명을 연상시키는 볼거리를 더한다.
‘피지컬 100: 멕시코’는 스페인 정복 이전 문명에서 영감을 얻은 경기장을 구현했다. 거대한 석조 구조물을 옮겨 세우는 팀전 ‘모놀리스’는 힘과 협동을 시험하면서 고대 메소아메리카 문명을 연상시키는 볼거리를 더한다.

◆프로레슬러부터 올림픽 영웅까지… 다른 나라의 ‘몸’을 발견하는 재미

 

출연진의 차이는 각국이 사랑하는 스포츠와 신체 문화를 보여준다. 멕시코판에는 인기 프로레슬러 미스티코와 전 축구 국가대표 카를로스 살시도 등이 출연한다. 올림픽 출전 선수뿐 아니라 경찰관과 소방관, 군인 등 서로 다른 현장에서 몸을 단련한 참가자들도 한자리에 모였다.

 

이탈리아판에는 수영의 페데리카 펠레그리니, 다이빙의 타니아 카뇨토, 기계체조의 유리 케키 등이 등장한다. 자신의 종목에서 정상에 올랐던 선수라도 전혀 다른 조건의 경기에서 우위를 지킬 수 있을지는 별개의 문제다. 수영장에서 가장 빠른 몸이 물 위에서 체중을 지탱하는 경기에서도 강할지, 체조로 단련한 몸이 다른 종목의 강자와 겨뤄 어떤 결과를 낼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피렌체의 전통 경기인 ‘칼초 스토리코 피오렌티노’ 선수처럼 한국 시청자에게 생소한 종목의 참가자를 발견하는 즐거움도 있다. 익숙한 예능의 규칙을 따라가다 보면 다른 나라의 스포츠 문화까지 만나게 되는 셈이다.

 

장 PD는 “각 나라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스포츠와 신체 문화가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부분이 재미있다”며 “한국에서는 익숙하지 않았던 종목의 선수나 그 나라에서 국민적인 사랑을 받는 스포츠 영웅들을 새롭게 발견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멕시코판은 승부 밖의 모습도 화제가 됐다. 참가자들이 직접 촬영한 비하인드 영상에는 쉬는 시간에 축구를 하거나 턱걸이, 두 손으로 달리기 등 또 다른 경쟁을 벌이는 장면이 담겼다. 본편에서는 상대를 꺾어야 하는 경쟁자들이 경기장 밖에서는 장난을 주고받고 서로를 응원한다. 스페인 일간지 엘파이스는 이 영상들과 함께 경기 중 참가자들이 서로를 격려하는 모습에도 주목했다.

 

이는 장 PD가 원작부터 중요하게 여겼다는 가치와도 연결된다.

 

“‘피지컬’은 단순히 누가 더 강한지를 겨루는 프로그램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경쟁 속에서 드러나는 존중, 포기하지 않는 정신, 자신과 다른 상대를 인정하는 순간들이 이 프로그램에서 굉장히 중요했습니다.”

 

◆“한국 콘텐츠를 보는 데서, 한국의 아이디어를 다시 만드는 단계로”

 

장 PD는 포맷이 국경을 넘을 수 있었던 이유를 ‘몸’이라는 소재의 보편성에서 찾았다.

 

“‘몸’은 번역이 필요 없는 ‘인류 전체의 공용어’라고 생각합니다. 언어나 문화적인 배경을 몰라도 누군가가 무거운 것을 들어 올리고, 마지막까지 버티고, 넘어졌다가 다시 일어나는 순간의 감정은 누구나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는 처음부터 지구 반대편의 시청자도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겠다는 각오로 시리즈를 기획했다고 했다. 이제 그 시청자들이 프로그램을 보는 데 그치지 않고, 자국의 선수와 문화로 새로운 ‘피지컬’을 만들고 있다는 점이 특히 감격스럽다고 전했다.

 

“단순히 한국 프로그램을 그대로 옮기는 데 그치지 않고, 각 나라의 문화와 스포츠, 미학이 더해지면서 ‘피지컬’이라는 세계가 계속 넓어지고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기쁩니다.”

 

확장은 제작 방식에도 이어지고 있다. 와이어드 스페인어판에 따르면 멕시코판에는 120대의 카메라를 동시에 운용하는 시스템과 촬영 각도를 미리 검토하는 3D 사전 시각화 도구 등이 적용됐다. 현지에서 개발한 작업 방식은 이탈리아·스웨덴·프랑스·미국 등 다른 나라 제작팀에도 공유됐다. 한국의 아이디어가 현지의 창작·기술 역량과 만나고, 그 경험이 다시 다른 나라로 전달되는 구조다.

 

장 PD는 “한국에서 만들어진 하나의 아이디어와 제작 방식이 다른 나라의 창작자들에게 전달되고, 그들이 자신의 문화와 출연자들을 통해 다시 새로운 콘텐츠로 재창조하는 것”이라며 “우리가 만든 아이디어가 세계의 여러 창작자들에 의해 다시 해석되고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은 굉장히 영광스럽고 의미 있는 변화”라고 말했다.

 

그가 앞으로 만나고 싶은 참가자는 유명 스포츠 스타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한 나라의 전통 스포츠 최강자, 아직 알려지지 않은 신체 능력의 소유자, 피지컬에 대한 편견을 깨뜨리는 인물도 중요한 후보군이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순간은 처음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참가자가 경쟁을 거듭하면서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새롭게 발견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아직 세계가 발견하지 못한 새로운 피지컬, 우리의 예상을 산산조각 내줄 의외의 피지컬들을 계속 만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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