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비닐 옷 등 갖춰 입고 능숙하게 범행…곧바로 당일 출국
한 달 전부터 잇따라 입국, 치밀하게 계획…4명이 역할 분담
추석 연휴 새벽 침입…경찰 국제사법공조 효과는 미지수
현직 중국 최고 지도자의 이름을 상호로 쓴 중식당에 페인트와 약물 테러를 저지른 용의자는 중국인 4명으로 파악됐다.
20∼40대 남성인 용의자들은 사건 한 달 전부터 일주일 전까지 두 차례에 걸쳐 무비자로 입국한 뒤 추석 연휴를 틈타 사전에 준비한 대로 범행에 나섰다. 이들은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옷과 모자 등을 맞춰 입고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 능숙하게 범행한 뒤 중국으로 도망쳤다. 사전에 치밀하게 모의된 계획범죄로, 용의자들이 민간인이 아닌 훈련받은 전문가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27일 경기 성남 분당경찰서 등에 따르면 공동재물손괴 등 혐의를 받는 40대 A씨 등 중국인 남성 4명의 신원이 특정됐다. 이들은 추석 연휴 첫날인 지난 24일 오전 2시40분쯤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의 한 중식당에 마스크와 모자로 얼굴을 가린 채 침입해 매장 내부 곳곳에 페인트를 칠하고 식재료에 농약으로 추정되는 물질을 뿌린 혐의를 받는다. 해당 물질의 성분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이들은 약 1시간 동안 범행한 뒤 택시를 타고 서울의 숙소를 거쳐 인천국제공항으로 이동했다. 이어 당일 오전 항공편으로 중국 옌타이와 상하이 등지로 도주했다.
경찰은 당일 오전 8시30분쯤 피해 업주의 신고를 받고 동선을 추적해 오후에 신원을 특정했으나, 용의자들이 비행기에 몸을 실은 뒤였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범행 한 달 전부터 차례대로 입국해 사전 답사를 마치고 연휴 휴무를 노려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동기는 해당 중식당이 중국 국가주석의 이름과 동일한 상호를 사용한다는 점에 불만을 품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마치 중국 상하이에 ‘이승만’, ‘박정희’, ‘이재명’ 등의 이름을 딴 한식당이 있는 것과 비슷하다.
상법 제23조는 부정한 목적으로 다른 사람의 영업으로 오인할 수 있는 상호를 사용하는 걸 금지한다. 하지만, 단순히 이름만 같다고 불법이 되는 건 아니다. 상법 제18조는 기본적으로 상호에 성명이나 그 밖의 명칭을 쓸 수 있도록 허용한다. 상표 등록이 아닌 상호인 만큼 지방자치단체에 영업신고만 하면 사용할 수 있다.
앞서 올해 5월에는 정부 청원시스템에 중국 국가주석의 이름을 사용한 이 가게를 두고 행정조치 가능 여부를 묻는 청원도 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업주는 “8년 전부터 가게를 운영해 왔으나 몇 달 전부터 이를 문제 삼는 항의 전화와 방문이 잇따랐고, 두 달 전에도 간판에 검은색 스프레이가 칠해지는 피해를 보았다”고 호소했다.
경찰 관계자는 “국제사법공조를 통해 용의자 추적을 계속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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