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가 예멘의 후티 반군의 공세에 위기를 겪고 있다. 지난 24일(현지시간) 후티는 사우디 수도 리야드의 “한 민감한 목표물”과 홍해 연안 도수 얀부의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시설을 미사일과 드론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지난 20일에 이어 두번째로 수도가 공격받은 것이다. 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해협이 막힌 뒤 사우디까지 후티의 공격으로 원유 수송이 원활해지지 않자 전세계가 사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사우디는 왜 후티에 고전하고 있는 걸까. 후티는 누구인가.
◆샌들을 신는 산악 전사들…베일에 싸인 지도자 압둘 알후티
후티는 예멘 북부에 자리 잡은 무장 정치·종교 단체다. 시아파 소수민족으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함께 서방에 맞서는 이란 주도의 ‘저항의 축’ 일원이다.
정식 명칭은 안사르 알라(신의 추종자들)다. 그러나 창시자 후세인 바드르 알딘 알후티의 이름을 따 일반적으로 후티로 불린다. 1990년 처음 등장한 이들은 2000년대 초 예멘을 33년간 철권통치해온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에 맞서 반란을 일으켰다. 2011년 아랍의봄으로 살레 대통령이 물러나자 후티는 수도 사나를 차지했고, 지속적으로 세력을 확장해왔다.
영국 BBC에 따르면 지난해 병력수는 35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며, 예멘 영토의 4분의 1~3분의 1이 이들의 영향권에 있다.
가죽이나 고무 샌들을 신은 모습이 종종 눈에 띄는데 이는 산악지대에서 생활한 이들의 전통적·일상적 복식이다. 평소 입던 전통 복장과 샌들을 그대로 전투에 나서는 것이다.
현재 후티 지도자는 창립자의 동생 압둘 말리크 알후티다. 2004년 후세인 알후티가 예멘 정부군에 살해된 뒤 조직 수장에 올랐다. 압둘은 탁월한 조직력과 지도력을 보여줬다. 그의 행보는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예상 밖 전투능력 …AI로 미사일·드론 개량
사우디와 후티의 충돌은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경에서 교전을 벌였다. 2015년 후티가 사나를 넘어 남부 아덴까지 침범하자 사우디는 다른 나라와 손잡고 아랍국가연합을 결성해 예멘 정부를 지원했다. 수년간의 공습과 지상전은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10년간의 내전으로 험준한 산악 지형을 활용한 매복과 유격전에 통달한 이들을 당해낼 수 없었다.
2022년 4월 유엔의 중재로 휴전하긴 했으나 소규모 교전은 계속됐다.
2023년 10월 가자 전쟁 때 후티는 팔레스타인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이스라엘과 홍해 및 아덴만의 상선들을 향해 드론과 미사일을 발사했다. 국제사회의 중재 끝에 2025년 10월 미국과 후티는 서로 공격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지난 2월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하자 휴전도 흔들렸다.
결국 지난 7월 후티가 사우디에 대한 해상 금수 조치를 발표하고 사우디 공항과 석유시설, 홍해의 유조선 등에 대해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시작하면서 양측 무력 충돌이 본격화됐다.
최근 주목받은 것은 후티의 군사력이다. 과거 후티는 이란에 무기를 공급받아왔다. 그러나 이제는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을 활용해 미사일과 드론 등 살상무기의 자체 개발 역량을 빠르게 키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1600㎞ 이상 떨어진 이스라엘을 향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고 홍해에서 무인 수상정과 드론 등을 동원해 선박을 공격하고 있다.
영국 싱크탱크 분쟁무기연구소(CAR)는 지난 5월 보고서에서 “과거 이란은 후티 반군에 완제품 무기를 공급했지만, 이제는 대리 세력이 조립할 수 있는 부품을 점점 더 많이 보내고 있으며, 더욱 발전된 미사일 기술도 공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결국…튀르키예·파키스탄·프랑스 등 지원
사우디가 위험에 처해 원유공급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국제사회가 지원에 나섰다.
사우디와 공동방위협정을 맺은 튀르키예와 파키스탄은 군사행동을 검토하고 있다. 사우디 외교부 측은 25일 3국 참모총장이 긴급회의를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공동방위협정은 어느 한 당사국에 대한 공격을 모든 당사국에 대한 공격으로 규정하고 있다.
프랑스는 석유시설 보호 목적의 군사 자산을 보낼 계획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최근 현지 인터뷰에서 “우리는 홍해 얀부 기지를 보호하기 위해 군인, 레이더 시스템, 방어 시스템 등 군사 자산을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프랑스군이 직접 전투에 참여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어떠한 분쟁에도 개입하지 않으며, (군사 자산 파견은) 오직 이 시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앞서 영국은 사우디 항공기에 공중급유를 제공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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