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율 38%로 2007년 이후 최저…기존 집권 3당은 과반 유지
거리에서 정권을 향해 변화를 요구했던 모로코 청년들이 정작 선거에서는 정치권을 바꾸지 못했다. 지난해 의료·교육·일자리 문제를 제기하며 거리로 쏟아져 나왔던 북아프리카 모로코의 Z세대가 이번 총선에서 제도권 정치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실패한 모습이다. 총선 투표율은 38%대로 19년 만에 가장 낮았고, 기존 집권세력은 의회 과반을 유지했다.
24일(현지시간) 모로코 내무부의 잠정 개표 결과에 따르면 전날 치러진 하원 선거에서 자유주의 성향 신뢰현대당(PAM)이 전체 395석 가운데 97석을 차지해 1당에 올랐다. 2021년 1당이었던 독립국민연합(RNI)은 66석으로 2위, 이스티클랄당은 65석으로 3위를 차지했다.
2021년부터 집권연정을 구성해온 3개 정당은 이번에도 모두 상위권을 차지하며 합계 228석을 확보했다. 하원 과반 의석인 198석을 크게 웃돈다. 정치권에 대한 청년층의 불만이 선거를 통해 기존 정치질서를 뒤흔들지는 못한 것이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분위기는 달랐다. 2025년 9월 모로코에서는 ‘GenZ 212’를 자처한 청년들이 틱톡·인스타그램·디스코드 등 온라인을 기반으로 전국적인 시위를 조직했다. 공공병원의 열악한 의료 환경과 교육 문제, 청년실업, 부패 등을 비판하며 정부에 생활 여건 개선을 요구했다. 시위 과정에서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사회적 충돌도 이어졌다.
불만의 배경에는 경제성장의 그늘이 있었다. 모로코는 제조업과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며 경제가 성장하고 있지만, 청년층이 체감할 수 있는 일자리와 공공서비스 개선은 충분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2025년 모로코의 15~24세 청년실업률은 37.2%에 달했다.
그러나 거리의 분노가 정치 참여로 그대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전체 투표율은 38.02%에 그쳤다. 2021년 총선의 50%를 웃돌았던 투표율에서 크게 떨어졌으며, 2007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AFP는 이번 선거를 앞두고 실업과 불평등에 대한 불만이 유권자들의 정치적 무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오히려 한때 집권했던 온건 이슬람주의 성향의 정의개발당(PJD)이 2021년 13석에서 이번 54석으로 의석을 크게 늘린 것이 가장 눈에 띄는 야권의 반등이었다. 하지만 PAM·RNI·이스티클랄 등 기존 집권 3당의 과반을 위협하기에는 부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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