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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분자 막걸리부터 안동소주까지…추석 우리 술 8선 [이복진의 술래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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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진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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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상차림이 달라지면서 술상도 한층 다채로워지고 있다. 전과 갈비찜에 어울리는 막걸리부터 한우구이와 곁들이기 좋은 증류주, 식전 분위기를 살릴 과실주까지 선택지가 넓어졌다.

 

올해 ‘이복진의 술래잡기’에서는 명욱 세종사이버대 교수와 여성 방송인 최초 전통주 소믈리에인 김민아 아나운서가 추석 연휴에 즐기기 좋은 우리 술 8종을 추천했다. 두 전문가는 전통주라는 이름만으로 고르기보다 음식과 모임의 분위기, 마시는 이의 취향에 맞춰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명욱의 선택, 지역과 양조의 이야기

 

명욱 교수는 탁주로 가평의 잣을 듬뿍 넣은 프리미엄 막걸리 ‘옥지춘’을 추천했다. 가평은 큰 일교차와 풍부한 수자원, 안개가 어우러져 잣 재배에 적합한 지역으로 꼽힌다. 조선시대에는 잣이 명나라 사신에게 하사하던 귀한 선물로도 기록돼 있다.

가평의 우리도가가 빚는 옥지춘은 쌀·물·누룩과 가평 잣만으로 만든다. 잣의 식감을 살리기 위해 성글게 빻아 넣고 쌀을 넉넉히 사용해 질감이 두텁다. 명 교수는 “육류나 기름진 전보다 두부, 도토리묵, 쌈 채소, 광어회처럼 담백한 음식과 곁들이면 잣의 고소함을 더 잘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약·청주로는 서울 방배동 서울양조장(가양주연구소)의 ‘설화 백’을 꼽았다. 김포 쌀로 직접 만든 수제 쌀누룩 ‘설화곡’을 사용하고, 1차 발효 뒤 고두밥을 네 차례 더 넣어 완성하는 오양주 방식이 특징이다. 여러 차례 덧술을 하는 중양주 방식과 자가 누룩은 전통 양조의 밀도와 개성을 보여주는 요소다.

 

비살균 약주인 설화 백은 파인애플과 멜론을 떠올리게 하는 과실 향이 도드라진다. 명 교수는 “향을 충분히 느끼려면 작은 잔보다 와인 잔을 활용하는 편이 좋다”며 “신선로, 전복초, 한우수육, 편백찜처럼 재료의 풍미를 살린 음식과 잘 맞고, 의외로 치즈와의 궁합도 좋다”고 말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증류주로는 ‘조옥화 안동소주’를 추천했다. 안동소주는 안동 지역에서 전승된 증류식 소주다. 조옥화 안동소주는 경북 무형문화재이자 전통식품 명인 제20호인 고 조옥화 명인의 제조법을 잇는다. 직접 만든 밀누룩과 쌀로 술밑을 빚은 뒤 상압식으로 증류하고 숙성을 거쳐 완성하며, 현재 45도 단일 제품을 생산한다.

 

명 교수는 “구운 쌀과 밀짚을 연상시키는 구수한 향미가 매력”이라며 “스트레이트나 온더록은 물론 하이볼로도 즐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동의 헛제삿밥, 문어숙회는 물론 복어탕·대구탕·낙지연포탕처럼 맑은 해산물 국물 요리와도 잘 어울린다고 덧붙였다.

마지막 추천작은 양평의 ‘허니비 와인’이다. 양평에서 직접 양봉한 천연 꽃꿀로 빚은 미드, 즉 벌꿀 와인으로 인공 첨가물 없이 꿀의 당분을 발효해 만든 것이 특징이다. 알코올 도수는 8도다.

명 교수는 “꿀로 만들었다고 해서 끈적하고 무겁기만 한 술은 아니다”며 “은은한 단맛과 부드러운 질감 사이로 배와 멜론을 연상시키는 향이 느껴지는 디저트주”라고 소개했다. 식전이나 식후 가볍게 즐기기 좋고, 당분이 들어가지 않은 치즈나 가벼운 샐러드와 곁들이기를 권했다.

 

◆김민아의 선택, 화사하고 부드럽게

 

김민아 아나운서가 꼽은 탁주는 국순당 고창명주의 ‘자연담은 복분자 막걸리’다. 고창산 쌀과 복분자를 활용한 살균 탁주로, 진홍빛 색감과 복분자 특유의 달콤한 풍미가 특징이다. 생쌀과 복분자를 함께 발효해 만들며 알코올 도수는 6도다.

김 아나운서는 “명절이라고 반드시 묵직하고 구수한 술만 고를 필요는 없다”며 “부드러운 쌀 막걸리의 바탕에 복분자 과즙의 산뜻함이 더해져 술이 약한 사람도 비교적 편하게 즐길 수 있다”고 추천했다. 매운 갈비찜, 해물파전, 불고기처럼 기름기와 양념이 있는 명절 음식과 잘 어울린다.

 

약·청주 부문에서는 순창의 지란지교가 빚는 ‘지란지교 약주’를 선택했다. 국산 찹쌀과 멥쌀, 누룩, 순창의 물로 빚고 인위적인 감미료를 더하지 않은 약주다. 첫맛의 산뜻한 산미에 깔끔한 단맛이 이어지는 것이 장점으로, 궁중떡볶이·떡갈비·조개탕처럼 과하지 않은 감칠맛의 음식과 조화를 이룬다.

증류주로는 오미나라의 ‘문경바람 오크 40도’를 추천했다. 문경 사과를 발효한 뒤 두 차례 증류하고 유러피안 오크통에서 숙성한 사과 증류주다. 사과의 과실감과 오크의 스모키하고 중후한 풍미가 겹쳐지며, 40도라는 높은 도수에도 매끄러운 질감을 느낄 수 있다.

 

김 아나운서는 “명절 식사 자리에 품격을 더하고 싶은 위스키 애호가에게도 권할 만하다”며 “스트레이트로 천천히 마시거나 한우 숯불구이, 훈제오리, 약과·건과일과 곁들이면 좋다”고 말했다.

가벼운 식전주를 찾는다면 고도리 와이너리의 ‘고도리 샤인머스캣 화이트와인’이 눈길을 끈다. 경북 영천에서 직접 재배한 샤인머스캣을 활용한 과실주로 알코올 도수는 10.5도다. 샤인머스캣의 향긋한 과일 향과 부담스럽지 않은 당도, 산뜻한 산미가 특징이다.

 

김 아나운서는 “무겁고 진한 술보다 향긋한 한 잔을 선호하는 이들에게 좋은 선택”이라며 “문어숙회, 훈제연어, 리코타 치즈 샐러드와 함께 식사 전 즐기면 명절 모임의 분위기를 한결 가볍게 열 수 있다”고 말했다.

◆명절 술상, 도수보다 순서

 

두 전문가는 한 자리에서 여러 술을 마실 때 도수와 맛의 강도를 고려해 순서를 정할 것을 조언했다. 식전에는 샤인머스캣 화이트와인처럼 향긋하고 가벼운 술로 입맛을 열고, 식사 중에는 복분자 막걸리·지란지교 약주·설화 백 등을 음식에 맞춰 선택하는 방식이다.

생성용 AI를 활용해 제작한 이미지.
생성용 AI를 활용해 제작한 이미지.

식사 후 또는 구이와 함께할 때는 문경바람 오크 40도와 조옥화 안동소주처럼 도수가 높은 증류주를 천천히 즐기는 편이 좋다. 허니비 와인처럼 은은한 단맛을 지닌 디저트주로 식사를 마무리하는 것도 방법이다.

 

명절 술의 핵심은 많이 마시는 데 있지 않다. 가족과 친지, 친구가 모이는 자리에서 지역의 재료와 양조장의 이야기를 나누며 음식에 맞는 한 잔을 고르는 것. 올 추석에는 취향에 맞는 우리 술 한 병으로 풍성한 술상을 차려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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