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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여행 때마다 봤던 그 펭귄 사라진다…스이카에 무슨 일이 [재패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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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유태영 특파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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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선호 매체 등록
생활 결제 플랫폼으로 진화 앞두고
스이카 상징 캐릭터 2027년 봄 ‘졸업’
후임 후보 3종 인기투표 어제 종료
팬들 아쉬움 속 10월부터 이별행사

일본 여행을 다녀오신 분이라면 한 번쯤 ‘스이카’(SUICA) 카드에 대해 들어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 일본 철도회사 JR동일본이 발행하는 교통카드인데요. 교통카드 중에서는 도쿄 등 수도권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본 도쿄메트로 마루노우치선 역사에 전철이 들어오는 모습. 도쿄=타스연합뉴스
일본 도쿄메트로 마루노우치선 역사에 전철이 들어오는 모습. 도쿄=타스연합뉴스

간토 지방과 시즈오카·야마나시·나가노현의 사설 철도·버스 회사들이 출범시킨 ‘파스모’(PASMO), JR서일본 등이 만들어 오사카·교토 등 간사이 지역에서 많이 쓰이는 ‘이코카’(ICOCA)와 함께 일본 교통카드 3대장으로 불립니다.

 

교통카드에서 일상 결제까지

 

여러 회사가 운영하는 대중교통 노선이 미로처럼 얽힌 일본에서는 교통카드를 쓰는 게 여러모로 편리합니다. 구간별 요금을 복잡하게 따져서 표를 구입할 필요 없이 카드 태그만으로 손쉽게 승·하차를 할 수 있어서죠.

 

구마모토현처럼 전국 교통카드 사용을 중단하고 신용카드 터치결제를 도입한 곳도 있지만, 이제 호환도 잘 돼 있어서 어느 카드든 일본 대부분 지역에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잔액이 부족할 경우엔 개찰구를 나서기 전 충전할 수 있는 시스템도 잘 갖춰진 편입니다.

 

요즘에는 전자화폐로 활용할 수 있는 범위도 넓어졌습니다. 자판기, 카페, 식당 등에 ‘IC 교통계(交通系)’라는 마크가 보인다면 현금이나 신용카드 대신 사용할 수 있습니다.

 

펭귄 캐릭터가 그려진 일본 교통카드 스이카(왼쪽)와 이 캐릭터의 원형이 담긴 사카자키 지하루의 그림책 ‘펭귄 고코로’
펭귄 캐릭터가 그려진 일본 교통카드 스이카(왼쪽)와 이 캐릭터의 원형이 담긴 사카자키 지하루의 그림책 ‘펭귄 고코로’

25년 활약 후 퇴장 앞둔 펭귄

 

요즘 일본에서는 스이카 카드가 새삼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2001년 처음 나왔을 때부터 누적 발행 1억2000만장을 넘어선 스이카와 25년간 함께해 온 펭귄 캐릭터가 곧 자취를 감출 예정이어서죠.

 

JR동일본은 지난 8일 홈페이지를 통해 펭귄을 대체할 세 종류의 캐릭터를 선보이면서 선호 투표를 실시했습니다. 후보로는 등에 하나의 선로가 그려진 다람쥐, 주위의 목소리를 경청하겠다는 의미에서 커다란 귀를 강조한 보라색 토끼, 작은 크로스백에 두더지를 넣어 땅 밖의 세상을 보여주는 오렌지색 아이가 올랐습니다.

 

투표는 23일 오후 11시59분을 기해 종료됐습니다. 가장 많은 득표를 한 캐릭터를 펭귄 후임으로 정하겠다고 JR동일본은 밝혔습니다. 11월18일 신 캐릭터를 발표한 뒤 이름 공모를 거쳐 내년 4월부터는 신 캐릭터를 이용한 카드를 선보인다는 일정이죠. 현재 판매 중인 펭귄 디자인 카드는 재고 소진 시 판매가 종료되며, 이후 새 카드가 발행되기 전까지는 캐릭터 없는 카드를 판매한다고 합니다.

 

스이카 차기 캐릭터를 노리는 세 후보들. JR동일본 홈페이지 캡처
스이카 차기 캐릭터를 노리는 세 후보들. JR동일본 홈페이지 캡처

“펭귄 아니면 안 돼” vs “후보 셋 다 귀여워”

 

펭귄의 후임이 될 이들 세 캐릭터를 두고 일본 내에서는 실망 섞인 반응이 많았다고 합니다. “스이카 캐릭터로 펭귄 말고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거죠.

 

‘캐릭터 왕국’ 일본에서도 스이카 펭귄의 인기는 대단했습니다. 캐릭터 교체 소식이 처음 알려진 지난해 말에는 ‘펭귄 캐릭터를 없애지 말라’는 온라인 서명에 2만5000명 넘게 서명할 정도였죠.

 

선호 투표가 실제 진행되자 소셜미디어 등에서는 펭귄의 퇴출을 결정한 JR동일본에 항의하는 의미에서 “제일 못생긴 캐릭터에 투표하자”는 움직임도 일었다고 합니다.

 

분위기는 곧 바뀌었습니다. 네티즌들이 선호 캐릭터를 활용한 일러스트나 인공지능(AI) 동영상을 경쟁적으로 만들어 올리면서 “의외로 셋 다 귀엽다”는 긍정적 반응이 나타나기 시작한 거죠.

 

일본 도쿄의 한 음료 자동판매기 터치 결제화면 우측 상단에 교통카드도 사용 가능하다는 ‘IC’ 마크가 보인다. 도쿄=유태영 기자
일본 도쿄의 한 음료 자동판매기 터치 결제화면 우측 상단에 교통카드도 사용 가능하다는 ‘IC’ 마크가 보인다. 도쿄=유태영 기자

캐릭터 교체에 담긴 의미

 

그렇다면 JR동일본은 왜 굳이 인기 캐릭터 펭귄을 교체하려는 걸까요. 이는 스이카 카드를 ‘이동 및 소액 결제 장치’에서 ‘고객 및 지역민과 함께 폭넓게 연결되는 생활 장치’로 진화시켜 나가겠다는 JR동일본의 목표와 맞물려 있습니다.

 

JR동일본은 현재 ‘스이카 르네상스’라는 구호 아래 스이카 카드의 대대적인 변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현재 2만엔(약 19만원)인 충전 상한액을 넘어 수십만엔 규모 결제가 가능한 코드결제 기능을 모바일 앱에 추가하고 송금 기능도 도입할 계획입니다. 은행 계좌와 연동한 후불 결제 구현, 고객 맞춤형 할인 및 쿠폰 지급, 지방자치단체·지역사회와의 제휴를 통한 급부금·지역화폐 수령 등 행정 서비스도 가능하게 한다는 구상입니다.

 

이렇게 되면 일본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간편 결제 서비스인 ‘페이페이’(PayPay)와 사실상 쓰임새가 비슷해집니다. 현금 중시 사회였던 일본이 ‘현금 없는 사회’로 이동하고 있는 가운데 스이카 카드가 QR·코드결제 사업자 영역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이는 셈이죠.

 

지방 노선 적자가 해마다 확대되고 있는 JR동일본이 철도 부문 외 시장 개척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결제 데이터가 늘어나면 새로운 사업을 창출할 수 있다”며 “귀가 시간대에 맞춘 쿠폰 및 쇼핑 정보 제공 등 보다 정교한 마케팅이 가능해진다”고 분석했습니다.

 

10월부터 ‘아듀 펭귄’ 행사 잇따라

 

결국 펭귄의 ‘졸업’은 단순한 캐릭터 교체라기보다 스이카가 교통카드에서 생활 플랫폼으로 변신하는 과정의 상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스이카 펭귄이 완전히 자취를 감추는 것은 아닙니다. JR동일본 측은 “(펭귄이) 저희 회사를 떠나더라도 작가님이 집필하는 펭귄을 볼 수 있다”고 했습니다.

 

펭귄 캐릭터는 JR동일본 측이 기획해서 만든 것이 아니라 일러스트레이터 사카자키 지하루의 1998년작 그림책에서 따온 것입니다. 일본어 ‘스이스이’는 공중이나 수중을 막힘없이 술술 지나가는 모양을 뜻하는 말인데, 물속을 ‘스이스이’하게 헤엄치는 펭귄이 교통카드를 이용해 개찰구를 손쉽게 통과하는 모습과 잘 맞는다고 해 스이카 캐릭터로 선정됐다고 합니다.

 

사카자키 작가는 스이카 펭귄의 졸업 소식에 “2001년 스이카의 대표 캐릭터로 선정됐을 때 기쁘고 자랑스러웠다”며 “25년이라는 긴 시간 포스터와 광고, 굿즈로 재탄생하며 많은 이들에게 사랑 받은 ‘스이카 펭귄’으로서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했다”고 소감을 밝힌 바 있습니다.

 

JR동일본은 25년간 감사의 마음을 담아 펭귄을 배웅하는 행사도 기획 중입니다. 10월30일부터는 우에노역에서 팬 감사 이벤트를 열고, 11월에는 야마노테선을 펭귄 색으로 꾸민 특별 열차를 운행한다고 합니다. 11월 하순에는 신칸센 역에서의 특별 행사도 계획 중이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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