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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에 안 오면 재산 없이 이혼” 각서 요구까지…추석이 부른 잔인한 결말 [이슈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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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김덕용 기자 kimd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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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원한 건 보상이 아니라, 남편의 따뜻한 말 한마디였어요. 이젠 남편이 내 편이 아니라는 생각에 이혼까지 진지하게 고민 중입니다.”

 

대구 동구 효목동에 거주하는 15년 차 맏며느리 이모(47)씨는 지난해 추석을 기점으로 시댁과의 인연을 잠정 중단했다. 명절 때마다 본업인 장사까지 접고 가장 먼저 시댁으로 달려가 일손을 거들었던 이씨였다. 매번 명절 마지막 날에나 찾아오는 시누이를 맞이하느라 친정 방문은 꿈도 꾸지 못했지만, 맏며느리의 당연한 책무라 여겨왔다.

 

사진은 기사 이해를 돕기위해 AI(인공지능)을 사용하여 제작한 사진. 생성형 AI 이미지 생성
사진은 기사 이해를 돕기위해 AI(인공지능)을 사용하여 제작한 사진. 생성형 AI 이미지 생성

하지만 오랜 시간 쌓아온 울분은 지난해 추석 결국 터지고 말았다. 1년째 핑계를 대며 집안 대소사를 외면해 온 동서, 그런 동서만 두둔하며 이씨의 희생을 당연시하는 시댁의 태도가 화근이었다. 남편의 무심한 태도가 가장 큰 상처가 됐다. 귀갓길에 서운함을 말하는 이씨에게 남편은 “당연한 일을 하면서 생색을 낸다”며 면박을 줬다. 이에 폭발한 이씨는 시댁 방문 거부를 선언했고, 이후 집안 대소사가 있을 때마다 부부는 격렬한 불화를 겪고 있다.

 

추석 명절 이후 이씨처럼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하거나 이혼을 결심하는 사례는 끊이지 않고 있다. 가사 노동의 불균형도 문제지만, 갈등을 중재해야 할 배우자의 방관과 공감 부족이 가정 파탄의 결정적 도화선이 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한 부부의 이혼 소송 사연도 명절 갈등이 어떻게 가정 파탄으로 이어지는지 생생히 보여준다. 명절마다 시댁에서 다른 가족들은 은수저를 쓰는데 자신만 나무젓가락을 받고 홀로 설거지를 전담하는 차별을 겪은 아내가 귀가 중 남편에게 서운함을 토로하자, 남편이 아내를 고속도로 휴게소에 홀로 버려두고 떠난 사건이 발생했다. 남편은 이후 “명절에 시댁에 안 오면 재산분할 없이 이혼한다”는 각서까지 강요해 이혼 소송에 이르렀다.

 

추석 등 명절 연휴 이후 이혼율이 급증하는 경향은 통계청 등 국가 통계로도 고스란히 증명된다. 24일 법조계와 국가데이터처 자료에 따르면, 과거 추석 연휴가 포함된 9월 직후인 10월의 이혼 건수는 전월 대비 적게는 9.4%에서 많게는 34.9%까지 급증했다. 설 연휴 직후인 3~5월 역시 이혼 건수가 평균 11.5% 증가하는 흐름을 보여, 명절이 부부 관계의 해체 여부를 가르는 임계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제사나 가사 분담 갈등 외에도 최근 젊은 부부들 사이에서는 명절 양가 체류 시간과 방문 순서를 공평하게 분담하려다 싸움으로 번지는 경향이 짙다고 지적한다. 가사 소송 전문가들은 “추석 연휴에 발생한 단발성 다툼으로 법원을 찾기보다는, 평소 누적된 고부갈등이나 장서갈등, 배우자의 소통 부재가 명절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폭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진단했다.

 

법무법인 더프라임 장세훈 변호사는 “명절 연휴 동안 장시간 같은 공간에 머물며 발생하는 가사 분담 등의 갈등이 이혼 상담 급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주변의 개입 없이 부부 두 사람만 참여해 진심을 나눌 수 있는 전문 상담 프로그램이 활성화된다면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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