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약 3개월간 원전 공론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환경단체가 23일 “핵발전 확대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하려는 계획”이라며 반발했다.
‘신규 핵발전소 저지와 핵없는 사회를 위한 전국행동’은 이날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정부는 공론화를 시작하기도 전에 가장 중요한 전제를 이미 정해 놓았다”며 “정부가 추진하는 반도체 산업단지와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 등 메가프로젝트에서 발생할 막대한 전력수요는 기정사실로 두고, 이를 충당하기 위해 핵발전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를 국민에게 묻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첫 질문부터 잘못됐다”며 “반도체·AI 데이터센터 등 메가프로젝트 규모와 입지가 과연 적정한지, 그에 따른 막대한 전력수요 전망이 타당한지, 우리 사회가 이를 어디까지 감당할 수 있는지, 어떻게 줄이고 관리할 것인지 먼저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행동은 “아무리 숙의 절차를 구조적으로 잘 갖추더라도 잘못 설정된 전제와 질문까지 정당화되는 건 아니다”라며 “메가프로젝트에 따른 전력수요 확대를 기정사실로 만들어 놓고 핵발전 역할만을 묻는다면, 그 공론화는 결국 이미 정해 놓은 핵발전 확대 방향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과정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들은 “기만적인 공론화 계획을 반대한다”며 “지금 필요한 건 핵발전 역할을 묻고 얼마나 더 늘릴지 묻는 공론화가 아니다. 우리 사회가 감당할 수 있는 기후·생태용량을 근거로 전력수요와 에너지전환의 방향을 근본적으로 논의하는 게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전날 국무회의에서 원전 공론화 추진계획을 보고했다. 기후부는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위한 원전 공론화위원회’를 우선 구성할 예정이다. 위원장 1명을 포함해 11명 이내로, 인문사회·과학기술·조사통계·갈등관리·에너지 등 분야별 유관단체 추천을 거쳐 위촉한다. 원전 이해관계자가 아닌 중립적 인사로 꾸리겠다는 게 기후부 설명이다. 원전 찬반 전문가는 별도 전문위원회를 꾸려 공론화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맡는다.
원전 공론화로 애초 10월 확정을 목표로 했던 12차 전기본 정부안 일정은 미뤄질 수밖에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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