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연합훈련 이례적 축소하며
美, 北에 대화 의지 적극적 타진
李 ‘선비핵화’ 전면 내세우는 대신
트럼프가 움직일 동력 마련 포석
경제제재 완화 북핵 강화 우려엔
“한반도 비핵화 최종목표 변함없어”
미국을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북핵 문제와 관련해 ‘단계적이고 실용적인 해법’을 추진하겠다는 구상을 밝히면서 북·미 대화의 동력을 되살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대통령은 남북·미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틀을 마련하기 위한 대화를 촉구해야 한다며 북·미 정상 간 직접 대화와 신뢰 구축을 촉구했다. 다만 북한의 핵 능력을 제한하는 데 초점을 맞춘 단계적 협상이 자칫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최종 목표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공개된 AP통신과의 서면인터뷰에서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재차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한국과 미국 모두 전제조건 없이 북한과 대화에 나설 의향이 여전히 있다”며 “북·미 정상이 신뢰를 구축하고 직접 만나 공통분모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대화 재개에 의욕을 보이며 한·미 연합훈련 축소 조치 등을 취한 것과 관련해서는 “미국이 북한에 대해 적대적 의도가 없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의도적인 조치”라고 평가했다.
단계적으로 접근할 경우 북한이 원하는 것만 얻고 핵 포기는 거부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서는 북한에 “안정적이고 항구적인 평화로 나아가는 것이 안전하고 번영하는 미래로 향하는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한 길”이라는 점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같은 날 공개된 일간 뉴욕타임스(NYT)와의 서면인터뷰에서도 기존의 단계적 접근 입장을 재차 밝히며 제재 완화와 추가적인 핵무기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 개발을 맞바꾸는 방식의 협상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 언급은 ‘선(先) 비핵화’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북·미 대화의 동력을 마련하는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관여를 적극 유도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대화를 통해 정치적 성과를 거두기 위해 미국 본토에 대한 북한의 위협을 낮추는 데 우선순위를 둘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방향에 맞춰주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박 교수는 북한이 이 같은 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그는 “북한도 ICBM 능력을 최대한 고도화하더라도 미국 본토를 타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베트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인 2019년 5월부터는 ICBM보다는 한국과 일본, 괌 등 인도·태평양 지역을 타격할 수 있는 핵·미사일 능력 개발에 보다 무게를 두는 모습도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접근이 한국 안보에 미칠 영향을 두고는 엇갈린 전망이 나왔다. 박 교수는 “제재가 해제돼 북한 경제가 활성화되면 핵 개발에 필요한 각종 물질을 확보하는 것도 지금보다 수월해질 수 있다”며 “결과적으로 북한이 현재보다 훨씬 고도화된 핵 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통일연구원은 이날 발간한 ‘북·미 정상회담의 안보적 함의와 우리의 대응’에서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이 유지되는 조건이라면 미 본토에 대한 북한의 타격 능력을 제한하는 것이 확장억제의 신뢰성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미국 본토가 안전해지면 유사시 한국에 핵우산(확장억제)을 제공할 때 져야 할 위험과 부담이 줄어든다. 이에 따라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이 실제로 이행될 확률이 높아져 한국의 안보 불안이 완화된다는 논리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비핵화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핵중단’에 초점을 맞춘 협상이 진행될 경우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듯한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비공식적 핵보유국인 인도, 파키스탄은 제재를 받았다가 해제되면서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은 선례”라며 “한국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자는 이야기로 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완전한 비핵화’가 최종 목표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박두순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유지하며 정책이 추진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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