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초 캄보디아 중서부 시엠립(시엠레아프)에 아프리카주머니쥐의 석상이 들어섰다. 2022년 죽은 ‘마가와’(Magawa)라는 이름의 이 쥐는 지뢰 등 폭발물 탐지 훈련을 받고 2016∼2021년 캄보디아의 지뢰 제거 작전에 투입됐다. 캄보디아는 내전(1973∼1991) 기간 대량으로 매설된 지뢰가 여전히 남아서 주민들의 안전과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후각이 뛰어난 아프리카주머니쥐는 캄보디아에서 지뢰, 불발탄 등 폭발물 탐지에 널리 활용된다. 사람보다 훨씬 가벼운 쥐는 지뢰를 밟아도 웬만해선 터지지 않는다.
오늘날과 비슷한 형태의 지뢰는 미국 남북전쟁(1861∼1865) 기간에 처음 출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연합국과 동맹국이 최전선에 각각 길다란 참호를 판 뒤 대치하던 1차대전을 거치며 중요한 방어 무기로 떠올랐다. 병사가 밟으면 터지는 지뢰는 발목 등 절단으로 이어져 국제사회로부터 ‘비인도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1997년 미국인 조디 윌리엄스(75)와 그가 이끌던 비정부기구(NGO) ‘지뢰금지국제운동’이 공동으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당시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대인 지뢰 사용을 금지하고 대인 지뢰 반대를 명확히 하려는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동서 냉전 종식 이후 한동안 지구촌에선 ‘지뢰를 영원히 퇴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하지만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이 같은 분위기에 변화가 생겨났다. ‘적(敵)이 나를 죽이려고 덤벼드는데 가만히 지켜보기만 해야 하느냐’는 의구심 때문일 것이다.
당장 우크라이나가 지뢰 금지 협약에서 탈퇴한 데 이어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핀란드, 폴란드 등이 뒤를 이었다. “러시아가 지뢰를 군사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우리만 그 사용을 포기하는 것은 결국 억지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들 국가의 항변은 충분히 공감이 간다.
지난 21일 최전방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지뢰 폭발로 추정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한국군 간부 2명이 중상을 입은 가운데 일각에선 “북한군이 군사분계선(MDL) 이남에 지뢰를 매설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22일 취임한 강신철 신임 국방부 장관은 관련 보고를 받은 뒤 군에 “부상 장병들의 치료와 회복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원인을 철저히 규명해 필요한 조치를 적극적으로 취하라”고 당부했다. 만약 북괴군이 몰래 매설한 목함지뢰가 원인인 것으로 드러난다면 가만히 있을 수 없다. 강력한 응징을 통해 북한이 다시는 대남 도발을 꿈도 꿀 수 없게끔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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