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들 살린 영웅적 행위에 명예훈장 추서
73년 만에 유해 신원 확인돼 ‘친족 품으로’
한·미 양국 대통령 나란히 유족 위로하기도
한·미 동맹의 토대가 된 한미상호방위조약(1953) 체결 70주년이던 2023년 한·미 양국 정상으로부터 아주 특별한 위로를 받은 전사자 유족이 있다. 6·25 전쟁 초반 북괴군과 싸우다가 18세 어린 나이에 목숨을 잃은 루터 스토리 미 육군 상병의 조카 주디 웨이드가 주인공이다.
미 전쟁부(옛 국방부)가 21일(현지시간) 홈페이지에 게시한 장문의 글을 통해 명예훈장(Medal of Honor) 수훈자이기도 한 스토리의 생애를 재조명했다. 명예훈장은 미국에서 군인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영예에 해당한다.
스토리는 1932년 7월 미 동남부 조지아주(州)에서 태어났다. 1948년 스토리는 다니던 고교를 중퇴하고 육군에 입대했다. 2차대전 종전 직후인 만큼 당시 미국에는 징병제가 남아 있었다. 다만 16세에 불과한 스토리는 아직 입영할 나이가 아니었으나 생년월일을 위조한 끝에 겨우 신병 훈련소에 입소할 수 있었다.
기초 군사 훈련을 마친 스토리는 미 서부 워싱턴주에 주둔하고 있던 제2보병사단에 배치됐다. 1950년 6월 한반도에서 북괴군의 남침으로 6·25 전쟁이 터지자 미국은 즉각 남한을 도와 참전하기로 결심했다. 태평양 연안의 2사단에 한반도 파병 명령이 떨어졌다. 스토리가 동료 장병들과 부산에 도착한 것은 1950년 7월23일의 일이었다.
당시 전세는 엄혹했다. 소련(현 러시아)이 2차대전 때 쓰고 남은 무기들로 무장한 북괴군의 진격은 거침없었다. 한국군은 물론 미군도 연전연패를 거듭하며 영남 지역까지 후퇴한 상태였다. 1950년 8월이면 한국군과 미군 등 유엔군은 북한군에 포위를 당한 채 낙동강 방어선 안에 갇힌 처지가 됐다. 그나마 부산항을 통해 미국과 다른 유엔 회원국들이 보낸 증원군이 속속 도착해 전열을 가다듬을 수 있어 다행이었다. 반격을 준비하는 동안 낙동강 방어선이 적의 공세에 뚫리지 않게 지켜내는 것이 절실했다.
1950년 9월1일 스토리가 속한 중대는 경남 창녕 일대에서 북한군에 맞서 싸웠다. 그는 적군의 차량에 수류탄을 던지며 용감하게 저항했으나 병력 면에서 중과부적이었다. 전투 도중 크게 다친 스토리는 후송을 거부한 채 동료 장병들 곁을 지켰다. 마침내 철수령이 내려졌을 때 그는 “끝까지 전선에 남아 부대의 안전한 퇴각을 엄호하겠다”고 했다. 훗날 전우들은 “스토리는 이용 가능한 모든 무기를 적진에 발사하고 있었다. 그게 마지막으로 본 모습”이라고 증언했다.
스토리는 전사한 것으로 추정됐지만 시신은 발견되지 않았다. 미 행정부는 고인에게 1계급 특진과 더불어 명예훈장을 수여하기로 결정했다. 이듬해인 1951년 6월 오마 브래들리 합참의장(육군 원수)이 스토리의 아버지에게 명예훈장을 전달했다. 육군은 1953년 9월 고인에 대해 최종적으로 ‘유해 수습이 불가능한 전사’ 판정을 내렸다.
그로부터 꼭 70년 만인 2023년 4월 ‘기적’이 일어났다. 하와이 태평양 국립묘지에 묻힌 신원 미상 유골들 중에서 스토리 유족의 유전자(DNA)와 일치하는 시신이 확인된 것이다. 사후 73년 만에 귀환해 친족의 품에 안긴 스토리는 고향인 조지아주 앤더슨빌 국립묘지에서 영면에 들었다.
2023년 4월 미국을 국빈으로 방문한 당시 윤석열 대통령 부부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부부의 안내로 수도 워싱턴의 6·25 참전 기념 공원을 찾았을 때 스토리의 조카 주디 웨이드와 만났다. 윤 대통령은 웨이드의 손을 꼭 잡은 채 “미국 청년들의 숭고한 희생에 마음이 숙연해진다”며 “한국이 성장한 것은 (스토리의) 희생이 헛되지 않았다는 의미”라고 위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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