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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성격이 문제 덮어두지 못해” [오상도의 경기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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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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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시한부 예산 넘겨받아 응급수술 중”…지도부와 미묘한 신경전
김민석 “영화제 약속 파기”…박지원 “제 눈의 대들보 봐야” 비판 이어져
도정 회의 생중계 소통 행보 나섰지만…갈등·수사 겹치며 무거운 발걸음
16개 광역단체 중 유일 ‘새 관사’ 임차…5465억 재정 감축 속 혈세 논란
‘유랑(流浪)’은 정처 없이 헤매는 발걸음이 아닙니다. 땅이 전하는 언어를 들으려 걸음을 늦추는 일이자, 사람과 공간이 나누는 다정한 대화입니다. 타성에서 벗어나 경기도라는 넓은 지도 위를 천천히 음미하며 거니는 기록입니다. 길 위에서 건져 올린 고요한 울림과 예리한 시선이 여러분의 일상에도 작은 여유와 깊은 영감이 되길 바랍니다.
21일 경기도 북부청사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추미애 지사(왼쪽)와 김민석 대표가 각기 다른 곳을 응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21일 경기도 북부청사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추미애 지사(왼쪽)와 김민석 대표가 각기 다른 곳을 응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22일 오전 9시30분. 경기도의 월간회의가 도민에게 생중계된다. 비공개 안건 없이 전체 회의를 생중계하는 건 역사상 처음이라고 도는 밝혔다. 지금까지 회의가 일부 공개된 적은 있으나 이번에는 실·국장이 참석하는 회의 전체를 실시간으로 모두 공개한다는 설명이다. 첫 중계에선 추석 대책과 반도체클러스터, 규제혁신 등이 논의될 예정이다.

 

그래서 잠시 도내 간부회의 중계의 역사를 살펴봤다. 

 

◆월간회의 모두 생중계?…투명성 제고 or 쇼윈도 행정

 

경기도는 민선 6기 남경필 지사(2014∼2018년) 당시 ‘혁신과 소통’을 내걸고 주간회의를 인터넷과 소셜방송(Live 경기)을 통해 생중계하기 시작했다. 권위주의 철폐와 부서 간 책임 떠넘기기(핑퐁 행정)를 방지하는 효과를 노렸다.

 

민선 7기 이재명 지사(2018년~2021년) 시절에는 ‘실시간 소통’의 극대화를 위해 확대간부회의, 도정 현안 점검회의 등을 유튜브, 페이스북 라이브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채널로 중계했다. 도지사가 공무원들에게 송곳 질문을 던지고 현황을 점검하는 과정이 실시간으로 공개됐다.

21일 경기도 북부청사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추미애 지사가 맞은편 자리의 김민석 대표를 바라보며 발언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
21일 경기도 북부청사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추미애 지사가 맞은편 자리의 김민석 대표를 바라보며 발언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

이 지사가 대통령에 취임한 뒤 선보인 회의 모습 그대로다. 당시 공직사회 내부의 긴장감이 높아지면서 도정 홍보 수단으로 활용됐다.

 

민선 8기 김동연 지사(2022∼2026년)는 아예 ‘끝장 토론’을 선보였다. 단순 보고형 회의 생중계를 넘어, ‘기회경기 혁신포럼’이나 ‘맞손토크’ 등 도지사와 간부,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난상토론까지 생중계했다.

 

앞선 회의 생중계들을 두고 도 안팎에서는 투명성 제고와 공직사회 체질 개선이라는 찬사와 함께 쇼윈도 행정이라는 비판이 동시에 일었다.

 

독자들은 눈치를 챘겠지만, 민선 9기 경기도의 도지사 주재 월간회의 생중계는 국면 전환의 성격이 짙다. ‘투명하고 열린 도정’을 강조하는 소통 행보에 무게를 뒀다.

 

반면 여권 내부와 벌이는 미묘한 신경전, 12억원 관사와 보조금 삭감의 후폭풍, 경찰 수사 등이 복합적으로 터져 나오면서 추미애 지사의 정치적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21일 경기도 북부청사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 경기도 제공
21일 경기도 북부청사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 경기도 제공

◆秋 “재정구조 바꿀 것”…박지원 “민주당의 장동혁”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자. 21일 경기도 북부청사에는 정치권의 이목이 쏠렸다. 이곳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경기도 예산정책협의회 및 최고위원회의에선 시작부터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추 지사는 도의 재정 난국을 “응급실 환자를 살리기 위한 수술”에 비유하며 구조조정의 당위성을 피력하는 등 여당 지도부와 미묘한 신경전을 이어갔다. 당 지도부가 추 지사의 정부를 향한 도 넘은 비판에 경고성 메시지를 내놓은 가운데 장외 설전 역시 고조되는 모양새다.

 

추 지사는 모두발언에서 “도정을 맡고 가장 먼저 마주한 건 9개월짜리 시한부 예산이었다”며 “문제를 발견하면 덮어두지 못하는 성격 탓에, 이미 멈출 민생 사업을 살려내고자 이리 뛰고 저리 뛰는 것”이라고 강변했다. 이어 “수술 중인 의사에게 왜 환자를 다치게 했느냐고 따지는 게 맞느냐”며 안팎의 시선을 반박했다.

 

추 지사는 민생 사업 정상화를 명분으로 지방소비세율을 현행 25.3%에서 40.3%로 상향하고, 법인세 국세분의 5%를 광역정부 재원으로 배분하는 등 3대 지방재정 세제개편안을 당에 요구했다.

 

이어 노동감독관 인건비, 광역철도, 의료·요양 돌봄 통합지원 등 10개 도정 주요 사업에 필요한 국비 6484억원 지원과 주한미군 반환공여구역 개발을 위한 법 개정도 건의했다.

 

그러나 민주당 지도부의 시선은 냉담했다. 공개 석상에선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나눴지만, 모두발언을 통해 도의 재정 상황 등 현안을 두고 엇갈린 의견을 내놓으면서 긴장감을 높였다.

경기도 광교청사의 ‘경기도’ 상징물.
경기도 광교청사의 ‘경기도’ 상징물.

◆“秋에 대한 정치 공세” vs “李 대통령 압박”

 

지도부는 최근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를 겨냥해 ‘나치의 아이히만’, ‘밀정’이라고 비난한 추 지사의 요청에 즉답을 내놓지 않았다. 회의에서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DMZ 영화제 예산 삭감을 두고 “상을 받고 출품하려는 사람 입장에선 계약 파기가 된다”고 직격하며 “경기도는 당과 함께 구조적 상황에 대해 충분히 설명할 의무가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용인·평택 반도체 팹 건설과 전력·용수·교통 인프라 투자를 지원하고 경기북부의 규제와 성장 기반 문제 해결에 힘쓰겠다며 동문서답에 가까운 답변을 내놨다. 한병도 원내대표도 정부가 내년도 경기북부 접경 지원 예산으로 역대 최대 규모인 958억원을 편성했다며 관련 투자를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최고위원회 내부의 의견도 엇갈렸다. “경기도와 추 지사를 향한 왜곡과 정치 공세”(최민희 최고위원)라는 옹호와 “인사 검증을 넘어 대통령을 연일 압박하는 모양새”(전용기 최고위원)라는 비판이 첨예하게 맞섰다.

 

전날 같은 당 박지원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추 지사를 향해 “제 눈의 대들보는 못 보고 남의 티눈만 본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장동혁 되지 마시고 민주당의 추미애가 되셔야 한다”고 충고했다.

 

추 지사는 민선 9기 전국 16개 광역단체장 중 ‘유일하게’ 도비를 들여 새로운 전세 관사를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사의 전세금 역시 직원 주거 지원용 예산에서 전용된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16개 광역단체 중 10곳은 관사 자체를 운영하지 않고, 나머지 5곳도 기존 시설을 그대로 활용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새 관사 마련은 추 지사가 ‘재정 비상’을 선포하며 5465억원 규모의 세출 구조조정과 시·군 보조금 삭감을 단행하는 시점과 맞물려 도청 내부 게시판과 도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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