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의존도 낮출 가능성에 주목받아…BIS도 2024년 철수
사우디아라비아가 중국이 주도하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기반 국제결제 플랫폼 ‘m브리지(mBridge)’에서 지난해 탈퇴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미국 금융시스템과 달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국제결제망으로 주목받아온 플랫폼에서 미국의 오랜 중동 동맹국인 사우디가 이탈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사우디 중앙은행(SAMA)은 지난해 5월 13일 m브리지의 개념증명(PoC)을 성공적으로 마친 뒤 프로젝트 참여를 종료했다고 밝혔다.
사우디 측은 이번 결정이 당초 계획에 따른 것이라며 미국의 압박에 따른 것이라는 해석에는 선을 그었다.
m브리지는 중국 인민은행과 홍콩금융관리국, 태국 중앙은행, 아랍에미리트(UAE) 중앙은행 등이 참여해 개발한 다중 CBDC 기반 국제결제 플랫폼이다. 분산원장기술(DLT)을 활용해 중앙은행과 금융기관 간 국경 간 결제와 외환거래를 처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기존 국제결제망보다 거래 시간과 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달러를 중개 통화로 사용하는 비중을 낮출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BIS에 따르면 mBridge는 2024년 최소기능제품(MVP) 단계에 도달했다. 사우디는 2024년 정식 참여국으로 합류해 플랫폼 개발과 개념증명 작업에 참여했다.
SAMA는 FT에 예정대로 PoC를 완료한 뒤 더 이상 참여 회원이 아니라고 밝혔다. 사우디의 탈퇴 사실은 그동안 공개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미국의 압박이 탈퇴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mBridge에서 사우디의 참여 범위가 애초 제한적이었다며 이번 결정을 확대해석하는 것은 부정확하다는 취지로 답했다.
앞서 BIS도 2024년 10월 m브리지에서 철수했다. 당시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BIS 총재는 프로젝트가 실패했거나 정치적 고려에 따른 결정이 아니라, 약 4년간의 개발을 거쳐 참여 중앙은행들이 독자적으로 이어갈 수 있는 단계에 도달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FT는 당시 미국 정부가 BIS에 프로젝트 철수를 압박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m브리지를 둘러싼 논쟁은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 금융질서의 주도권 경쟁과도 맞물려 있다. 중국을 비롯한 브릭스(BRICS) 국가들이 달러 의존도를 낮추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미국은 달러의 국제적 역할을 약화할 수 있는 대안 결제망에 경계심을 보여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브릭스 국가들이 달러의 대안을 추진할 경우 100%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다만 BIS는 m브리지가 브릭스 국가들의 제재 회피를 위한 프로젝트가 아니라 각국 중앙은행의 국경 간 결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사업이라고 설명해왔다.
사우디는 이번 탈퇴를 예정된 기술 검증 절차의 종료로 설명하고 있지만,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국제결제망과 디지털화폐를 둘러싼 경쟁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탈퇴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국제 금융질서와 달러의 역할을 둘러싼 논쟁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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