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재건의 과업이 전도에 가로놓여 있다. 과년도에 있어서는 일상생활에 필수불가결한 최소한도의 물자 소요량을 확보하는 데 있어서 상당한 진전을 보았고 생산은 눈부신 증가를 보았다. 그러나 경제 재건과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사회의 기본구조 완성, 과업의 최대 부분은 아직도 달성되지 않은 채 있다.” 1954년 미국 경제학자 로버트 네이선 등에 의해 작성된 ‘한국 경제재건 종합계획 보고서’, 이른바 ‘네이선 보고서’는 전쟁 직후 한국 경제를 비관적으로 진단하고 있다. 당시 국회 격인 민의원(상공위원회)이 발행한 것이라서 다소 완곡한 표현으로 번역돼 있다. 골자는 물자 생산이 늘고 있지만 여전히 생활 물자가 부족하고 자립을 위한 과제도 대부분 달성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네이선 보고서의 진단대로,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GNI)은 휴전 직후인 1953년 67달러로 세계 최빈국 수준이었다. 심지어 1960년에도 79~80달러에 그치면서 경제 형편은 나아지지 않았다. 1인당 국민소득은 특정 연도 1인당 평균 소득을 가리키는 개념으로, 국가 총소득을 전체 인구수로 나눈 평균값이다. 국가의 경제적 수준을 일정하게 반영한다는 점에서 주목받아 왔다.
올해 1인당 국민소득이 4만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그제 한국은행이 전망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인구 5000만명 이상 국가 중 1인당 소득 4만 달러를 넘어선 곳은 미·독·영·프·이탈리아 등 5개국에 불과하다. 대만도 기준을 넘었지만 인구가 2300만명이다. 과제도 적지 않다. 올 들어 8월까지 반도체가 전체 수출의 40%를 짊어질 정도로 반도체 의존 현상이 심각하고, 높은 물가와 고용 한파 등으로 체감 경기도 여전히 쌀쌀하다. ‘환율의 마법’에 따른 착시도 경계해야 한다.
한국은 국민소득 ‘고지’를 밟을 때마다 재앙을 맞곤 했다. 1995년 1만 달러를 돌파했지만 2년 만에 외환위기를 맞았고, 다시 11년 후엔 2만 달러 시대가 열렸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로 2만 달러가 무너졌다. 2014년 3만 달러를 넘어선 후 12년째 박스권에 갇혔다. 2010년대에 소득 4만 달러를 넘었던 일본이 장기 침체와 엔화 약세로 3만 달러대로 후퇴한 건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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