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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치솟는 반미정서… 한·미동맹 균열 경고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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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대미 인식 ‘비호감’ 55%
美 동맹국 대우 방식에 강한 불만
트럼프 행정부가 심각성 직시해야

한국인의 미국에 대한 비호감도가 사상 처음 절반을 넘어섰다. 미국 여론조사업체 퓨리서치가 최근 한국인의 대미(對美) 인식도를 조사한 결과 미국에 대해 ‘비호감’이라고 답한 한국인이 55%로, 지난해 39%보다 16%포인트 급증했다. 2003년에도 미국에 대한 비호감 응답(50%)이 호감(46%)보다 많았던 조사 결과가 있었다. 당시는 미군 장갑차에 희생된 효순·미선양 사건을 계기로 반미감정이 확산했던 시기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조사 결과를 결코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

미국을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라고 답한 비율도 57%로 2022년보다 26%포인트나 감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는 85%가 부정적이었고, 이란 전쟁 대응에도 73%가 불만을 드러냈다. 그런데도 미국을 한국의 가장 중요한 동맹으로 꼽은 응답은 84%에 달했다. 한국 국민이 한·미동맹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동맹국 대우 방식에 강한 불만을 갖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동맹에 대한 지지는 여전히 견고하지만, 미국에 대한 신뢰는 빠르게 약화하고 있다. 미 행정부가 심각성을 직시해야 한다.

지난해 9월 미국 조지아주에서 한국인 근로자 약 300명이 체포·구금된 사건은 한국 사회에 작지 않은 충격과 모욕감을 안겼다. 그로부터 1년 가까이 흘렀지만 대미 관계는 곳곳에서 파열음이 이어진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연합군사훈련인 ‘을지 자유의 방패’(UFS)를 대폭 축소하라고 지시를 내린 것도 동맹에 대한 불신을 키웠다. 북한에 ‘적대적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연합방위태세의 핵심인 훈련을 갑작스럽게 축소한다면, 한국으로서는 미국의 확장억제와 안보공약을 어디까지 신뢰해야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한국민들의 심사가 편할 리 있겠나.

한·미동맹이 70년 넘게 지속했다는 사실만으로 미래까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한국 정부가 반미정서에 편승하거나 미국에 대한 감정적 대응으로 맞설 일도 아니다. 오히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냉정하고 당당한 동맹 관리다. 안보는 안보대로, 통상은 통상대로 미국에다 동맹국에 걸맞은 상호 존중과 예측 가능성을 요구해야 한다. 미국 역시 한국을 단순한 무역 협상 내지는 자국 안보 비용을 전가하는 상대로만 취급해서는 안 된다. 무릇 동맹의 균열은 신뢰의 붕괴에서 시작된다. 작금의 대미 인식 악화는 한·미동맹에 보내는 분명한 경고음이다. 외면한다면 그동안 쌓아온 동맹의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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