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서 지휘라인 허위보고 검증 못해
장씨 실종 처리결과 제주경찰청엔 미보고
1년여간 종결 298건 전수조사…허위 종결 더 있을 수도
실종사건을 허위로 종결한 혐의로 구속된 부모(34) 경장이 왜 실종자들의 생사도 확인하지 않고 사건을 덮었는지 등 범행 동기에 관심이 쏠린다. 경찰 내부도 ‘실종자 허위종결로 이득이 없는데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실종자 수색이 귀찮아서 사건을 뭉개 버렸거나 미해결에 대한 심적 부담감 또는 실종팀 처리 실적을 올려 높은 평가를 받으려 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오고 있다.
26일 제주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부 경장을 직무유기, 공전자기록 위작·행사 등의 혐의로 구속해 조사 중이다. 제주지법은 전날 부 경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고 도주와 증거 인멸 우려로 영장을 발부했다.
부 경장은 △5월15일 장미란(37)씨 최초 실종신고 △7월2일 A(60대)씨 실종신고를 각각 허위종결하고 실종아동 등 프로파일링시스템에 허위 내용을 기재한 혐의를 받고 있다.
5월15일 오후 6시43분쯤 112로 ‘장씨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동거인의 신고가 접수됐다. 장씨가 12일 늦은 밤 제주시 한림읍 소재 거주지에서 외출한 뒤 사흘째 연락이 두절된 데다 가족과 지인들의 전화도 받지 않으면서다. 이날 야간 당직자로 근무했던 부 경장은 현장에 출동하지도, 장씨와 통화도 하지 않았다. 장씨 휴대전화 통신기록과 부 경장 사무실 유선전화, 휴대전화 통신 내역에서 발견되지 않은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더구나 부 경장은 사건 종결을 위해 신고자들에게 허위 사실을 말하며 안심시키는 등 믿을 수 없는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부 경장은 지난 5월 야간 근무 당시 접수된 장씨의 실종 사건을 처리하며 신고자에게 ‘장씨가 무사하다’고 거짓말해 사건을 종결했다.
실종 프로파일링 시스템 관리목록에는 ‘교통사고 사상자’ 코드를 입력하는 방식으로 삭제했다. 이는 장씨가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는 의미다. 실종 프로파일링 시스템은 변사나 교통사고 사상자 등 특별한 사유의 유형 코드를 선택해야 시스템의 관리목록에서 관련 자료가 삭제된다.
야간 당직 시 실종자 처리 결과 서면 보고가 이튿날 팀장을 통해 과장에게 전달됐다. 서장에게 보고됐는 지 지휘를 어떻게 했는 지는 감찰 중이다. 과장에게는 ‘실종자와 통화를 했다’는 취지로 한 허위 보고였다. 결과적으로 보고·지휘 라인에서 검증을 제대로 못 한 것이다. 3개 경찰서 실종자 처리 결과는 제주경찰청에도 보고하도록 돼 있는데 5월15일 접수된 장씨 실종처리 결과는 올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장씨와 또 다른 허위 종결 사례로 드러난 A씨의 경우도 모두 다른 실종팀 경찰이 퇴근한 뒤 부 경장이 혼자 근무한 야간 당직 때 신고가 이뤄진 것으로 밝혀졌다. 부 경장 등 제주서부경찰서 실종팀 근무자 4명은 나흘에 한 번씩 야간 당직 근무를 했다.
7월2일 A씨에 대한 가족의 실종신고가 제주서부서에 접수됐다. 이 사건도 부 경장이 이 사건을 맡으면서 실종자 소재 파악은 이뤄지지 않았다. 심지어 부 경장은 가족 등에게 ‘아버지는 휴대폰이 2개인데 그 중 1개로 전화를 걸어 통화가 됐다’고 알렸다.
또 ‘아버지가 자신의 위치를 알려주기 싫어한다’ ‘만약에 알려주면 경찰관을 상대로 개인정보보호법 내지 통신비밀보호법으로 신고하겠다고 했다’고 하고 내부 시스템에도 기재했다.
경찰 내부에서는 부 경장의 범행 동기를 두고 의아해 하고 있다. 일선 범수사부서 관계자들은 ‘부 경장이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우겨서 될 일이 아닌 데 그건 형사가 더 잘 알 것’ ‘내부에서도 왜 사건을 임의로 처리했는지 궁금해 한다’ 했다.
일선 경찰서 형사과에서 근무하다 퇴직한 전직 경찰관은 “성인 여성 가출·실종은 아동, 장애인, 치매노인과 마찬가지로 중대한 사안으로 판단해 모든 지휘라인에 양식에 따라 보고하도록 돼 있다”며 “실종사건을 허위종결해 자신이 얻을 이득이 없다. 자신이 해결 못할수도 있다는 심적 부담감이 있었거나 신속하게 실종자를 찾아 해결했다는 실적을 올려 높은 평가를 받으려 했다는 의구심이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해 3월부터 최근까지 1년 4개월여간 부 경장이 실종팀에 근무하면서 종결한 실종사건 298건을 대상으로 허위종결로 의심되는 사건이 추가로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전수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현재 확인 작업이 진행중이며, 아직 의심할 만한 사례는 찾지 못했다”라고 밝혔다.
경찰은 프로파일러 등을 투입해 부 경장의 범행 동기 규명에 나선다.
하지만, 부 경장은 경찰 조사에서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 경장은 ‘실종자와 연락했다’는 기존 주장을 유지하며 허위 종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어제 늦은 오후에 구속돼 추가 조사를 할 예정”이라며 “현재는 혐의를 부인하는 취지”라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 22일 오전 제주 모처에서 A씨 시신을 발견한 데 이어 지난 24일 오전 제주시 한림읍에서 장씨 시신을 수습했다.
경찰청은 장씨 실종신고가 최초 접수된 5월15일 당시 재직한 전 제주서부서장과 현 제주서부서장, 형사과장과 실종팀장 등 지휘라인 4명을 대기발령 조처했다. 경찰은 이들에 대해 감찰을 진행해 사건 처리 과정에 오류가 있었는지 여부를 살피고 있다. 또 제주경찰청에 ‘일반경보’를 발령해 공직기강 확립과 경찰 조직 신뢰 회복에 기여해줄 것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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